
PC(Polycarbonate)는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있다.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훨씬 빠른 속도로 대규모 신증설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메이저인 코베스트로(Covestro)는 2021년 이미 약 200만톤에 달하는 공급과잉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코베스트로와 사빅(Sabic), 일본기업들이 고기능‧고부가가치 노선을 통해 차별화 기술 개발 경쟁을 펼치고 있으나 범용 분야는 가격 경쟁이 심화돼 중국을 중심으로 철수하는 곳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까지 공급과잉 심화 불가피
PC는 2021년 세계 전체 생산능력이 652만톤으로 2016년부터 연평균 5% 수준 성장세를 이어왔으며 2026년까지 5-7%대 성장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2025년까지 Hainan Huasheng, Zhejiang Petrochemical, 사빅‧사이노펙(Sinopec) 합작기업, Wanhua Chemical, Henan Shenma가 대규모 신증설을 통해 공급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
Longjiang Chemical은 최근 헤이룽장성(Heilongjiang)에서 페놀(Phenol), BPA(Bisphenol-A), PC까지 일관생산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다칭시(Daqing)의 린뎬(Lindian) 공업원구에 총 65억위안(약 1조3000억원)을 투자하는 프로젝트이며 2022년 2월 착공한 1차 프로젝트에 35억위안을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차 프로젝트는 2023년 7월 완공 및 10월 가동을 목표로 벤젠(Benzene) 20만톤, 페놀 및 아세톤(Acetone) 병산 35만톤, BPA 20만톤 플랜트를 건설한다. 페놀 원료 프로필렌(Propylene)은 페트로차이나(PetroChina) 그룹의 Daqing Petrochemical로부터 조달할 예정이다. 2차 프로젝트에서는 PC 26만톤을 사업화한다.
중국 국영 Pingmei Shenma는 최근 허난성 핑딩산(Pingdingshan)에서 PC 10만톤 플랜트 시운전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12월 원료 BPA 13만톤 플랜트를 가동했으며 PC 생산을 통해 수직계열화했다.
중국 PC 생산설비는 남부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Pingmei Shenma가 생산하는 PC는 북동부와 중부, 서부 수요를 감당하게 될 것으로 파악된다.
Pingmei Shenma는 앞으로 총 10억위안을 투자해 PC 생산능력을 총 40만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이 생산능력을 급격히 확대하고 있음에도 PC 수요는 2021년 451만톤으로 2016년에 비해 연평균 2% 증가에 그쳤고 2026년까지도 3-5%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영향으로 2020년 상반기 수요 부진이 심각했으나 2020년 하반기부터 빠른 회복세를 나타냈고 2021년 하반기에는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2022년 들어서는 중국 상하이(Shanghai)가 2개월 이상 봉쇄 조치를 단행하면서 수요가 다소 둔화됐고 중국 PC 생산기업들이 봉쇄령 및 경기 악화로 신증설 프로젝트를 연기할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2022년 상반기에 가동률을 70%대로 낮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고부가가치 및 범용제품별로 상당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고부가가치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곳은 컴파운드나 PC 공중합 기술을 통해 자동차, 5G(5세대 이동통신) 등 고속통신용 신제품을 잇달아 개발하고 있다. 코베스트로와 사빅은 기존 범용제품 조직을 분리하고 고부가가치제품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반면, 범용제품은 중국을 중심으로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공급을 중단하거나 감산하는 곳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에는 PC 수요가 꾸준히 증가한 반면 주요 원료 BPA 가격이 초강세를 나타냄에 따라 PC 채산성 악화가 불가피했다.
BPA 강세는 2022년 들어 약화됐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2022년 하반기에 BPA 신증설 플랜트가 가동하면 다소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PC와 함께 BPA의 주요 용도인 에폭시수지(Epoxy Resin) 수요에 따른 영향도 주목된다.
메이저, 고부가 차별화 전략 강화
PC는 EP(엔지니어링 플래스틱) 가운데 활용도가 가장 높아 전기‧전자, 자동차를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코베스트로, 사빅 등 메이저들은 높은 가동률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공급했으나 범용 그레이드를 중심으로 생산하는 중국기업들은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하거나 가동률을 대폭 감축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공급부족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세, 중국의 도시봉쇄가 영향을 미쳐 2021년에 비해 성장이 둔화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따라서 범용은 가격경쟁 심화에 따른 대응이, 고기능‧고부가가치 분야는 컴파운드 등 기술력을 활용한 차별화 전략과 동시에 바이오 베이스 원료, 리사이클 등 새로운 제안이 요구되고 있다.
코베스트로는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에 대비해 차세대 콘셉트카를 타깃으로 라디에이터그릴 등 신규 용도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기자동차는 라디에이터 냉각기능이 불필요함에 따라 내연기관 자동차 이상으로 자유로운 설계가 가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코베스트로는 빛 투과성, 투명성을 활용해 디자인성이 뛰어난 디스플레이, 보행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사이니지(Signage) 조명 등을 탑재한 그릴을 개발했다. 전조등은 제조코스트 감축, 리사이클 간편화가 가능하도록 전체를 PC로 통일한 단일소재 컨셉트를 제안하고 있다.
바이오 베이스, 리사이클 그레이드 대응도 추진하고 있다.
사빅은 실록산 공중합 그레이드 EXL 시리즈로 친환경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EXL 시리즈는 저온에서 내충격성을 발휘하며 스마트폰 커버 등에 채용되고 있고, 바이오매스 성분을 50% 이상 함유한 EXL7414B는 중국 스마트폰에 채용되고 있으며 PCR 그레이드도 생산하고 있다.
일본 모카(Moka) 공장에서는 수요기업으로부터 회수한 폐PC를 컴파운딩해 재생한 후 다시 수요기업에게 공급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등 지속가능성 관련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PCR 중심으로 친환경화 확대
일본 PC 생산기업들은 범용 분야에서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특수 그레이드를 중심으로 차별화 전략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최대의 PC 메이저 Mitsubishi Engineering Plastics(MEP)는 세계 최초로 양산화에 성공한 투명성‧고강성 양립 그레이드에 대한 홍보활동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비브롬계 난연 그레이드, 방열 그레이드, 전기적 특성이 뛰어난 그레이드 등 고부가가치제품 라인업을 확충하고 있다.
PCR(Post Consumer Recycled) PC를 활용한 친환경제품도 제안을 시작했으며 앞으로는 수요처 요구에 대응한 그레이드 개발을 통해 공급량을 확대할 방침이다.
테이진(Teijin)은 리사이클 PC를 중심으로 고부가가치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테이진은 1990년대부터 수요기업으로부터 회수한 폐광디스크를 분쇄한 후 유리섬유로 강화한 PCR 그레이드를 공급하고 있으며 수요기업과 함께 재생소재 품질을 향상시키는 등 강력한 파트너십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컴파운드는 2018년 신규 건설한 타이 공장에서 증설을 검토하고 있으며 수요처 니즈에 맞춘 커스터마이징 그레이드로 공세를 가할 방침이다.
Sumika Polycarbonate(SCPC)는 장파장 영역의 빛을 차단하는 센서용 PH 시리즈, 가시광선 투과율을 유지하면서 열선을 흡수하는 유리창 대체용 HA 시리즈 제안을 강화하고 있다.
PH 시리즈는 800나노미터 이하 파장영역의 빛을 차단하는 그레이드가 채용되고 있으며 센서 정밀도를 더욱 향상시키는 1100나노미터 그레이드를 개발해 샘플을 공급하고 있다. HA 시리즈는 공간 온도를 억제하는 용도로 자동차 창문 뿐만 아니라 차고 지붕소재 등으로 제안하고 있다.
앞으로 1년 이내에는 친환경형 그레이드를 출시할 예정이며, 바이오매스 베이스 그레이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데미츠코산(Idemitsu Kosan)은 PC에서 고부가가치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을 높일 방침이다.
생산량이 1만톤을 돌파한 자동차 주간주행등(DRL) 그레이드는 유동성, 내열성을 개선하고 DRL 대형화 등에 대응함으로써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계획이다. 강도, 내후성이 뛰어난 실록산(Siloxane) 공중합 그레이드도 제안을 강화해 DRL 그레이드와 마찬가지로 생산량을 1만톤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타이완 공장은 대규모 고부가제품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가운데 2차 가공이 필요하지 않은 프로세스를 도입해 가격경쟁력 측면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롯데‧LG 재활용 강화에 삼양사는 생분해 도전
국내에서는 롯데케미칼과 LG화학이 재활용 PC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며 삼양그룹은 옥수수 전분을 이용한 바이오 베이스 생분해성 PC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 PC 생산능력은 롯데케미칼이 46만톤으로 주도하고 있으며 LG화학 17만톤, 삼양화성 12만톤으로 뒤를 잇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20년과 2021년 중국 신증설 영향으로 이미 채산성 악화를 경험했기 때문에 PC 공급과잉 위기에 투트랙으로 대응할 방침이며 원료 내제화와 재활용 PC를 확대할 계획이다.
2021년 겪은 PC 채산성 악화는 원료 BPA 초강세에 따른 것으로 분석해 GS칼텍스와 합작으로 롯데GS화학을 설립했으며 2024년 BPA 24만톤 플랜트를 건설함으로써 수직계열화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롯데GS화학의 51%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총 8000억원을 투입해 2024년 상반기에 준공 예정이다. 롯데GS화학은 6월3일 페놀 35만톤, BPA 24만톤 건설을 위해 롯데건설과 5300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재활용 PC 확대는 MR(물리적 재활용)을 통해 2030년 17만톤으로 확대할 예정이나 중장기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전략은 세우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롯데케미칼은 다양한 재활용 물질의 혼합비율 연구개발(R&D)을 통해 기존 전통적인 PC와 유사한 물성 재현에 주력하고 있으며 글로벌 30개 이상 원료 공급기업과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2025년 글로벌 생산지에서 리사이클 원재료 100% 수직계열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LG화학 역시 최근 PCR-PC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LG화학은 원재료 전문기업으로부터 PCR-PC 원료를 공급받아 컴파운드에 적용하고 있으며 공급받은 원재료에 컴파운드 노하우를 적용해 PCR-PC를 개발하고 있다.
LG화학은 MR 뿐만 아니라 CR(화학적 재활용)을 통해 버려진 PC를 석유화학 베이스 PC나 BPA급으로 재생산하는 동시에 분해 과정에서 생성되는 부산물 DEC(Diethyl Carbonate)를 정제 및 회수해 배터리 전해액으로 고부가화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LG화학은 PCR 함량을 50-85%까지 적용하면서도 물성이나 외형 변동이 없으며 통합된 품질 기준과 레시피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IT 수요기업은 PCR 60% 이상의 고함량제품 요구가 높다”며 “PCR 함량이 많을수록 품질 리스크가 생기나 PCR 함량을 높이면서 고품질의 재활용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양그룹은 BPA 대신 바이오매스 소재인 이소솔바이드(Isosolbide)를 PC에 투입할 계획이다.
삼양이노켐은 2022년 1월부터 군산 이소솔바이드 1만톤 플랜트를 상업가동하고 있으며 옥수수 전분을 가수분해한 솔비톨을 투입해 생산하고 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의 바이오매스 기반 생분해성 PC 및 부품 개발 과제의 총괄 주도기업으로 선정되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이소솔바이드를 이용한 PC는 개발된 바 있으나 생분해성 PC 상용화는 연구가 더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삼양그룹 관계자는 “이소솔바이드 기반 생분해 PC 개발은 연구단계로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양산 시점은 2024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홍인택 기자: hit@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