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폭시수지(Epoxy Resin)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재확산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일본은 2021년 생산량이 전년대비 약 20% 급증했고 판매액은 판매가격 급등 영향을 받아 30% 가까이 늘어났다.
에폭시수지는 프린트기판, 봉지재 등 전자소재용 수요 증가가 뚜렷하며 수요 호조에 대응하지 못할 정도로 풀가동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수요 증가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부에서 고기능제품 신증설에 나서 특수화 흐름이 자리를 잡을 것으로 판단된다.
에폭시수지는 1개 분자 중 2개의 에폭시기를 가진 열경화성 수지를 총칭하며 폴리머는 BPA(Bisphenol-A)와 ECH(Epichlorohydrin) 공중합체가 일반적이고 PA(Polyamide)나 페놀(Phenol), 아민(Amine) 등 각종 경화제를 조합해 뛰어난 특성을 가진 불용불융성 경화물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 경기 침체로 에폭시수지 가동률 50%
중국 에폭시수지 시장은 전자·가전용을 중심으로 수요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내수가격은 2022년 7월 말 톤당 1만7800위안으로 1개월만에 19.1% 급락했다. 2022년 상반기 전자용 수요를 타고 2만9300위안까지 치솟았으나 하반기 시작과 함께 39.3% 폭락했다.
중국은 도시 봉쇄에 따라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중국 주요 항구가 봉쇄되면서 물류가 막히고 재고가 증가함에 따라 에폭시수지 가동률이 50%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코로나19의 펜트업 효과로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 컴퓨터, TV 등 전자제품을 대거 구입하면서 호황을 누렸으나 가전제품 교체주기, 일상회복으로 인한 수요 감소에 이어 글로벌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며 전반적인 구매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가전 생산기업들 역시 내수와 수출판매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다.
중국과 더불어 북미, 중남미에서는 2022년 2분기 매출이 10% 안팎으로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유럽 역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돼 매출 감소 폭이 3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LG전자는 2022년 2분기 매출이 19조472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5%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7917억원으로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는 TV 수요가 감소하면서 매출과 수익이 감소했고, 가전사업본부 역시 일반가전 판매가 주춤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역시 글로벌 TV 수요 둔화에 따라 영상디스플레이 사업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2022년 2분기 글로벌 컴퓨터 출하량은 7130만대로 15.3% 감소했으며 2022년 스마트폰 출하량 역시 13억1000만대에 그치며 3.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부동산 위기와 맞물린 건설경기 침체 역시 에폭시수지 하락요인으로 작용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중국은 2022년 6월 주택 거래량이 5월에 비해 마이너스 21.8%로 1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상반기 부동산 개발 투자금액은 6조8300억위안으로 5.4%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허난성(Henan), 후난성(Hunan) 등 15개 성에서 진행하고 있는 50개 정도의 아파트 건설공사가 개발기업 자금난으로 중단되자 분양자들이 모기지 상환을 거부하는 등 금융불안까지 가중되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비중은 GDP(국내총생산)의 25-30%에 달해 부동산 경기 침체가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폭시수지 타격으로 원료가격 역시 하락하는 추세이다.
페놀(Phenol) 가격은 8월9일 CFR China 1185달러, CFR India 1320달러, FOB SE Asia는 1275달러를 형성했고 중국 내수가격은 9113위안을 나타냈다.
BPA는 중국 내수가격이 7월 말 1만1950위안으로 2022년 초에 비해 37.3% 폭락했고 ECH 역시 1만1644위안으로 1개월 만에 37.3% 폭락하면서 에폭시수지 반등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 전자용 수출 감소로 영업이익 급감
국내 에폭시수지 생산능력은 국도화학 51만5000톤, 금호P&B화학 19만7000톤, 코오롱인더스트리 6만7000톤, 블루큐브 3만8000톤으로 총 81만7000톤에 달하고 있다.
국내 최대인 국도화학은 2022년 2분기 매출이 441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0.1% 증가에 그쳤으며 영업이익은 466억원으로 40.3%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호석유화학의 페놀 사업부도 매출이 5994억원으로 19.0% 줄고 영업이익은 986억원으로 70.6% 격감하며 수익성이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화학사업 역시 석유수지와 페놀수지 판매가격 상승으로 매출은 2887억원으로 33.0% 증가했으나 에폭시수지 판매 부진으로 영업이익은 144억원으로 38.5% 급감했다.
반도체용을 포함한 에폭시수지 수출이 2022년 상반기에 17만6931톤으로 12.3% 감소했기 때문이다.
2021년에는 중국 수출이 8만4407톤으로 1위를 기록했으나 2022년 상반기에는 2만6694톤으로 41.6% 급감했다. 인디아 수출 역시 1만856톤으로 26.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미국과 네덜란드, 벨기에 등 북미, 유럽 수출량은 증가했다. 미국은 4만8933톤으로 21.9% 증가했고 네덜란드는 1만1920톤으로 51.0%, 벨기에는 3178톤으로 49.9% 급증했다.
에폭시수지는 풍력발전 블레이드용 수요가 꾸준헤 반도체용 부진을 커버하고 있다.
에폭시수지 수출단가는 2022년 4월 톤당 4591달러, 5월 4603달러, 6월 4521달러로 2021년 평균 4400달러보다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안보 위기감이 미국과 유럽을 강타하면서 풍력, 태양광 설치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은 미국의 풍력 발전량이 2022년 3월 말 2000GWh를 돌파해 원자력과 석탄발전량을 웃돌았고 유럽을 따라잡기 위해 해상과 육상에 걸쳐 100개 이상의 풍력발전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도레이(Toary)의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탄소섬유 공장은 항공기용 수요 감소로 생산을 중단했으나 풍력발전 블레이드용 수요 증가에 대응해 재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풍력발전이 에폭시수지 시황을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2년 풍력발전량 목표치를 55GW로 설정했으나 상반기 14.5GW에 그쳐 8월 이후 블레이드용 에폭시수지 수요가 17만2200톤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홍인택 기자: hit@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