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화학산업은 2022년 격변의 시기를 보냈고 유래가 없는 불황을 맛본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유를 포함해 각종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며 주요 석유화학제품이 일제히 폭등했으나 역사적인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미국 등 세계 각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경기침체가 본격화돼 수요가 급감했고 5월부터 폭락세로 돌변해 대부분 적자가 불가피했다.
2023년에는 국제유가가 꾸준히 강세를 유지하고 천연가스와 석탄 가격 역시 2022년만큼 폭등하지는 않아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함으로써 석유화학기업의 수익성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제품 수요는 경기침체로 감소가 불가피해 생산설비 가동률이 일제히 하락하는 등 불황 사이클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석유화학,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타격”
석유화학산업은 2022년 원료가격 변동 폭이 확대되며 격변의 시기를 보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이 폭등했고 물가 상승이 본격화되며 석유화학제품 제조 코스트를 크게 압박했을 뿐만 아니라 수요가 침체돼 설비 가동률은 낮은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파악된다.
하반기에는 인플레이션이 진행되면서 세계 각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본격화해 경기침체 우려가 확대됐고 중국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 정책 완화에 나섬으로써 경기 회복이 기대됐으나 하반기 들어 돌연 제로코로나 정책을 고집함으로써 경제가 침체돼 석유화학산업 전반에 타격을 주었다.
석유화학 원료 가격은 2022년 러시아의 움직임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는 원유 수출량이 하루 800만배럴로 세계 최대이며, 특히 파이프라인을 통한 유럽 공급량이 많았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공급을 전면 차단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됨으로써 브렌트유(Brent)는 배럴당 129달러로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최고치를 넘어서는 등 폭등세를 계속했다.
러시아가 원유 공급가격을 대폭 인상하고 여론을 분산시켜 서방의 제재 영향을 최소화하려 시도했으나 원유 뿐만 아니라 물가까지 함께 상승함으로써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으로 고전하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꾸준히 인상하며 달러화 강세가 이어졌고 신흥국은 달러화 기준 국제유가가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돼 타격을 받았다.
중국 수요 회복만이 글로벌 수급 호재로 주목받았으나 제로코로나 정책 때문에 심각한 부진 상황이 이어졌고 러시아는 사우디와 함께 OPEC(석유수출국기구)+를 주도하며 11월부터 200만배럴에 달하는 대규모 감산에 나섰으나 수급타이트 대신 오히려 수요 침체가 가속화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반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한 서방 국가 대신 중국, 인디아, 튀르키예(터키)가 수입을 계속하면서 러시아산 원유 수출을 비롯해 공급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2023년에는 중국 경제 침체기간이 결정
나프타(Naphtha)는 브렌트유와의 크랙 스프레드가 봄철 톤당 200달러에서 한때 마이너스 120달러로 역전됐다.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일제히 침체됐을 뿐만 아니라 크래커 마진이 하락한 반면, 방향족(Aromatics)화 공정(리포머) 마진은 양호함으로써 부생 공급이 급증해 수급 완화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하반기에는 중국 석유화학 수요 부진으로 리포머 마진까지 악화되며 상압증류장치의 원유 처리량이 급감했고 나프타 공급이 감소하기 시작해 크랙 스프레드 감소에 제동이 걸렸으며 나프타 가격은 연말 톤당 600달러대를 유지했다.
미국 기준금리는 2022년 12월 말 4%에서 2023년 5% 이상으로 인상할 가능성이 높고 석유화학 시장에 꾸준히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에는 중국 수요가 크게 개선되지 않는 이상 석유화학 수급이 2022년과 비슷한 상황을 유지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나 러시아가 철수하지 않더라도 충돌이 잠시라도 진정된다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85-90달러 정도는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OPEC+의 200만배럴 감산 영향이 가시화되면서 90달러 이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나프타는 2023년에도 러시아 공급이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러시아가 외화 수입원으로 나프타 생산을 적극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제유가는 2022년에 비해 높은 수준을 형성함으로써 미국 셰일(Shale) 베이스 경질유 생산이 늘어나고 아시아 수출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경제 성장률은 2023년에 2022년보다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휘발유 수요도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따라서 NCC(Naphtha Cracking Center)용 수요는 석유화학산업이 불황 사이클에 들어섰기 때문에 낮은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리포머는 마진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석유화학 수요는 당분간 완만하게 회복하더라도 예전과 같은 급격한 증가세를 나타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폴리올레핀(Polyolefin)은 신증설 프로젝트가 많기 때문에 공급과잉에 따른 현물가격 하락이 확실시되고 있고 하락 폭이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관계자들은 석유화학 불황 사이클이 2년이 아니라 3년은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2021년의 미국 대한파나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까지 겹친다면 시장이 어떻게 요동칠지 예측을 불허하고 있다.
국제유가․천연가스 고공행진 장기화…
국제유가는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단행하면서 러시아산 원유 800만배럴 공급이 끊길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폭등했다.
결과적으로는 러시아 제재에 나선 서방 국가 대신 중국과 인디아, 튀르키예 등이 러시아산 수입에 나서며 수출량이 50만배럴 줄어드는데 그쳐 공급 전면 차단에 대한 우려는 해소된 것으로 파악된다.
유럽연합(EU)은 12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했으며 주요 7개국(G7)은 가격 상한제를 통해 2023년 2월부터 러시아산 석유화학제품 수입까지 차단하겠다고 나섰으나 영향은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OPEC과 러시아 등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가 2022년 11월부터 시작해 2023년 말까지 실시할 200만배럴 감산 정책은 영향력이 상당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부 관계자들은 앞으로 국제유가가 일시적으로 배럴당 70달러 이하에 머무르는 시기가 있더라도 전반적으로는 70달러 이상을 형성하고 100-120달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른 관계자들도 크게 하락하는 일 없이 85-90달러는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폭등했던 천연가스 가격은 2022년 가을 이후 하향 안정화됐으나 2023년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파이프라인 공급을 차단할 예정이어서 유럽 국가들이 동절기 난방 수요 충족을 위해 LNG(액화천연가스) 조달에 나서며 아시아 국가들과 쟁탈전을 벌이면 국제가격이 2022년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 수준으로 폭등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나프타는 원유와의 가격 차이를 나타내는 크랙 스프레드가 2022년 봄 200달러에서 한때 마이너스 120달러로 대폭 역전될 만큼 크게 변동했다.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급감하면서 스팀 크래커 마진이 하락했으나 정유공장은 고마진 상태였기 때문에 부생 나프타 공급이 증가해 수급이 완화됐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하반기에는 정유공장도 마진이 악화되면서 나프타 공급이 줄어들어 600달러를 회복했으나 2023년에는 국제유가 강세, 미국 셰일(Shale) 베이스 경질유 생산 증가에 따른 아시아 수출의 영향을 받아 다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제품 수요 감소에 따른 NCC용 나프타 수요 급감 역시 가격 하락에 일조할 것으로 판단된다.
석유화학, 폭등‧폭락 반복되며 수익성 약화
석유화학제품은 2021년에 이어 2022년 상반기에도 판매가격이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2021년에는 미국이 2월 대한파, 8월 허리케인 피해를 입으며 공급을 줄였고 9월 이후에는 중국이 전력 공급 제한에 나섬으로써 대부분 수급타이트 상태를 나타내며 폭등했고, 2022년에는 우려됐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현실화되며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일제히 폭등함에 따라 석유화학제품 가격도 동반 폭등했으나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아로마틱(Aromatics)은 2분기부터 3분기 사이 폭등과 폭락을 반복했다.
미국 드라이빙 시즌과 함께 휘발유 수요가 급증했으나 공급이 부족해 폭등했고 P-X(Para-Xylene)는 아시아 생산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고가를 형성하고 있는 미국 수출에 집중하며 수급이 타이트해져 나프타와의 스프레드가 한때 600달러 이상으로 벌어졌다. 벤젠(Benzene) 역시 P-X와 비슷한 상황에서 나프타와의 스프레드가 600달러를 상회한 바 있다.
반면, PVC(Polyvinyl Chloride) 등 범용수지 일부는 5월부터 하락세가 이어졌다.
PVC는 제로코로나 정책을 펼친 중국 수요가 감소했고 유럽 가성소다(Caustic Soda) 급등 영향이 더해지면서 하락했다. 미국과 아시아 전해 플랜트들은 유럽 가성소다 가격이 에너지 코스트 급등에 따른 수급타이트를 타고 폭등함에 따라 유럽 수출에 집중했다.
전해 플랜트는 가성소다와 염소를 병산하기 때문에 가성소다 생산이 늘어난 만큼 염소도 급증해 주요 유도제품인 PVC는 공급과잉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PVC는 2021년 인디아 수출가격이 2000달러 강세를 유지할 정도로 호조였으나 2022년 말에는 700달러대로 폭락하는 등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신증설 투자로 글로벌 시장 압박
중국은 석유화학 신증설 투자를 계속 이어가고 있으나 최근 들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폴리에스터(Polyseter) 원료 PTA(Purified Terephthalic Acid)를 과거 700만톤 정도 수입했으나 Yisheng Petrochemical이 신규 건설한 350만톤 등 대규모 플랜트가 잇달아 가동하며 2021년에는 수입량이 7만6500톤으로 전년대비 88.0% 격감했고 2022년 1-9월 수입량 역시 1만7500만톤에 불과했다.
반면, 수출은 2021년 257만5100톤으로 3배 폭증했고 2022년에는 1-9월에만 278만5500톤을 기록해 수출국으로 전환된 것으로 평가된다.
구체적인 시기는 미정이지만 2023년 이후에도 중국을 중심으로 3000만톤에 육박하는 신증설 프로젝트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M(Styrene Monomer) 역시 2020-2021년 Zhejiang Petrochemical이 120만톤을 상업 가동하는 등 생산능력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SM 수입량은 2021년 169만톤으로 40.0% 격감했고 2022년에도 100만톤대 초반에 머무른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PTA와 마찬가지로 수출은 2021년 23만4900톤으로 8.7배 폭증했고 2022년에는 60만톤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나일론(Nylon) 6 원료인 카프로락탐(CPL: Caprolactam)은 중국의 생산능력이 2022년 9월 말 574만톤에 달하며 세계 전체의 60%를 차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 저수익제품 가동 중단하며 사업 재편
일본 화학기업들은 불황에 대비해 사업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쓰이케미칼(Mitsui Chemicals)은 이와쿠니-오타케(Iwakuni-Otake) 공장의 PTA 플랜트를 2023년 8월 가동 중단할 예정이다.
PTA는 한때 일본에서만 75만톤을 생산해 수출까지 실시했으나 2000년대 중반부터 중국이 신증설 투자를 본격화하며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내수까지 감소함으로써 생산능력을 꾸준히 감축했고 최근에는 일본 생산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수익성 개선을 저해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가동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본 플랜트 생산만 철수하는 것으로 타이 PTTGC(PTT Global Chemical) 그룹과의 합작 플랜트는 유지하며 일본 수요는 생산제품을 수입해 충당할 계획이다.
2023년 3월에는 연결 자회사 Mitsui Phenols Singapore의 지분 전량을 영국 이네오스(Ineos)에게 매각함으로써 싱가폴 페놀(Phenol) 사업에서 철수할 방침이다. 일본과 중국 생산설비는 유지할 예정이기 때문에 그룹 내 페놀 생산능력은 64만톤으로 31만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은 2022년 10월 에히메(Ehime) 소재 카프로락탐 8만5000톤 플랜트 가동을 중단하고 사업에서 철수했다. 이미 2015년 액상법 플랜트를 가동 중단한 후 황산암모늄을 부생하지 않는 기상법 플랜트만 가동해왔으나 사업을 계속 이어가기에는 경쟁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 아래 철수를 결정했다.
우베(UBE) 역시 2024년까지 일본 카프로락탐 생산을 감축할 예정이다.
도소(Tosoh)는 2023년 4월 우레탄(Urethane) 원료 TDI(Toluene Diisocyanate) 2만5000톤 및 관련제품 생산을 중단할 계획이다.
미츠비시케미칼(Mitsubishi Chemical)은 Mitsubishi Chemical UK의 MMA(Methyl Methacrylate) 관련제품 생산을 종료하기로 2022년 12월 결정했다.
2022년 1월부터 정기보수를 이유로 가동하지 않았던 플랜트로 우크라이나 정세에 따라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고 유럽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재가동 일정을 잡지 못하고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강윤화 책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