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폭시수지, 저유전화‧다각화 “대세”
리지드(Rigid) 기판, 반도체 패키지 기판용 절연 수지로는 에폭시수지(Epoxy Resin)가 주로 사용되고 있다.
전기절연성, 내열성, 동박과의 밀착성, 내약품성, 내수성이 우수해 전자부품의 요구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미츠비시케미칼(Mitsubishi Chemical), DIC, NSCM(Nippon Steel Chemical & Material), 일본화약(Nippon Kayaku), 아데카(ADEKA) 등 일본기업들이 주로 공급하고 있다.
에폭시수지 생산기업들은 2023-2025년 프린트 배선판, 반도체 봉지재 등 전자소재용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신증설 투자를 본격화할 예정이며, 최근에는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와 함께 프린트 배선판 전반적으로 저유전화 니즈가 확대됨에 따라 서로 다른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첫째 전략은 에폭시수지로 저유전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DIC는 활성 에스테르형 에폭시수지 경화제를 응용하고 있다.
에폭시수지는 일반적으로 경화 후 분자 구조 안에 수산기를 포함하기 때문에 저유전 특성 부여에 한계가 있으나 DIC의 활성 에스테르형 경화제를 사용하면 수산기 발생을 억제하고 저유전 특성의 대표적인 지표인 유전정접을 일반 경화제를 사용했을 때보다 한자릿수 수준으로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IC는 유전정접을 추가로 개선할 수 있는 에폭시수지 경화제를 개발하고 있다.
둘째 전략은 에폭시수지로 대응할 수 없는 저유전 특성 영역에서 다른 수지를 개발하는 다각화 방식으로 일본화약이 앞장서고 있다.
일본화약은 저유전 수지의 일종으로 주목받고 있는 말레이미드(Maleimide)를 양산하고 있다. 저유전 특성 뿐만 아니라 기존 말레이미드 수지는 부족했던 용제에 대한 용해성, 저흡수성까지 모두 갖춘 신소재를 양산하고 있다. 현재 생산능력은 수백톤 수준이며 주로 반도체 패키지 기판과 리지드 기판용으로 공급하고 있다.
일본화약은 말레이미드의 저유전 특성을 높일 수 있는 신제품 개발과 동시에 말레이미드를 능가하는 저유전 특성을 갖춘 탄화수소계, 올레핀계 열경화 수지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탄화수소계는 저유전 특성을 향상시키는 수지 첨가제용, 올레핀계는 리지드 기판을 메인으로 하는 수지 용도로 개발하며 2023년부터 샘플 공급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DIC는 저유전 특성과 용제에 대한 용해성이 우수한 비스말레이미드(Bismaleimide) 양산을 시작했으며 포스트 5G용 탄화수소계 열경화성 수지를 개발하고 있다.
에어워터(AirWater) 산하에서 프린트 배선판 소재를 생산하는 프린텍(Printec)은 저유전 특성과 내열성을 겸비한 비스말레이미드계 신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탄화수소게와 올레핀계는 분자 구조가 탄소, 수소로 구성된 수지를 총칭하는 것으로 유전정접에 영향을 미치는 극성기(탄소‧수소 이외의 원자)를 포함하지 않아 저유전 특성이 우수한 수지를 개발할 수 있다.
반면, 극성기가 적으면 밀착성 등 다른 특성이 저감될 수 있어 저유전 수지 개발에서는 저유전 특성과 상반되는 특성을 함께 부여할 수 있도록 분자설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NSCM은 탄화수소계 일종인 비닐수지를 선제적으로 상업화했다.
저유전 특성과 프린트 배선판 신뢰성에 직결되는 박리강도를 모두 갖춘 소재로 생산능력은 수백톤이며 2025년부터 5G 등 고속‧대용량 통신망에서 사용하는 루터, 스위치, 서버 수요에 대응할 예정이다.
화학기업, 저유전 수지 생산 도전한다!
프린트 배선판용 저유전 수지는 반도체 소재 등 인근 관련 산업에서도 신규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신에츠케미칼(Shin-Etsu Chemical)은 신규 개발한 비스말레이미드계 열경화성 수지 SLK 샘플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생산능력은 80톤으로 SLK는 저유전 특성 뿐만 아니라 동박과의 밀착성, 저흡수성 등을 조화롭게 갖추었으며 패키지 기판용 절연 소재와 반도체용 층간 절연 소재의 첨가제나 메인 수지 용도로 제안하고 있다.
신에츠케미칼은 세계 최대 실리콘(Silicone) 웨이퍼 생산기업이며 포토레지스트 등 다양한 반도체 소재를 공급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소재 인접 분야인 프린트 배선판 등 정보통신 소재 분야에서 저유전화 니즈가 확대됨에 따라 SLK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육성하고 있다.
반도체 소재 메이저인 JSR도 저유전 수지 시장에 진출했다.
JSR이 개발한 폴리에테르계 열경화성 수지 HC-G 시리즈는 대표적인 저유전 수지인 PPE(Polyhenylene Ether)에 가까운 물성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저유전 특성이 기존 PPE를 상회하고 동박과의 밀착성이 우수하다는 점에서 프린트 배선판 소재로 채용돼 2022년 9월부터 양산하고 있다.
다이셀(Daicel)은 일본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의 포스트 5G 정보통신 시스템 기반 강화 연구개발(R&D) 사업에 채택돼 차세대 유전 수지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수지계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열경화성 수지인 PPE를 넘어서는 저유전 특성, 리지드 기판 소재 제조 프로세스와의 적합성, 전자 부품에 요구되는 난연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소재로 설계하고 있고 프린트 배선판, 반도체 패키지 기판, 자동차용 밀리파레이더 기판의 메인 수지로 채용되는 것을 목표로 2027년경 양산할 예정이다.
일부 화학기업들은 기존 사업 노하우를 활용해 성장이 기대되는 저유전 수지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일본소다(Nippon Soda)가 개발한 액상 1,2-폴리부타디엔(Polybutadiene) Nisso-PB는 저유전 특성 향상에 기여하는 1,2-비닐기가 분자 구조 중 85% 이상 함유돼 있다.
공기 중에서 자연 발화하는 알칼리 금속류를 안전하게 취급하기 위한 독자기술과 합성법으로 채용한 리빙 음이온 중합을 활용해 정밀한 분자설계를 실현함으로써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소다는 액상 폴리부타디엔을 프린트 배선판 주요 소재 및 보조 소재로 공급하고 있으며 2022년 액상 1,2-SBS(Styrene Butadiene Styrene)를 출시했다. 1,2-SBS 역시 1,2-비닐기 구성 비중이 85% 이상이며 동박 밀착성이 우수한 특징이 있다.
액상 SBS는 이미 리지드 기판에 유연성을 부여하는 첨가제 용도로 사용되고 있으나 리지드 기판을 주요 용도로 설정하고 저유전 특성을 높인 소재를 개발한 것은 일본소다가 세계 최초이다.
신소재 개발에 설계기술 고도화까지…
JFE케미칼(JFE Chemical)은 기존에 생산해온 폴리이미드(Polyimide) 주원료 방향족 디아민을 활용하기 위해 비스말레이미드계 수지 첨가제를 개발하고 프린트 배선판, 반도체 패키지 기판 용도로 제안하고 있다.
전자소재용 비스말레이미드 최대 메이저인 구미아이화학(Kumiai Chemical) 자회사 KI케미칼(KI Chemical)은 용제에 대한 용해성 등을 높인 차세대 비스말레이미드를 개발했고, 유니티카(Unitika)는 분자 구조에서 산 성분을 최대한 낮춘 고순도 비스말레이미드를 개발하고 있다.
덴카(Denka)는 저유전 특성과 동박과의 밀착성이 우수한 탄화수소계 열경화성 수지 LDM을 개발해 리지드 기판의 연질 소재로 공급하고 있다.
고주파 대응 리지드 기판을 설계할 때에는 PPE계와 말레이미드계 등 저유전 수지, 경화제‧난연제‧필러 등 첨가제, 유연성이나 기계특성을 높일 수 있는 연질 소재가 사용되고 있다.
연질 소재로 현재 고무 성분이 주로 사용되나 내열성, 저유전 특성이 과제이며 LDM을 저유전 특성과 유연성을 모두 효과적으로 강화 가능한 소재로 제안하며 2023년 사업화할 예정이다.
아사히카세이(Asahi Kasei)는 수첨 스타이렌(Styrene)계 열가소성 엘라스토머(TPS: Thermoplastic Styrene)의 저유전 특성을 높이기 위해 수소를 첨가하거나 1,2-비닐기 배합률을 높이는 분자설계 기술을 활용해 연질 소재용으로 제안하고 있다.
미쓰이케미칼(Mitsui Chemicals)이 새로 개발한 올레핀계 열경화성 수지는 스마트폰용 카메라 렌즈 소재 분야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장악하고 있는 COC(Cyclo Olefin Copolymer)를 베이스로 폴리머 중 가교 구조를 조합함으로써 전자부품을 실장하는 리플로우 공정에 적용 가능한 내열성을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린트 배선판, 안테나 기판 수요를 기대하고 있으며 2025년 목표 매출로 100억엔을 설정했다.
제온(Zeon)은 LCD(Liquid Crystal Display) 시야각을 넓히는 위상차 필름 분야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COP(Cyclo Olefin Polymer)를 밀리파레이더, 안테나 기판용으로 제안하고 있다.
COP는 저유전 특성이 밀리파레이더, 안테나용 편면 기판(배선면 1개), 양면 기판(배선면 2개)용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불소수지 PTFE(Polytetrafluoroethylene)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온은 프린트 배선판 소재에 COP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용도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광학필름의 뒤를 이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육성하고 있다.
시코쿠케미칼(Shikoku Chemicals)은 열경화성 수지 벤조옥사진(Benzoxazine)을 비스말레이미드 수지 등의 저유전 특성과 기계물성을 높이는 가교제용으로 제안하고 있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