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산(Acetic Acid)은 2023년 하반기까지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 초산 가격은 중국 메이저들이 설비 트러블로 잇달아 가동을 중단함에 따라 2023년 8월 8개월만에 톤당 400달러를 돌파했다.
현물 역시 수급타이트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VAM(Vinyl Acetate Monomer)용 초산 내수가격도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원료 메탄올(Methanol) 시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나 메이저들이 가을철 정기보수를 진행하고 있어 당분간 400달러대를 유지할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 VAM용 수요 회복 타고 400달러로 반등
초산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과 함께 장기간 약세를 계속했다.
아시아 초산 가격은 중국 제로코로나 정책 및 경기침체 영향으로 VAM 및 PTA(Purified Terephthalic Acid) 포함 다운스트림 수요가 둔화돼 2022년 초 700달러대에서 2023년 초 300달러대 후반으로 50% 이상 폭락했다. 4월 중국기업을 중심으로 정기보수가 잇달으면서 한때 400달러대 돌파가 기대됐으나 다운스트림 수요 부진에 7월 메탄올 하락세까지 겹치며 345달러로 하락했다.
국내 초산 수출량이 2023년 상반기 7만4169톤으로 전년동기대비 26.7% 급증한 반면, 수출액은 4424만달러(약 587억5339만원)로 16.6% 급감한 것 역시 시황 하락 영향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아시아 가격은 8월 들어 상승하기 시작해 중순에는 2022년 12월 이후 약 8개월만에 400달러대를 회복했다.
중국기업이 정기보수를 완료할 시점에 생산능력 50만-100만톤 이상급 플랜트에서 낙뢰로 전력계가 고장나는 트러블이 잇달았고 낮은 수준이었던 재고와 맞물려 수급이 타이트해졌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8월 초까지 일시적 상승세에 불과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으나 VAM용 수요가 회복세로 돌아선 것 역시 초산 상승요인으로 작용했다.
설비 트러블이 발생한 중국기업들은 최대 10일 정도 단기간만 가동을 중단했으나 일부 출하 지연이 발생해 9월 출하분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시아 초산 가격은 원료 메탄올 가격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으나 동남아 메이저의 정기보수 일정이 길어 단기적으로 600달러 수준에서 등락할 것으로 판단된다.
롯데이네오스화학, VAM 25만톤 증설
국내에서는 롯데이네오스화학이 유일하게 초산을 생산하고 있다.
롯데이네오스화학은 최근 태양광용 수요 증가에 대비해 VAM 투자에 주력하고 있으며 현재 45만톤인 생산능력을 2025년 70만톤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2023년 2월 신재생 소재 부문 강화를 위한 VAM 추가 증설 계획을 발표하고 기존 울산공장 인근 부지를 매입해 롯데건설과 기본설계 계약
을 체결했으며 VAM을 70만톤으로 확대하면 초산 생산능력 65만톤을 상회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이네오스화학은 롯데정밀화학의 전신인 삼성정밀화학과 영국 이네오스(Ineos)가 각각 49.1대50.9 비율로 합작했으며 페인트 및 사진 현상액으로 사용되는 초산과 태양광 소재, 산업용 필름 등 첨단산업용 VAM을 생산하고 있다.
롯데이네오스화학은 2021년 VAM을 20만톤 증설하고 태양광 호황에 맞추어 수익성을 대폭 개선했으며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태양광발전이 확대됨에 따라 EVA(Ethylene Vinyl Acetate), VAM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태양전지 모듈 소재로 투입되는 EVA는 VAM 함량에 따라 열접착 온도, 내구성, 투과력 등이 결정되며, VAM은 식품 포장재와 무독성 접착제, 페인트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분야을 비롯해 태양광 모듈 하우징과 디스플레이용 편광필름 등 친환경 첨단소재용으로 용도가 확대되고 있다.
바이오 VAM으로 탄소 감축 본격화
롯데이네오스화학은 바이오 VAM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롯데이네오스화학은 2022년 초부터 바이오 VAM 생산을 준비하고 있으며 2023년 4월 EU(유럽연합)의 재생에너지 지침에 따라 바이오 원료를 20% 이상 사용해 만든 바이오 VAM에 대한 ISCC 플러스 인증을 획득했다.
또 탄소발자국(PCF) 평가를 진행하고 2023년 3분기 초도물량 공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유럽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이네오스화학 관계자는 “글로벌 3위의 VAM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바이오 VAM 시장 확대를 통해 친환경 원료 수요에 대응하며 탄소
배출 저감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이네오스화학은 1989년 삼성BP화학 이름으로 설립돼 공장 가동 직후인 1992년 매출 510억원, 영업이익 22억원을 창출한 뒤 영업실적을 꾸준히 개선했으나 2000년대 후반 중국 대규모 신증설에 따른 공급과잉, 원료가격 폭등으로 2011년 초산 55만톤 증설을 마지막으로 성장세가 정체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2016년 삼성BP화학을 인수했고 이네오스가 BP의 초산 사업을 인수하면서 롯데이네오스화학으로 회사명을 변경했으며 초산 10만톤과 VAM 20만톤 증설 프로젝트를 진행해 2019년 초산 65만톤, 2020년 VAM 40만톤을 확보했다.
이후 VAM 수요가 급증한 영향으로 롯데이네오스화학은 2021년 매출 1조3832억원을 달성했고 2022년에도 1조4316억원으로 증가세를 유지했다.
중국, 초산 밸류체인 대형화
중국은 대규모 초산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Inner Mongolia Zhuozheng Coalchemical은 2023년 1월 내몽고자치구 당국에 약 600억위안(11조원) 투자계획을 신청했다.
생분해성 수지인 PGA(Polyglycol Acid) 100만톤, POM(Polyacetal) 12만톤, EVA, PVOH(Polyvinyl Alcohol) 등을 2023년에 본사가 소재한 오르도스(Ordus)의 나린허(Nalinhe) 산업지구에서 사업화할 계획이다. 초산 유도제품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Inner Mongolia Zhuozheng Coalchemical은 탄광‧발전기업인 중국화능집단공사(China Huaneng Group) 자회사로 2005년 설립돼 석탄 베이스 메탄올 120만톤, 초산 100만톤 플랜트를 가동하고 있다.
1기 투자에서는 출발원료인 초산 35만톤과 생분해성 수지인 PGA 20만톤, POM 6만톤, 접착제·코팅제 원료인 EVA 10만톤, 섬유·필름에 사용되는 PVOH 30만톤, 에탄올(Ethanol) 5만톤 플랜트를 건설할 계획이다. (김진희 기자: kj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