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오연료, 바이오 플래스틱 등 화학‧에너지에 바이오 기술을 적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화이트바이오가 부상하고 있다.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에 따르면, 국내 화이트바이오 시장은 2022년 최종제품 출시보다 바이오 플래스틱 등 소재 생산에 집중하고 있으며 제휴를 통한 생산이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화이트바이오 시장은 2021년 2577억달러(약 309조원)에서 2027년 4799억달러(약 576조원)로 연평균 11.5% 성장하고 화이트바이오 기술 적용에 따라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최대 50%, 에너지 소비량은 20%, 물 소비량은 75%까지 감축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모도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는 바이오화학산업이 2020년 6417억달러(약 854조원)에서 2026년까지 연평균 15.1%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유럽 선진국들은 탄소 배출량이 높은 석유화학 베이스에서 바이오매스 베이스 화이트바이오로 패러다임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GS칼텍스, 바이오 항공연료 사업화
GS칼텍스는 바이오 항공유를 수입해 국내외 항공기업에게 공급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및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GS칼텍스는 국내 최초로 글로벌 바이오연료 메이저 핀란드 네스테(Neste)로부터 공급받은 지속가능 항공유(SAF: Sustainable Aviation Fuel)를 9월5일부터 3개월간 인천-로스앤젤레스(LA) 노선 화물기에 투입해 시범 운항했다.
SAF는 폐식용유, 동식물성 기름, 사탕수수 등을 원료로 만든 친환경 항공유로 기존 화석연료 베이스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을 80%까지 감축할 수 있으며 미국, 유럽은 SAF를 최대 50%까지 혼합할 수 있도록 인증하고 있다.
국내 첫 시범 운항은 2022년 10월13일 정부가 발표한 친환경 바이오연료 확대 방안 및 2023년 6월28일 민관 합동 친환경 바이오연료 활성화 얼라이언스 제3차 전체회의를 통해 결정한 바이오연료 실증계획에 따른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한국석유관리원, 한국공항, 인천국제공항공사, 대한항공, GS칼텍스 등이 항공기 운항노선 선정, SAF 급유 및 운항 절차 등을 마련해 이루어졌으며 SAF 2% 혼합 항공유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경수 국토교통부 항공안전정책관은 “시범 운항은 국내 SAF 상용화를 위한 첫걸음이자 신 성장 사업을 향한 도약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 탄소 감축 추세에 맞춰 국내 SAF 생산 및 적용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 지원으로 적극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SAF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2050년까지 항공기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감축해 탄소중립(Net Zero: 넷제로) 달성을 선언함에 따라 항공산업의 온실가스 감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직 생산량이 글로벌 항공유 생산량의 0.2%에 불과하나 프랑스가 2022년부터 항공유에 SAF 1% 혼합을 의무화했고 유럽연합(EU)이 2025년 SAF 2% 혼합 의무화 후 점차 확대할 예정이어서 생산 증가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GS칼텍스는 최근 화이트바이오 1,3-PDO(Propandiol) 자체 생산기술을 확보해 공급을 시작했으며, 100% 자회사 GS바이오를 통해 현재 10만톤 수준의 바이오디젤(Bio-Diesel) 생산량을 꾸준히 확대할 계획이다.
LG화학, PLA 중심 바이오 투자 집중
LG화학은 PLA(Polylactic Acid)를 중심으로 바이오 플래스틱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LG화학은 배터리 소재, 친환경제품, 글로벌 신약 등 신 성장동력에 집중 투자하고 3대 신사업 매출 비중을 2022년 21%에서 2030년 57%로 확대해 전체 매출액 4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은경 LG화학 PLA사업팀 팀장은 “글로벌 수요 증가에 따라 PLA를 포함 친환경 소재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PLA는 옥수수, 사탕수수 등 식물 베이스 원료로 생산하고 미생물로 분해돼 폐플래스틱 문제 해결 뿐만 아니라 탄소 감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며 PBAT(Polybutylene Adipate-co-Terephthalate) 등 다른 생분해 소재와 컴파운딩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 가능할 뿐만 아니라 제조공정 중 온실가스 배출량이 기존 플래스틱의 25% 수준에 불과해 지속가능한 친환경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LG화학은 각국의 플래스틱 규제 강화로 바이오 플래스틱 수요가 증가하며 글로벌 PLA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판단하고 2022년 미국 ADM(Archer Daniels Midland)과 합작법인 일리노이 바이오켐(Illinois Biochem)을 설립했으며 2025년까지 7만5000톤 플랜트를 건설할 계획이다.
합작법인 그린와이즈 락틱(Greenwise Lactic)이 ADM 발효기술을 활용해 생산한 옥수수 베이스 고순도 젖산을 원료로 공급받아 최종제품까지 생산하는 등 국내기업 최초로 통합 생산라인을 구축할 방침이다. LG화학은 2023년 초부터 미국 PLA 공장 건설 및 유럽 양극재 공장 증설에 집중하기 위해 익산 양극재 4000톤 공장 및 부지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또, 일본기업 바이오웍스(Bioworks)의 첨가제 기술을 활용해 PLA 베이스 섬유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2023년 8월28일 약 90억원의 지분투자 계약 및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바이오웍스에게 미국 일리노이 공장에서 생산한 PLA를 공급해 스포츠의류 섬유용 원료 PlaX을 생산할 예정이다.
PlaX은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폴리에스터(Polyester) 대비 35% 줄일 수 있으며 폐기 중 다이옥신(Dioxin) 등 유해물질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화학은 PLA보다 유연성이 우수하며 투명성까지 유지한 PLH(Polylactate-co-Hydracrylate) 상용화도 준비하고 있다. PLH는 옥수수 성분 포도당 및 폐글리세롤을 활용한 바이오 함량 100% 생분해성 소재이다.
2023년 7월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 SK마이크로웍스, 삼양사, CJ제일제당, 토탈에너지스콜비온(Totalenergies Corbion) 등 국내외 생분해 플래스틱 소재 관련기업들과 화이트바이오 순환경제 기술 연구조합을 출범했으며 인천대 등 연구기관과 함께 기술을 개발하고 실증사업을 통해 신산업 발전에 저해되는 규제 완화를 도모할 예정이다.
글로벌 바이오 플래스틱 시장은 2025년 279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나, 생분해 플래스틱은 전체 플래스틱 생산량 3억6000만톤의 약 1%에 불과해 친환경 플래스틱이 기존 플래스틱을 대체하기까지 상당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생분해 플래스틱 시장 확대를 위해 가격경쟁력 향상 및 폐기물 분해기술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글로벌 생분해 플래스틱 시장은 중국이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중국은 생분해 플래스틱 소비량이 2016년 15만1000톤에서 2021년 27만6000톤으로 늘었으며 정부의 플래스틱 사용 제한을 타고 2022년 33만8000톤으로 급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정부는 탄소중립과 환경 보호를 위해 2020년부터 비분해 플래스틱 사용을 제한에서 금지로 변경했으며 2025년까지 일회용 플래스틱 사용을 전면 금지해 생분해 플래스틱 수요가 500만톤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화이트바이오 확장 열풍 치열하다!
국내 화학기업들은 화이트바이오 사업을 미래 신 성장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다.
화이트바이오 사업은 공장 굴뚝의 검은 연기를 하얀색으로 바꾼다는 의미처럼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임으로써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에 주력하며 바이오 베이스 연료·소재·최종제품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 역시 투자 확대에 일조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바이오 사업 로드맵 1단계에 따라 2023년까지 대산에 바이오디젤 13만톤 공장을 건설하고 2024년까지 일부 설비를 수소화 식물성 오일(HVO: Hydrogenated Vegetable Oil) 50만톤 생산설비로 전환할 예정이다. 바이오디젤은 식물성·동물성 기름을 추출해 경유와 유사하게 가공한 후 경유 대체용으로 투입하거나 경유에 혼합해 사용하며 폐자원 재활용 및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해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2단계로 HVO를 활용한 바이오 항공유 50만톤 공장을 건설하고, 3단계로 2026년까지 글리세린(Glycerin) 등 화이트바이오 부산물을 활용한 바이오 케미칼 사업을 추진해 2030년까지 100만톤에 달하는 화이트바이오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밖에 바이오 선박유 역시 개발하고 있으며 바이오 나프타(Naphtha)·디젤·항공유를 대상으로 국제 친환경 인증을 취득할 예정이다.
대상은 최근 석유계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신소재 카다베린 샘플을 시범 생산했다.
카다베린은 나일론(Nylon), PU(Polyurethane) 생산에 사용하는 바이오매스 베이스 기초원료로 아미노산의 일종인 라이신(Lysine)을 활용해 만들며 생산공정상 기존 석유계 HMDA(Hexamethylenediamine)에 비해 탄소배출량이 적어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으며 기존과 동일하게 섬유, 플래스틱, 페인트, 잉크, 에폭시수지(Epoxy Resin) 등에 사용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은 옥수수 전분을 활용해 생분해성 바이오 플래스틱 소재인 열가소성 전분도 개발하고 있다.
삼양그룹은 최근 화이트바이오 소재 이소솔바이드(Isosorbide) 공장을 국내 최초로 준공했다. 이소솔바이드는 옥수수 등에서 추출한 전분을 화학적으로 가공해 생산하며 석유 베이스 소재를 대체해 플래스틱, 페인트에 사용 가능하다.
한화솔루션은 PVC(Polyvinyl Chloride) 가공기업 7사와 탄소 감축을 위한 바이오 PVC 사업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2023년 4월부터 울산, 여수공장에서 바이오 PVC를 생산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PLA 리사이클링 사업을 위해 2023년 3월 네덜란드 토탈에너지스콜비온, 한국 이솔산업과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화이트바이오 관계자는 “온실가스 배출, 환경오염 문제 해결책으로 화이트바이오 기술이 여러 분야에 걸쳐 적용되고 있는 만큼 관련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초기 시장 창출과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 및 제도 개선에 정부, 관련기업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화이트바이오 육성에서 활성화로…
정부는 2023년 화이트바이오 전략을 기존 육성에서 활성화 방향으로 수정했다.
화이트바이오 체계가 생산성‧경제성 중심에서 탈석유화‧지속가능성 중심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국내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침으로 파악된다.
김형철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바이오PD는 “글로벌 탄소 감축 실행 확대에 따라 석유 베이스 플래스틱 원료를 대체할 수 있는 탄소중립형 바이오매스 원료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EU가 화이트바이오 로드맵을 발표해 집적단지 조성이나 유럽기후법을 승인하고, 미국이 바이오에탄올(Bio-Ethanol) 상용화를 위해 바이오 우선 사용 프로그램(Bio-Preferred Program)을 운영하는 등 순환형 바이오 경제가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화이트바이오 시장은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의 시장 육성에 따라 2017년 2389억달러에서 2025년 4723억달러로 연평균 8.9%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글로벌 생분해성 플래스틱 시장은 2021년 약 100조원에서 2026년 303조원으로 연평균 24.8%, 국내시장은 2021년 2079억원에서 2026년 4426억원으로 16.3% 성장하나 국내 시장은 아직 글로벌 시장의 0.2-0.5%에 불과한 수준이다.
정부는 화이트바이오 활성화를 위해 2023년 첨단바이오 신소재 상용화 지원 및 연구개발(R&D) 강화로 기능성 바이오 소재를 대량생산하고 2024년 바이오 플래스틱 전주기 평가 기술 개발 프로젝트 등을 추진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으로 2024년 바이오 파운드리 구축 사업을 진행하며 화이트바이오 제조혁신 지원센터 건설 및 지원 정책을 수립하고 2027년에는 화이트바이오 창업기업 2000사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화이트바이오 활성화 중점 투자 분야로 바이오 플래스틱, 정밀·특수화학 소재, 기능성 소재, 바이오 탄소, 바이오 화학 소재 생산 플랫폼 등 5개 분야 전략과제를 단계적으로 수행할 방침이다.
여수단지에는 생분해성 플래스틱 평가·인증지원센터를 건설한다. 국내 대표 친환경 소재 인증기관 한국의류시험연구원이 사업을 총괄하고 전남테크노파크,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한국화학연구원 등이 사업에 참여하며 총 사업비 225억원을 투입해 2027년 완공할 계획이다.
전라남도는 화이트바이오 관련 기술 개발, 시제품 제작, 양산 지원, 평가·인증, 재자원화 등 원스톱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김종갑 전라남도 전략산업국장은 “친환경 소재 수요 증가와 탄소중립 추세에 따라 화이트바이오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화이트바이오 관련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지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바이오 경제 2.0 추진 방향을 통해 바이오 신소재 활성화, 바이오에너지 상용화 등을 통해 2030년 바이오 생산액 100조원, 수출액 500억달러 달성을 선언한 바 있다. (김진희 기자: kj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