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이 PFAS(Polyfluoroalkyl Substance) 규제 시행시기를 늦출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은 2023년 9월 PFAS의 유럽 사용을 금지하는 규제를 마련하고 의견 공모를 실시한데 이어 2024년 초 유럽 화학물질청(ECHA)의 2개 전문위원회에서 산업 섹터별로 평가를 시작했다.
다만, 각국에서 5462건 및 10만페이지에 달하는 의견이 쇄도해 예상했던 것보다 긴 심의기간이 필요했고 최근 유럽위원회 자료에서 2년 정도 늦어질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확인된다.
PFAS를 유통, 사용하는 관련기업들은 당장의 규제 강화를 피할 수 있어 환영하면서도 심의가 길어질수록 차기 투자 일정을 확정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불확실성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EU, 의견 5462건 쇄도해 심의기간 연장
PFAS는 난연성, 내열성, 전기절연성, 유전특성, 발수‧발유성, 내약품성, 윤활성 등을 갖추어 에너지, 반도체, 전기‧전자‧통신, 수송, 의료, 인프라 등 다양한 영역에 사용되는 필수 소재로 자리 잡고 있다.
유럽은 2023년 1월 ECHA가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으로부터 제안받은 1만종 이상의 PFAS를 대상으로 한 규제안을 공개하고 3-9월에 걸쳐 공개 의견을 청취한 바 있다.
규제안을 심의하는 ECHA 리스크평가전문위원회(RAC)와 사회경제분석전문위원회(SEAC)는 모집한 의견에 대한 공식 입장을 아직 밝히지 않았으나 2024년 3월 이후 산업 섹터별 평가에 착수했다.
현재까지 소비자용 혼합물, 화장품, 스킨왁스, 금속 도금 및 금속제품 제조 등 일부 분야는 잠정적 결론을 내렸으나 합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고 9월에는 섬유 및 피혁제품 등 식품접촉 소재와 포장, 석유·광업, 불소가스 용도, 수송, 건축제품 등을 평가할 예정이다. PFAS 제조, 의료기기, 전자 및 반도체, 에너지, 윤활유 분야에서 논의가 남아 있으나 평가 일정은 미정이다.
유럽위원회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최근 서한에서 PFAS 규제 가능성이 주요 기술에 대한 투자를 억제할 수 있고 DX(Digital Transformation), GX(Green Transformation) 분야에서 실행 가능한 대체수단이 없을 때와 규제 예외 상황을 제안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처음 규제안을 제안한 5개국으로부터도 당초 규제안을 구상할 때 평가하지 않았던 산업 섹터를 추가하고 불소가스 규제 등 기존 EU(유럽연합) 규제에 미칠 영향 평가, 규제안 수정 및 유예기간 정정, 규제 옵션 설정, 사회‧경제 영향 평가 구체화 등 다양한 추가 의견이 제시되고 있고 일부에서 지나친 규제안이었다는 반성까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덴마크, 독자 규제로 공백 해소
최근에는 EU 각국이 EU만을 대상으로 하는 독자적인 규제안을 제안하고 있다.
프랑스는 필수 사용재를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PFAS 사용을 금지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소비자 용도로 한정한 일부 수정안이 상원에서 채택됐다. 다만, 의회 해산으로 폐기된 것으로 파악된다.
덴마크는 2020년 종이상자용에 대해 PFAS 사용을 금지한데 이어 2025년 7월 의류(보안‧안전용 방호복 제외), 신발, 방수용도 사용 금지령을 발효시켰고 2026년 본격적인 규제에 나설 방침이다.
EU 각국의 PFAS 규제법이 EU법보다 먼저 성립되면 EU법이 성립되기 전까지 각국의 규제가 유효하고 EU법이 성립된 다음부터는 EU법이 우선시된다.
프랑스 등 일부 국가는 EU법 성립을 기다릴 수 없어 자체 규제를 마련하고 있으며 EU 내부에서도 유럽의회 선거가 있는 만큼 규제안 심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PFAS 관련 산업은 RAC와 SEAC가 평가 결과를 공개한 후에도 2번 정도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며 많은 관계자들이 본격적인 규제 적용은 당초 계획했던 2025년이 아니라 빨라도 2026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위원회는 2023년 일정 보고서에서 명확한 시기를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PFAS 규제 시행이 2년 정도 지연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불소제품 생산기업과 수요기업들은 일단 유예기간을 얻은 셈이나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음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장에 불러올 파장이 여전할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는 ECHA가 규제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최종적으로는 유럽위원회가 추진하기 때문에 앞으로 유럽 정부 당국과 EU 국가들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미국, TSCA 보고제도 시행 “목전”
미국 역시 PFAS 규제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심의에 시간이 걸리고 최종적으로는 소비자가 직접 사용하는 용도에서만 제한적으로 규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2024년 11월 연방정부 유해물질관리법(TSCA: Toxic Substances Control Act)에 기반을 둔 보고제도를 시작하며 일부 주는 독자 규제를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규제 범위는 당초 전면금지에서 소비자 용도에 한정하는 방향으로 수정됐으나 11월 대통령선거 결과에 따라 PFAS 규제 또한 방향성이 변경될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연방정부는 TSCA 8조 (a) (7)을 바탕으로 2023년 11월 PFAS 보고 규칙을 발효했다.
2011년 이후 미국에서 PFAS 대상 물질을 생산‧수입한 자는 물질정보, 용도 분류, 생산량, 수입량, 가공량, 부생성물, 작업자 수, 작업자에 대한 노출 빈도와 시간, 폐기 방법 등을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한 내용을 중심으로 2024년 11월12일부터 6개월 동안(성형제품 수입만 실시하는 소규모 제조업자는 12개월간) 시행할 방침이다.
메인주는 2032년 냉매 용도를 제외하고 PFAS 함유제품 판매를 금지, 2040년에는 면제 대상인 현재 사용을 피할 수 없는 용도(CUU)와 제외 용도 이외의 PFAS 함유제품 판매를 금지할 예정이고 최근까지 제외 용도를 확대한 수정안 제출 및 의견 수렴을 진행했다.
미네소타주는 주정부가 이해관계자 회의를 2회 열어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PFAS 사용범위가 넓고 적용 제외 항목도 추려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른 주는 카펫, 의류 가공제품, 조리도구, 화장품, 덴탈프로스, 아동 사용제품 등 소비자 용도에서만 PFAS 규제를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데이터 부족으로 기준치 설정 난항
일본은 내각부 식품안전위원회가 PFOA(Perfluorooctanoic Acid), PFOS(Perfluorooctanesulfonic Acid)의 1일 섭취량을 체중 1kg당 20나노그램으로 산출했다.
미국의 음료수 기준에 비해 기준이 낮은 편이나 일찍이 잔류성 유기 오염물질(POPs) 조약에서 금지된 PFOA와 PFOS, PFHxS(Perfluorohexane Sulfonate) 등 특정 PFAS 이외 PFAS 유해성과 관련한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아 아직 구체적인 기준을 세우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
특정 PFAS는 1만종 이상 존재하는 PFAS 중 스톡홀름조약(POPs 협약)에서 난분해성, 고축적성, 장거리 이동성과 사람 포함 생물에 유해성을 가진 물질로 분류해 규제하는 화학물질로 PFOS와 PFOA, PFHxS 염과 관련 물질을 가리킨다.
일본 플루오로케미칼프로덕트협의회는 PFAS 전체를 유해물질이자 규제 대상으로 다루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결여됐고 POPs 협약 규제 화학물질을 특정 PFAS와 구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은 생산기업에게 6개 물질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유해성 시험 실시를 요청했기 때문에 앞으로 일정수준 데이터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강윤화 책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