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은 한국과의 악연을 청산하고 상호 발전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었는가?
한국은 중국을 막아주는 중간 회색지대 역할을 계속할 수 있는가? 한국은 북한의 공격을 막아줄 수 있는가? 남‧북 전쟁이 발발하면 일본은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을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는 유력한 수단으로 계속 인정할 것인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는 다시 만날 것인가? 북한 핵무기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한국은 일본과의 협력을 끝내고 적대적 관계로 전환할 자세가 돼 있는가? 아니 필요성이 있는가? 트럼프가 김정은과 어떠한 거래를 시도할 때 막아낼 자신이 있는가? 핵무기를 개발할 능력은 갖추고 있는가?
어느 안건 하나도 정답을 찾을 수 없는 안갯속 국면이다. 한국에 유리하게 돌아가는 요인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그렇다고 당장 터지지도 않을 것이다. 불안감을 안고 버텨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GDP가 3만달러를 넘어서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한국의 실제 위상이다. 글로벌 10위권 경제대국이라는 점은 확실하나 정치적‧군사적 위상은 물론이고 정신적‧경제적 위상마저 경제대국과는 거리가 먼 것이 현실이다.
미국에 의지해, 미국의 보호 아래 성장하고 발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경제력에 걸맞는 역할은 도외시한 채 아군과 적군도 구분하지 못하는 처신과 무책임이 원인일 것이다.
화학산업은 정치적‧군사적‧정신적 패배주의에 비하면 그런대로 양호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가?
석유화학은 세계 4위권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고, 석유정제도 영향력이 상당한 편이다. 제약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 분야도 후진적이지는 않다. 삼성바이오를 중심으로 한 CDMO는 한국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전자‧반도체 강국이면서 관련 소재는 일본‧중국산 수입에 절대 의존하고 있고, 현대‧기아가 글로벌 자동차 3-4위로 올라섰으나 자동차용 소재도 100% 국산화하지 못하고 특수화‧차별화 또는 가격경쟁력을 이유로 중국‧일본산을 수입하고 있다. 바이오도 몇몇을 제외하고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고, 제약 역시 5-6사를 제외하면 소분‧물장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제분업이 부정당하고 WTO 체제가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으며 미국 중심으로 생산체제가 재편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한국 화학산업이 설 자리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석유화학은 글로벌 4위라고 큰소리치고 있지만 무모한 신증설 경쟁으로 생사 위기에 몰리고 있으며, 석유정제도 전기자동차 전환에 따라서는 곡소리를 내야 하는 지경이다. 원유‧천연가스는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나 탄소중립은 물론이고 에너지 절약도 형식적 이행에 그치고 있다. 리사이클과 재자원화를 통해 수입을 줄여야 함에도 생산능력을 줄일 수 없다며 안달이고 리사이클 기술 개발도 감감무소식이다.
한국과 일본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현상이라고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 뿐이다. 그래도 일본은 출산율이 한국보다는 양호하고, 고령화 대비도 한국을 앞서 있다. 사회적‧경제적 갈등도 한국보다는 훨씬 덜한 편이다.
화학산업을 놓고 보면, 일본은 에틸렌을 생산하는 스팀 크래커 가동률이 30개월 연속 90%를 밑돌았고 최근에는 80% 수준을 맴돌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손익분기점 90%가 무너진 지 오래됐고 최근에는 70% 중후반을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전기‧전자, 반도체, 통신, 자동차 등 산업 소재의 차별화에 성공해 무역 압박을 피해 갈 수 있는 반면, 한국은 아직도 범용 중심이어서 트럼프의 관세 폭탄을 피하지 못할 것이 확실시된다. 더 큰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칼춤에 따라서는 한국과 일본이 등을 돌리고 싸워야 할 수도 있다. 대비책은 세우고 있는가?
<화학저널 2025년 03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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