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산업용 전기요금을 깎아달라고 난리법석을 떨고 있다.
전라남도와 여수시는 여수 석유화학 단지가 산업위기 선제 대응 지역으로 지정된 것을 계기로 석유화학 제조용 전기요금을 10-12% 인하해 줄 것을 정부에 강력히 요청했다. 중국 공세로 위기를 맞고 있는 석유화학기업들을 살리기 위해 2024년 인상된 전기요금(10.2%)을 다시 환원해달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서산시도 대산단지 소재 석유화학기업들이 적자로 몸살을 앓고 있다며 전기요금을 낮춰 달라고 요구했다. 다만, 울산시는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다.
석유화학산업은 정부가 전기요금 인하 요청을 받아주면 여수‧울산‧대산 단지를 포함해 연간 5000억원에 달하는 코스트 감축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수단지에 입주해 있는 LG화학, 롯데케미칼, 여천NCC, 한화솔루션 등이 2024년 부담한 전기요금이 2조1761억원에 달해 10%만 내려도 2000억원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울산과 대산으로 확대하면 감축 효과가 5000억원 수준에 달한다.
그러나 전기요금을 깎아줘도 석유화학기업들의 경쟁력이 살아나지는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 2024년 석유화학 부문 적자가 롯데케미칼 8941억원, LG화학 5632억원, 한화솔루션 3002억원, 여천NCC 1503억원 등 적자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인상이 석유화학 적자의 직접적인 요인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자급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신증설을 단행했으나 중국 경제가 침체에 빠져 아시아를 중심으로 공급과잉이 심화됨으로써 구조적으로 적자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중국의 블랙홀을 착각하고 무리하게 신증설을 단행함으로써 스스로 적자를 유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공장 가동률이 70% 안팎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지 못했다면 순전히 본인들이 져야 할 책임이지 정부가 손실을 보전해 주어야 할 책무는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석유화학이 전라남도 제조업 생산액의 65%를 차지함으로써 전남 경제가 붕괴 위기에 몰려 있다는 전라남도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민주당 정부를 탄생시킨 공로가 큰 만큼 선물 보따리를 내놓으라는 억지에 불과할 뿐이다.
더군다나 석유화학만 불황에 시달리는 것도 아니어서 산업 형평성 문제를 무시할 수 없고, 엄청난 적자를 안고 있는 한국전력을 존폐 위기로 내몰 수도 있다. 정부가 함부로 손댈 수 있는 영역이 아님이 분명하다.
석유화학기업들은 정부에 손을 내밀기 전에 다른 자구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LG화학이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고 전력거래소에서 전력을 직접 구매하겠다고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직접구매 제도는 수전설비 용량이 3만kVA 이상인 전기 사용자에 허용된 제도로 정유‧석유화학기업은 대부분 해당하며, SK어드밴스드도 3월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에서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요금과 비교할 수는 없으나 평균 연봉이 1억원을 훨씬 초과한다는 점, 초호화 사무실을 비롯해 낭비 요인이 많다는 점, 연구개발 효율화 방안 마련 등 코스트 감축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2년부터 3년간 76% 인상돼 kWh당 약 190원 수준에 달하고 인상률도 가정용·일반용의 2배에 달하고 있으며, 선거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가정‧상업용 인상분을 전가함으로써 산업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개선이 요구된다.
하지만, 2022년 이전에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낮았다는 점에서 석유화학기업들이 경쟁력 저하를 운운하며 전기요금을 들먹일 자격은 없다.
<화학저널 2025년 07월 28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