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황 제외 모든 원료 수입 … 환율과 국제가격이 원가 좌우
국내 무기질비료 산업의 원가는 국내 생산 조건이 아니라 원료 가격에서 결정된다. 비료기업들은 유황(Sulfur)을 제외한 주요 원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 원자재 가격과 환율, 해상운임 변화가 생산원가에 반영된다. 국내 비료산업의 사업구조 조정 논의가 원료 공급망에서 출발하는 것도 원가의 결정 권한이 국내에 없기 때문이다.
원료 수입이 중단되면 완제품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어도 생산을 유지하기 어렵다.
비료 가격은 질소계 비료의 기초원료인 암모니아(Ammonia)와 요소(Urea)는 천연가스(Natural Gas) 가격에 연동되고 인산계 비료의 원료인 인광석과 인산이암모늄은 매장국과 생산국의 수출정책에 좌우된다. 칼륨계 비료의 원료인 염화칼륨도 소수 국가에 집중돼 있다.

원료가격 변동은 비료 생산과 판매 사이에 시차를 만든다. 비료기업들은 영농기에 맞추어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수개월 전에 원료를 구매한다.
국제가격이 하락해도 높은 가격에 확보한 원료가 남아 있으면 판매가격을 즉시 내리기 어렵다. 원료가격과 환율이 급등하는 국면에서는 판매가격 조정 전까지 비용을 부담해야만 한다.
정부는 원료 수급 불안에 대응해 생산기업에 원료구입자금을 융자하고 요소와 인산이암모늄에 할당관세를 적용해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무기질비료 원료구입자금 지원 규모는 2024년 4000억원에서 2025년 5000억원으로 확대됐다. 2025년에는 원료가격과 환율 상승에 대응해 무기질비료 가격보조 및 수급안정 사업에 255억원이 편성됐다. 지원은 국제 원료가격이 급등하는 국면에 맞추어 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돼왔다.
비료 생산기업들은 가장 저렴한 원료를 확보하는 능력과 함께 특정 국가에 집중된 조달 구조를 분산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공급국의 수출 제한이나 국가 간 분쟁이 발생하면 원료가격 상승을 넘어 국내 농업용 비료의 공급 차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료도 범용비료 시장 축소 … 성분 설계로 경쟁 이동
국내 무기질비료 생산은 물량 감소와 제품 고도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무기질비료 생산량은 2000년 373만톤에서 2023년 175만톤으로 53.1% 감소했다. 농업용 무기질비료 소비량도 성분량 기준 2000년 80만1000톤에서 2022년 41만톤으로 감소했다. 경지면적 축소와 비료 사용량 감축, 유기질비료 사용 확대가 범용 무기질비료 시장을 위축시킨 요인으로 분석됐다.
완효성 비료는 양분이 토양에 녹아 나오는 시기를 제어하는 제품이다. 코팅 두께와 소재를 조정해 질소・인산・칼륨의 용출 시점을 조절한다. 작물의 생육기간과 양분 흡수 속도에 맞춰 성분을 공급하면 한 번의 밑거름으로 웃거름 작업 일부를 대체할 수 있다.
완효성 비료의 기술 경쟁은 양분 방출 기간을 늘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온도와 수분 조건에 따라 성분이 지나치게 빠르거나 늦게 방출되지 않도록 용출 속도를 관리해야 한다.
사용 후 코팅재가 토양에 남는 문제도 과제로 지적된다. 농촌진흥청과 비료업계가 생분해성 코팅재 개발에 나선 것도 용출 제어 성능을 유지하면서 잔류 코팅재를 줄이기 위해서이다.
성분 배합과 용해성을 작물별로 설계하는 과정이 공급의 전제가 되면서 범용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방식과는 다른 생산 구조가 요구되고 있다.
비료, 노동력 절감이 구매 기준으로 부상
농촌 고령화가 비료의 선택 기준을 바꾸고 있다.
2025년 농림어업총조사 잠정 결과에 따르면, 농림어가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비중은 51.0%로 전체 인구보다 30.7%포인트 높았다. 농업 인력이 줄고 작업자의 연령이 높아지면서 여러 차례 비료를 운반하고 살포하는 방식은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농가가 완효성 비료를 찾는 이유는 수확량 증가보다 노동력 절감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완효성 비료를 일반 비료보다 비싼 가격에도 사용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57.9%였다. 사용 의향을 밝힌 농업인 가운데 57.7%는 노동력 절감을 이유로 응답했다.

비료기업의 경쟁 요소는 제품 가격에 한정되지 않는다. 비료 사용량과 시비 횟수, 살포시간을 함께 줄이면 단위 가격이 높더라도 농가의 전체 생산비는 낮아진다.
고효율 비료의 보급에는 제품 성능을 검증하고 사용기준을 전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완효성 비료는 작물의 재배기간과 제품의 용출 기간이 맞지 않으면 생육 후기에 양분이 부족해진다. 미량요소 비료도 필요량을 초과하면 작물 피해가 발생해 비종별 사용기준을 함께 고지해야 한다.
정부 지원 방식의 변화도 농가의 제품 선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2026년 12월 시행 예정인 필수농자재지원법은 공급망 위험에 따른 농자재 가격 상승에 대응하는 제도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지원 품목과 기준은 하위 법령에서 정해질 예정이다.
국내 비료산업은 전체 사용량 감소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전환 국면에 놓인 것으로 분석된다. 범용 무기질비료 시장이 축소되는 국면에서도 원료 조달을 안정시키고 농가의 노동력과 사용량을 줄이는 비료를 공급하는 역량의 비중은 커지고 있다. 비료기업의 사업 중심도 판매 물량을 늘리는 방식에서 단위 투입량당 효과와 작업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최재혁 기자: cjh@cheml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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