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을 중심으로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가 강화되면서 식품용기 수준의 재생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술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화학적 재활용(CR: Chemicla Recycle)은 오염되거나 품질이 낮은 폐PET까지 원료로 되돌릴 수 있는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상업화까지는 공정 효율과 경제성이라는 문턱이 남아 있다.
람다레이는 분석·시험장비 사업에서 쌓은 검증 역량과 오랜 PET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화학적 재활용의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람다레이 정재원 대표와 김영범 연구소장을 만나 PET 화학적 재활용 기술의 현주소와 상업화 방향을 들어봤다.
Q. 먼저 람다레이는 어떤 회사인지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정재원 대표: 람다레이는 분석‧시험장비 국산화에서 출발해 지금은 PET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핵심 사업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창업 이후 각종 분석장비를 직접 개발했고, 황사‧보건용 마스크의 성능을 평가하는 필터 테스터도 만들었습니다.
당시 수입산 마스크 시험장비가 한 시스템에 3억~4억원 정도 했습니다. 생산기업 입장에서는 시험장비 한 대를 들여놓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죠.
저희는 국산화에 성공해 7000만원대까지 가격을 낮췄습니다. 공교롭게도 2019년 12월 개발을 마친 직후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1년은 정말 정신없이 장비를 만들었습니다.

이런 분석‧시험장비 사업이 회사의 기반을 만들었다면, 또 다른 한 축에는 오래전부터 축적해온 PET와 고분자 연구 경험이 있었습니다. 이 두 가지가 만나면서 2017년부터 폐PET를 다시 원료 수준으로 돌리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Q. 분석‧시험장비와 PET 화학적 재활용은 얼핏 다른 사업처럼 보입니다.
정재원 대표: 분석장비를 만들면서 저희가 계속 해온 일이 결국 측정하고 검증하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공정을 개발하려면 반응이 제대로 됐는지, 어떤 물질이 얼마나 남았는지, 생산된 원료의 품질이 어떤지를 계속 확인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기존 사업에서 축적한 역량이 도움이 됐습니다.
여기에 김영범 연구소장님이 오랜기간 해온 고분자와 PET 연구 경험이 결합됐습니다. 람다레이에는 분석과 시험을 할 수 있는 기반이 있었고 기술적으로는 PET를 어떻게 분해하고 다시 원료화할지에 대한 경험이 있었던 겁니다.
Q. 기술적 출발점에는 김영범 연구소장님의 코오롱 재직 당시 경험이 있으셨군요.
김영범 연구소장: 저는 코오롱 중앙연구소에서 연구소장을 지냈습니다. 우리나라에 PET병이 들어오기 시작하던 1980년대부터 PET를 연구했으니까 말 그대로 PET병과 같이 나이를 먹은 셈입니다.
당시에도 폐 폴리에스터(Polyester)를 분해하는 연구를 했고 폐PET에서 아라미드 원료인 TPC(Terephthaloyl Chloride) 계열 물질을 만드는 연구도 했습니다. 촉매도 다뤘고 익스트루더(Extruder)를 이용해 반응을 촉진하는 방법도 연구했습니다.
PET를 화학적으로 분해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는 교과서에도 나옵니다. 문제는 교과서에서 된다고 해서 공장에서 바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실험실에서는 된다고 하는데 일주일을 돌려도 반응이 충분히 진행되지 않는다면 사업이 될 수 없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PET가 분해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분해하고, 그것을 다시 쓸 수 있는 원료로 만들 수 있느냐입니다. 과거 연구 경험이 지금의 공정을 만드는 기반이 됐습니다.
Q. 기술 이야기에 앞서 국내 PET 재활용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김영범 연구소장: 한마디로 말하면 지금은 ‘얼마나 잘 재활용했느냐’보다 ‘얼마나 많이 모았느냐’에 유인이 집중된 구조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성실한 소비자가 집에서 라벨까지 열심히 떼고 투명 PET병을 따로 버려도 수거 과정에서 종이나 다른 플라스틱과 다시 섞일 수 있습니다. 소비자는 깨끗하게 분리했다고 생각하지만 이후 과정은 또 다른 문제인 겁니다.

이렇게 섞인 폐기물에서 PET만 다시 골라내려면 광학선별기가 필요합니다. 기계가 잡지 못하는 것은 사람이 손으로 다시 골라야 하고, 캡과 캡 링, 라벨과 접착제도 제거해야 합니다.
결국 좋은 재생원료를 만들려면 수거 이후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갑니다. 분리배출을 잘했다고 곧바로 좋은 재생원료가 생기는 구조가 아니라는 겁니다.
Q. 그럼 A급 PET 플레이크 가격이 높은 것도 같은 이유일까요?
김영범 연구소장: 그렇습니다. A급 플레이크는 상대적으로 PET 순도가 높고 이물질이 적은 원료입니다. 등급이 내려갈수록 유색 PET나 다른 수지, 라벨‧접착제 같은 이물질이 더 많이 포함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폐기물인데 깨끗해질수록 가격이 올라간다는 점입니다.
A급을 만들려면 혼합된 폐기물에서 PET를 다시 찾아내고, 라벨과 캡을 제거하고, 세척하고 말려야 합니다. 광학선별기를 돌리고 사람이 다시 손으로 확인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폐기물 자체가 비싼 게 아닙니다. 폐기물을 깨끗한 원료로 만드는 비용이 비싼 겁니다.

현재 기준으로 A급 PET 플레이크는 kg당 약 1000원 수준이고, 저희가 사용하는 상대적으로 저급인 원료는 kg당 약 300원 정도입니다.
화학적 재활용의 의미도 여기에 있습니다. 가장 비싸고 깨끗한 원료만 골라 써야 한다면 굳이 복잡한 화학적 재활용을 할 이유가 줄어듭니다. 상대적으로 상태가 좋지 않은 폐PET까지 원료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Q. 그렇다면 많이 수거했다는 것과 실제로 많이 재활용했다는 것도 구분해서 봐야겠군요.
김영범 연구소장: 맞습니다. 그래서 재활용률을 이야기하기 전에 어디까지를 재활용이라고 부르는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병을 수거해 압축했습니다. 그다음 잘게 분쇄해서 플레이크를 만들었습니다. 여기까지를 재활용 실적으로 본다면 숫자는 높게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중요하게 보는 건 다음입니다. 플레이크가 실제로 다시 PET 원료가 됐는가? 새로운 병이나 제품으로 돌아왔는가? 하는 겁니다.
중간단계에서 경제성이 맞지 않아 멈추거나 다른 처리 경로로 빠진다면 순환은 완성되지 않은 겁니다. 폐기물을 한 번 옮기고 잘게 부쉈다고 순환경제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수거량과 실제로 다시 소재로 돌아가는 물량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Q. 그럼 체계가 잘 잡힌 해외와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김영범 연구소장: 가장 큰 차이는 소비자가 깨끗한 병을 반환하도록 제도를 만들어준다는 점입니다.
국내에서는 생산기업이 재활용 분담금을 내고 비용은 가격에 반영됩니다.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비용을 부담하는 측면이 있지만 빈 병을 깨끗하게 반환했다고 해서 돈을 직접 돌려받는 구조는 아닙니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음료 가격에 용기 보증금이 붙습니다. 물을 마신 다음 편의점 등의 반환기에 병을 넣으면 보증금을 돌려받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기 돈이 걸려 있으니 병을 아무 데나 버릴 이유가 없습니다.
상태가 좋지 않으면 기계가 병을 받아주지 않기도 합니다. 자연스럽게 사용 직후 깨끗한 병이 빠르게 회수됩니다.
환경의식만 강조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잘 버려주세요”라고 부탁하는 게 아니라 잘 반환할 경제적 이유를 만들어주는 겁니다. 이런 회수체계가 갖춰져야 뒤의 재활용 공정도 훨씬 수월해집니다.
Q. 회수된 PET를 다시 녹여 사용하는 기계적 재활용은 품질이나 안전성 측면에서 어떤 한계가 있습니까?
김영범 연구소장: 기계적 재활용(MR: Mechanical Recycle)은 폐PET를 선별하고 세척하고 건조한 다음 다시 녹여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PET가 과정을 반복할 때마다 계속 열과 수분의 영향을 받는다는 겁니다.
PET는 긴 고분자 사슬로 이뤄져 있는데 열과 수분의 영향을 반복해서 받으면 사슬이 끊어집니다. 평균 분자량이 낮아지고 분자량 분포도 넓어집니다.
쉽게 말하면 처음에는 가지런하던 재료가 점점 들쭉날쭉해지는 겁니다. 보완하기 위해 고상중합으로 분자량을 다시 높입니다. 그런데 평균 분자량은 끌어올릴 수 있어도 이미 넓어진 분자량 분포까지 완전히 원상태로 돌리는 것은 어렵습니다.
이게 바로 반복할수록 병에서 에코백, 트레이 등으로 용도가 내려가는 다운사이클링이 나타나는 이유입니다.
안전성 관리도 기계적 재활용의 특성을 반영해야 합니다. 버진 PET와 MR-PET는 출발점과 이력이 다른데 시험기준도 그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느냐는 겁니다.
특히, 식품용 병이라면 과거에 무엇을 담았던 용기인지? 어떤 경로로 회수됐는지? 추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재생원료 사용비율을 의무화한다면 원료의 특성에 맞는 안전성 평가와 추적체계도 함께 정교해져야 합니다.

물론 기계적 재활용이 나쁜 기술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기계적 재활용이 잘될 수 있는 조건이 먼저 필요하다는 겁니다. 회수한 병이 깨끗하고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있고 다른 폐기물과 섞이지 않았다면 기계적 재활용은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유럽에서 기계적 재활용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회수체계와 추적 시스템이 그만큼 뒷받침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원료 상태가 좋지 않은데 무조건 기계적 재활용만 고집하면 선별‧세척 비용이 올라가고 PET에도 반복적으로 열을 가해야 합니다.
결국 재활용 방식도 원료에 맞게 골라야 합니다. 깨끗하고 이력이 확인되는 PET라면 기계적 재활용으로 보내고, 오염되거나 반복 재생돼 물성이 떨어진 PET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Q. 다른 방법이라면 화학적 재활용인가요?
김영범 연구소장: 그렇습니다. 화학적 재활용은 병을 씻어서 다시 병처럼 만드는 접근이 아닙니다. PET라는 고분자를 아예 원료 단계까지 되돌리는 방식입니다.
PET를 TPA(Terephthalic Acid)와 EG(Ethylene Glycol) 같은 원료 수준으로 분해한 다음 불순물을 제거하고 다시 PET를 만드는 겁니다.

비유하면 기계적 재활용은 헌 옷을 깨끗하게 빨아서 다시 입는 것과 비슷합니다. 상태가 좋으면 여러 번 입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 빨고 입으면 결국 옷감이 상합니다.
화학적 재활용은 그 옷을 원료 단계까지 풀어서 다시 새 옷을 만드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기계적 재활용과 화학적 재활용은 둘 중 하나를 없애야 하는 관계가 아닙니다. 기계적 재활용에 적합한 원료는 기계적 재활용으로 처리하고, 계속 돌리기 어려운 원료는 화학적 재활용으로 원료 수준까지 되돌리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특히, 회수 PET의 품질 편차가 큰 국내에서는 이런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Q. 다만 화학적 재활용이 등장한지는 꽤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영범 연구소장: 말씀하신대로 PET를 화학적으로 분해하는 방법 자체는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습니다. 글리콜리시스도 있고 메탄올(Methanol)이나 에탄올(Ethanol) 등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글리콜리시스로 PET를 분해하면 BHET(Bis(2-Hydroxyethyl) Terephthalate)만 깔끔하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올리고머와 여러 부산물이 같이 섞여 나옵니다. 원하는 물질만 다시 고순도로 얻으려면 재결정 같은 정제공정을 붙여야 합니다.
공정 하나가 붙을 때마다 결국 비용도 하나씩 붙는 겁니다.
공장에서 바로 나온 깨끗한 PET 스크랩에는 상대적으로 적용하기 쉽지만 밖에서 한 번 사용되고 여러 오염물질과 섞인 폐PET병으로 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알코올계 방식도 섬유처럼 표면적이 큰 원료는 상대적으로 반응하기 쉽지만 PET병은 두껍고 결정화도가 높습니다. 실제로 기존 방식으로 일주일씩 반응시켜도 충분히 분해되지 않았습니다.
화학적으로 가능하다는 것과 산업적으로 사업이 된다는 것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다음편에 이어서… (최재혁 기자: cjh@cheml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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