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중국기업들의 저가 공세가 심한 화학,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반덤핑(AD) 관세 부과 신청요건을 완화하기로 결정해 주목된다.
일본 정부는 제도개혁 등을 통해 반덤핑관세 부과를 신청하기 쉬운 환경을 정비하고 있으며 관련기업의 50% 이상이 해당제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기존 신청요건을 2사 이상으로 낮추기로 했다.
일본은 다른 나라에 비해 반덤핑관세 발효건수가 매우 적은 편이다. 2010년부터 5년간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각각 57건, 32건을 발효한 것에 비해 일본은 발효건수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덤핑관세 부과 제도는 국내산업에 타격을 입히는 부당한 덤핑에 대해 관세를 부과해 시정하는 제도로 WTO(세계무역기구)가 인정하는 국제규범이며, 각국이 공정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활용하고 있다.
신청절차는 국가마다 다르나 덤핑 판매로 손해가 발생하면 관련기업 및 단체가 사실관계와 증거를 정부에 제출해 조사에 들어가는 것이 첫번째 순서이다.
조사당국이 생산기업, 수출국 등 이해관계자로부터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해 덤핑 유무를 판별한 후 부당한 저가판매로 인정되면 반덤핑관세를 부과하며 최종 결정 이전에 잠정관세를 부과하는 사례가 많은 편이다.
반덤핑관세는 세계적으로 부과 신청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은 2015년에만 43건을 조사했으며 EU 12건, 중국 11건, 인디아 28건으로 선진국, 신흥국을 불문하고 부과 신청이 활발해지고 있으나 일본은 2건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일본이 다른 나라로부터 반덤핑관세를 부과받은 것은 134건에 달하나 일본은 7건에 그쳤다.
일본 정부는 신청절차가 복잡하고 거액의 비용이 소요되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절차 간소화를 통해 신청 서류를 4분의 1로 줄이고 비용도 5분의 1로 경감토록 했다.
일본기업들은 저가 수입제품이 들어오면 수요처의 요청에 따라 자체적으로 가격을 인하하는 시스템이 정착돼 있는 것이 영향을 미쳤으나 그동안 제도 자체에 제약이 많아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국가에 비해 반덤핑관세 부과 신청절차가 매우 복잡한 것이 발효건수가 적었던 가장 큰 요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반덤핑관세 부과를 신청받은 후 조사→가결정→잠정결정→최종결정→과세 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이 매우 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과세 신청에서 잠정과세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유럽 9개월, 미국 5-7개월 정도이나 일본은 약 14개월이 걸리며, 축적된 신청 경험 및 노하우가 적고 신청에 필요한 대량의 서류작성 등을 변호사에게 의뢰하기 위해 1억엔 이상의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청서 작성과 조사개시 시간 차이 때문에 2분기에서 4분기 분량의 손익 데이터 추가 제출도 필요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신청서를 인터넷 상에 공개함으로써 신청서를 자체적으로 작성할 수 있도록 해 비용부담이 1000만-2000만엔으로 줄었고 신청서 작성분량이 4분의 1로 줄었으며 추가 데이터 제출도 필요 없어졌다.
절차가 간소화됨에 따라 조사 시작에서 잠정조치 발효까지의 기간도 10개월로 단축됐다.
단체 신청요건도 산업계가 반덤핑관세 조치를 신청하는데 높은 장벽으로 작용했다.
기존에는 반덤핑관세를 신청하기 위해 회원기업의 과반수가 해당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것이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청요건을 충족하는 것은 소규모 단체에 한정돼 일본화학공업협회, 일본철강연맹과 같은 주요 공업협회가 신청할 수 없는 사례가 많았다.
EU는 유럽 화학산업협회(CEFIC)가 중국산 옥살산(Oxalic Acid)에 대해 반덤핑관세를 신청했으나 일본 화학공업협회는 신청이 불가능했고 신청요건을 충족하는 단체도 없었으며, 중국산 스테인리스 냉연강판도 EU에서는 유럽 철강연맹이 신청했으나 일본 철강연맹은 신청할 수 없고 적격단체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4월 반덤핑관세에 관한 제도를 개정해 단체 신청요건을 완화했다.
관련단체가 저가 수입제품에 대한 반덤핑관세를 신청할 수 있는 요건을 관련기업 과반이 해당제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기존 조건에서 2사 이상으로 낮추기로 했으며 5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단체 신청요건을 완화함에 따라 일본 화학공업협회, 철강연맹 등이 반덤핑관세를 신청할 수 있는 메리트가 큰 것으로 파악된다.
주요 공업단체가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함으로써 기존에는 변호사가 맡았던 역할을 담당할 수 있게 되면서 비용부담을 경감시키고 준비기간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체 신청요건 완화는 절차 간소화 및 기간단축, 부담경감을 위한 운용 개선이 수반돼 산업계에 반덤핑관세 신청을 촉진하고 디플레이션 대책에도 기여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반덤핑관세 신청요건 완화 요청에 따라 제도 개정과 운용 개선을 구체화했으며, 5월 G7 정상회담 공동선언에서는 중국을 염두에 두고 철강 과잉생산 문제를 거론하며 WTO 규칙에 근거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