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1월 07일 (수)
2018년 1월 15일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온실가스 배출권을 구매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및 거래제를 2015년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발전·에너지, 정유, 석유화학, 시멘트, 반도체 산업이 배출권을 추가 구매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석유화학기업들은 1차 계획기간인 2015-2017년 개별기업당 수십억원의 배출권을 구매하고 무상할당이 줄어드는 2차 계획기간인 2018-2020년에는 배출권 구매 부담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가 생산설비를 신증설하면 할당량을 추가로 부여한다고 밝혔으나 배출권 구매 부담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특히, 할당기업 522곳 가운데 석유화학기업 84곳은 할당량이 비현실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석유화학기업들은 1차 계획기간 동안 할당량 1억6846톤을 요구했으나 2015년 정부가 1억4369만7914톤을 할당해 2600만톤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거나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1차 계획기간 마지막 해인 2017년에는 할당량을 소폭 확대했으나 2030년까지 감축목표가 설정돼 있어 할당량 감축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석유화학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 대신 오히려 신규투자를 통해 추가 할당량을 받아 배출권 구매 부담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조정
배출권 거래제는 1992년 192개국이 참여한 「기후변화협약」을 바탕으로 1997년 교토의정서에서 도입이 결정됐다.
한국은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2030년까지 배출 전망치를 37%로 줄이겠다고 약속해 2030년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0년대 중반 수준인 5억3587만8000톤까지 줄여야 한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7위 수준이며 1990년 2억9230만톤, 2000년 4억9880만톤, 2013년 6억9450만톤으로 급증했다.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2015년 1월1일부터 온실가스 배출량 할당 및 거래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할당기업 522곳을 선정했고 석유화학기업은 84곳이 포함됐다.
2차 계획기간이 시작되는 2018년부터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상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돼 배출권 시장 활성화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배출권은 1차 계획기간 동안 「온실가스 배출건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무상으로 할당했으나 2018년부터 3년 동안 적용되는 2차 계획기간에는 전체 할당량의 3%를 경매 방식으로 유상 공급하고 3차 계획기간인 2021-2025년에는 10%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할당기업들은 2018년부터 배출권의 3%를 유상 구매해 매년 4조5000억원이 추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배출권 거래가격 급등 “부담”
배출권 거래 제도는 정부의 예상과 달리 거래가 저조한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5년 기준 배출권 할당기업 522곳 가운데 283곳은 배출권 1550만톤이 남았으나 190만톤만 판매해 배출권이 부족한 239곳이 배출권을 구매하지 못하고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배출권이 남아도는 할당기업들이 돌발상황에 대비해 남는 배출권을 팔지 않고 계속 보유하려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배출권 수급이 타이트해짐에 따라 평균 거래가격이 2015년 톤당 1만1774원에서 2016년 1만6737원으로 올랐고 2017년 6월에는 2만6000원까지 폭등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할당기업들은 배출권 거래가격이 높아 2016년에는 2017년분을 미리 사용함에 따라 수급타이트가 완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2017년 1월24일 국무회의에서 「탄소배출권 1차 계획기간」 총 할당량을 15억9771만9000톤으로 결정했으나 마지막 3년차인 2017년 할당량을 5억2191만톤에서 5억3893톤으로 조정해 16억1473만4000톤으로 확대했다.
여분을 과도하게 이월하는 할당기업에게는 불이익을 주며 제재하겠다는 대책도 발표했다.
1차 계획기간인 2015-2017년 할당된 배출권의 10%에 2만톤 이상을 추가로 이월하면 초과분만큼 2차 계획기간인 2018-2020년 할당량에서 차감키로 했다.
동시에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곳이 할당량을 미리 쓸 수 있는 양도 최대 20%에서 15%로 조정했다.
단순매매 외에도 스와프(Swap), 경매 등 다양한 형태의 배출권 거래를 활성화시키며 2018년 해외에서 구매한 배출권을 국내에서도 거래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수급타이트 대책으로도 해결이 어려우면 1430만톤을 추가 공급할 방침이다.
또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고려해 조기 감축한 대상기업에게 5139만톤을 할당함으로써 공급과잉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추가 할당분은 산업계가 비축한 8944만톤에서 충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상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투자를 하지 않고 저렴한 배출권을 구매하는데 집중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감축 기조를 역행하는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LG·한화·롯데, 수백억원 투입해 배출권 구매
LG화학, 한화케미칼, 롯데케미칼 등 화학3사는 배출권 구매가 불가피해짐에 따라 수백억원을 부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화학은 1차 계획기간에 배출권 구매에 총 280억원을 투입하며 한화케미칼은 286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17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구매비용이 160억-170억원으로 200억원을 넘어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2017년 하반기부터 이태리 Versalis와 합작으로 EPDM(Ethylene Propylene Diene Monomer) 및 SSBR(Solution Polymerized Styrene Butadiene Rubber) 20만톤을 신규가동함에 따라 배출량이 2015년 601만8151톤, 2016년 617만7977톤, 2017년 635만4076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LG화학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5년 723만3933톤, 2016년 750만4641톤으로 27만708톤 증가했고 2017년에는 760만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출권 부족분 확보가 시급하다고 판단해 2017년에는 그룹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로부터 163억원 상당의 배출권을 양수받았다.
LG화학은 2017년 7월18일 이사회를 통해 LG디스플레이로부터 163억원 상당의 배출권을 구매하며 계약 체결은 2017년 8월1일-2018년 2월28일에 양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G화학은 동부팜한농, LG생명과학 등을 합병했고 신규투자가 이어짐에 따라 배출량이 늘어났다고 밝혔으며 2차 계획기간인 2018-2020년에도 신규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배출량이 줄어들기는 어려운 상태이다.
한화케미칼은 배출량이 2015년 235만5095톤에서 2016년 239만986톤으로 감소했으나 2017년 CA(Chlor-Alkali), PVC(Polyvinyl Chloride), TDI(Toluene Diisocyanate) 시황이 개선되면서 가동률이 상승함에 따라 2017년에는 258만톤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NCC, 온실가스 배출 증가 “주범”
석유화학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NCC(Naphtha Cracking Center)를 보유한 할당기업들이 대부분 높은 수준을 기록해 배출권 구매 부담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LG화학, 롯데케미칼은 200억원 수준으로 석유화학기업 가운데 배출권 구매 부담이 가장 높고 여천NCC, 대한유화, 한화토탈, SK종합화학 등도 100억원에 가까운 배출권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천NCC는 1차 계획기간 동안 90억-100억원, 대한유화는 80억-90억원, 한화토탈은 70억원, SK종합화학은 50억-60억원을 투입해 배출권을 구매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만, 대한유화는 2017년 에틸렌 생산능력을 47만톤에서 80만톤으로 확대함에 따라 무상 할당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컨덴세이트 스플리터(Condensate Splitter)를 가동하고 있는 한화토탈, SK인천석유화학은 NCC에 비해 비교적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OCI는 콜타르(Coal Tar)를 투입해 석탄화학 사업을 영위함에 따라 NCC를 가동하고 있지 않아도 120억-130억원을 배출권 구매에 투입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SK케미칼은 SK가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PDH(Propane Dehydrogenation) 플랜트 가동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을 해결하기 위해 50억-6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카프로는 CPL(Caprolactam) 총 생산능력 22만톤을 기준으로 무상 할당량을 제공받아 약 100억원의 배출권을 이월할 것으로 분석된다.
카프로는 No.1 5만톤, No.2 5만톤, No.3 12만톤 플랜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No.1 플랜트는 노후화돼 가동이 어렵고 No.2는 시황 악화로 3년간 가동을 중단한 후 2016년 하반기부터 재가동에 돌입했으며 No.3는 2016년 이전까지 가동률이 50% 수준에 불과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차 계획기간 동안 무상 할당량이 316만톤에 달했으나 배출량은 270만톤에 그쳐 약 100억원 상당의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2차 계획기간부터 유휴설비에 대한 할당을 엄격히 제한한다고 밝혀 배출권을 상당부분 이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차 계획기간에는 절대 할당량을 설정해 기준보다 온실가스를 많이 감축한 할당기업에게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벤치마크(Bench Mark) 방식을 LDPE(Low-Density Polyethylene), SM(Styrene Monomer) 플랜트에 적용해 일부 석유화학기업들은 할당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한유화, 할당량 행정소송 “승소”
석유화학기업들은 온실가스 할당량에 대해 정부와 행정소송을 지속했으나 패소했다.
LG화학, 금호석유화학, 롯데케미칼, 한화토탈, OCI, 여천NCC, 이수화학, 한화케미칼, 한국BASF, 대한유화, 동서석유화학, 국도화학 등 화학기업 16곳은 2015년 2월 환경부를 상대로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처분 취소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바 있다. 피고는 2016년 6월 환경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로 변경됐다.
SK종합화학은 다각적인 검토 끝에 불참하기로 결정했으며 국도화학은 2015년 3월 소를 취하했다.
석유화학기업들은 배출권 할당량에 대해 재검토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화학기업들은 2015-2017년 1차 계획기간 동안 2억5523만8000톤을 요구했으나 환경부는 1억6845만9000톤이 적절하다고 인정했고 최종할당량은 1억4254만1000톤에 불과했다.
석유화학 할당량 1억4367만톤을 맞추기 위해서는 2015-2017년 3년간 약 2600만톤을 줄여야 하며 배출량을 구매하면 2600억원, 과징금까지 지불하면 78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방식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으며 할당량 산정방식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한유화는 2017년 신증설을 앞두어 승소했으나 나머지 14곳은 모두 패소했다. OCI는 회사측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유일하게 항소했다.
대한유화는 신증설을 앞둔 상태에서 승소해 할당량이 일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대규모 신규투자를 앞두고 있는 화학기업들도 2차 계획기간에는 할당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환경부, 2차 계획기간 최종안 “불확실”
정부는 탄소배출권 2차 기본계획을 2017년 6월 확정할 계획이었으나 정권 교체와 담당 소관을 기획재정부에서 환경부로 이전함에 따라 오랫동안 지연되고 있다.
대상기업들은 탄소배출권 무상배출 할당량이 결정되지 않아 2018년 사업계획에 배출계획을 구체화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4/4분기에 확정했어도 배출권 대란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기획재정부가 담당하고 있는 배출권 거래제를 본연의 목적에 맞도록 다시 환경부로 이관함으로써 2차 계획년도 배출권 확정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6월 말까지 제시할 계획이었지만 관련업계와의 협의를 통해 2017년 말까지 초안을 제시하는데 그쳤다.

시장 관계자는 “환경부가 환경보존을 위해 배출권거래제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할당기업들은 경제적 논리를 감안하면 환경부로 이관되는 것에 부담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배출권의 총괄업무를 기획재정부가 담당한 것은 할당기업들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배출권이 개별기업의 재산권으로 인정할 수 있기 때문에 환경부가 규제하면 산업 및 경제발전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경제적 성장을 추구해 기획재정부에 업무를 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권이 경제살리기에 실패했고 온실가스 거래제도는 환경부가 담당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해 다시 이관을 결정했다.<허웅 선임기자: hw@chemlocus.com>


표, 그래프: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량(1차 계획기간), 화학기업의 온실가스 배출권 구매비용(추정치),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동향,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량 조정일정(2차 계획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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