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화학산업의 발전 과제를 AI(인공지능)에게 물어보니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공급과잉 해소, 구조조정, 고부가가치화 및 친환경 전환이라는 해답을 제시했다. 모범적인 답변이라고 생각된다.
중국발 공급과잉 쇼크는 단순히 한국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고 글로벌 경기 둔화가 겹치면서 세계적으로 화학기업의 수익성 악화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은 NCC에 대한 과잉투자가 발목을 잡아 생산능력 감축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국내에서는 정부가 석유화학기업들의 금융권 부채를 담보로 에틸렌 생산능력 감축을 밀어붙이고 있으며 대산단지에 이어 여수단지, 울산단지가 차례로 과잉설비 감축에 나섬으로써 정부가 목표로 하는 270만-370만톤 감축이 실현되는 모양새이다.
그러나 화학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생산능력 감축을 뛰어넘는 대대적인 구조 개혁이 요구되고 있다. 고부가가치화와 친환경화가 해답일 것이다. 국내 화학기업들은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화학소재 자급화라는 명분 아래 범용 위주 생산에 만족한 나머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차별화에 실패했고 오늘날 구조조정을 당하는 위기에 몰려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추진하는 생산능력 감축이 정답은 아니다. 단순한 생산능력 감축을 통한 코스트 절감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운영을 효율화할 방안을 찾아야 하고, 일본·미국에 이어 중국에도 뒤처질 위기에 처해 있는 고부가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운영 효율화는 에쓰오일이 추진하고 있는 샤힌 프로젝트가 주목된다. 원유에서 석유정제를 거치지 않고 직접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CTC(Crude Oil to Chemical) 기술을 채용함으로써 에틸렌·프로필렌에 그치지 않고 생산하는 화학제품의 코스트 경쟁력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지 전문가들이 지켜보고 있다. 최근에는 아람코보다 한국의 관심이 더 높다는 이야기까지 회자된다.
화학산업협회가 BCG에 의뢰해 도출한 엉터리 보고서에서도 지적했듯이 2030년까지 불황이 장기화되면 원가율 97%대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은 강조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당장 고부가화·친환경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가 하면 전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오랫동안 굳어진 연구개발 환경·풍토가 그렇고 경직적인 연봉제까지 가로막고 있으며 노란봉투법이 시행됨으로써 연구개발의 집중화를 기대하기 힘든 상태이다.
연구개발 환경을 개혁하지 않은 채 친환경화하고 바이오로 전환하라는 것은 말장난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글로벌 화학 시장의 30-50%가 바이오로 대체될 것이라는 협박이 통할 리도 없다. 정부가 석유화학기업들과 연구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협의체를 만든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국내 화학산업을 현대화하고 미래화하기 위해서는 석유화학·정유기업의 경영자들은 그룹의 이해관계를 넘어 국가적 발전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투철한 국가관을 가져야 하며, 연구개발도 개별기업의 특장점을 살리면서 전체 화학산업이 지향하는 바를 거스르지 않는 자혜가 요구된다.
특히, 젊은 피가 흐르는 스타트업을 적극 활용할 것을 권고한다. 미국이나 유럽을 들먹일 필요 없이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스타트업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일이 많고 연구개발이나 사업성 판단에 있어 상당히 차별화돼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스타트업들과 협업함으로써 연구개발을 혁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석유화학산업이 중국의 저가 공세로 인해 과잉공급에 시달리고 제조원가 및 유틸리티 코스트가 높아 삼중고를 겪고 있다는 구시대적 발상은 집어치울 때가 되었다. 정부에 지원을 호소하는 것도 구시대적이다.
경영에서 연구개발까지 모든 것을 혁신할 때만 경쟁력이 살아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