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틸렌(Ethylene) 시장이 공급 과잉에 무너졌다.
아시아 에틸렌 시장은 연초 공급 타이트 효과로 900달러 선을 넘보며 기분 좋게 출발했으나, 하반기 중국의 대규모 신규 가동 물량이 쏟아지며 5년 반 만의 최저가 수준까지 추락했다.

2025년 에틸렌 시장은 중국의 공격적인 증설 공세와 이에 맞선 한국 등 기존 아시아 업체들의 처절한 감산 방어전으로 요약되는, 불확실성이 극에 달한 한 해로 기록됐다.
1분기는 반짝 봄날이었다. 2월 중순 여천NCC 등 주요 크래커의 정기보수와 춘절 연휴 이후 공급 부족이 맞물리며 CFR NE Asia 기준 톤당 900달러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3월 들어 국제유가 하락과 함께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톤당 619달러까지 급락하자, 원가 지지선이 무너지며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2분기에는 대외 변수에 가격이 출렁였다. 4월에는 미국발 관세 리스크와 미-중 무역 갈등 공포가 시장을 덮치며 톤당 790달러 선까지 주저앉아 2023년 1월 이후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그러나 6월 들어 글로벌 물류 차질로 선박 확보가 어려워지고, 다운스트림 PE(Polyethylene) 수요가 일시적으로 반등하자 가격은 단숨에 840달러를 회복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하반기 들어서는 공급 폭탄이 시장을 짓눌렀다. 7월 크래커들의 재가동으로 공급 숨통이 트이자마자 약세로 돌아섰다. 8월 한국 기업들의 구조조정 합의 소식이 전해지며 잠시 반등하는 듯했으나 역부족이었다.
4분기는 그야말로 추락의 시간이었다. 10월부터 중국 초대형 설비들이 270만톤에 달하는 신규 및 재가동 물량을 쏟아내자 시장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11월 중순 FOB Korea 가격은 톤당 690달러까지 떨어지며 2020년 6월 이후 5년 반 만의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연말의 반등 역시 수요 회복과는 거리가 멀었다. 12월 들어 CFR NE Asia 가격이 745달러로 소폭 회복했으나, 이는 수익성 악화를 견디다 못한 한국 업체들의 고강도 감산 덕분이었다. LG화학, 여천NCC, 대한유화 등이 12월 가동률을 대폭 낮췄고, 싱가포르와 말레이지아 업체들까지 감산에 동참하며 인위적으로 가격을 떠받쳤다.
2026년 전망 역시 밝지 않다. 중국발 증설 압력이 여전해 에틸렌 시장의 보릿고개는 해를 넘겨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뚜렷한 수요 회복 신호가 없는 한, 생존을 위한 감산과 정기보수 등 버티기 전략이 내년에도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