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중국과 일본의 힘겨루기가 어떠한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타이완 문제에서 비롯된 중국과 일본의 감정싸움이 무력 충돌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경제적 제재로 발전함으로써 양측이 모두 상당한 타격을 입어야 타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국내 산업계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중국이 이중용도 물자에 대한 일본 수출 금지에 이어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출까지 차단하는 2차 제재를 공식화했기 때문으로, 국내 산업계는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장기화하면 배터리, 반도체, 전기·전자 수급이 불안해질 것으로 판단하고 대응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다만, 일본은 오래 전부터 중국산 희토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한 결과 중국산 의존도를 60% 수준으로 낮추었고, 중국의 첨단제품 생산에 필요한 소재 수출을 규제함으로써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첨예한 갈등으로까지는 번지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은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심해에 묻혀 있는 해양 희토류 개발을 적극화하고 있음은 물론 오스트레일리아, 동남아산 수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의 연대를 강화해 미국산 수입을 늘리는 한편으로 외교적 압박을 강화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손실이 약 6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지켜만 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센카쿠 열도 분쟁 당시에도 중국의 희토류 수출 중단 조치로 상당한 피해를 입은 바 있다.
그렇다면, 일본이 대응할 수 있는 카드는 무엇일까? 일본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타이완 문제를 거론했을 리 만무하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철저한 분석과 대응전략을 준비했을 것이고, 즉각적으로 대응하지는 않겠지만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면 서서히 발톱을 드러낼 것이 분명하다.
한국과의 외교적 분쟁 당시에도 사용한 첨단제품 생산용 화학소재 수출 규제 또는 중단 조치가 유력하다. 중국이 미국과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기술 굴기를 강화하고 있고 화학소재 역시 자급화를 확대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범용이 중심이고 첨단소재 생산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용 화학소재는 일본산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배터리나 전기·전자, 디스플레이 소재도 100% 자급화하지 못한 가운데 반도체 소재는 자급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해 일본이 수출을 규제하거나 중단하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이 최근 들어 강조하고 있는 기술 첨단화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희토류에 맞먹는 카드가 아닌가 생각된다. 일본 정부가 첨단 화학소재 카드도 없이 미국만 믿고 중국과 한판 힘겨루기에 나섰다면 큰 착각이 아닐 수 없고, 중국도 일본의 카드를 고려하지 않고 희토류 수출 규제에 나섰다면 외교적 망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국내 배터리, 반도체, 전기·전자 생산기업들도 중국의 이중용도 수출 금지 조치가 군사적 용도는 물론 일본의 군사 역량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최종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으나, 중국의 첨단제품 생산기업들도 똑같다는 점에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특히, 일본은 중국산 희토류 수입 의존도가 60%에 불과하나 한국은 90%를 넘나들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반성해야 한다. 한국은 희토류 원재료의 90%를 중국에서 수입해 가공한 뒤 반도체 및 전력 제어용 정밀 부품을 만들어 수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방산, 항공·우주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꼴이다.
석유화학 구조재편도 마찬가지이다. 중국이 에틸렌 생산능력을 6000만톤, 8000만톤, 1억톤으로 확대하고 있는 마당에 총 생산능력이 1300만-1400만톤 수준에 불과한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에게 25-35% 감축을 강요하는 것은 중국에 판을 깔아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생산능력을 감축하면 경쟁력이 되살아난다는 발상은 어디에서 출발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본과 한국의 차이는 무엇인가? 일본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과 맞서는 반면, 한국은 기술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힘자랑하다 무릎을 꿇는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