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포트폴리오 다양화 및 고도화 대신 기초유분 확충에 집중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본 화학기업들도 일부가 NCC(Naphtha Cracking Center) 증설투자에 나서고 있다.
일본 정책투자은행에 따르면, 일본 화학산업 설비투자액은 2016년 9036억엔으로 전년대비 7.5% 증가한데 이어 2017년에도 1조825억엔으로 19.8% 급증하며 4년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다.
일본 화학산업은 전체 제조업 설비투자 가운데 5.6%를 차지하고 있으며 기여도가 높아 주목받고 있다.
자동차 경량화가 화학산업 성장 이끈다!
일본 정책투자은행 산업조사부는 2017년 6월 농업, 임업, 금융·보험 분야를 제외하고 자본금이 10억엔 이상인 민간법인 2033사를 대상으로 2016년 설비투자 실적 및 2017년 계획을 조사했다.
화학기업들은 자동차, 전자·배터리 소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연구개발(R&D)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동기는 생산능력 확대 항목이 줄었으나 신제품 개발 및 기존제품 고도화는 증가했다. 2가지 투자동기는 긍정적인 투자항목으로 2016년에도 비슷해 2년 연속 긍정적인 투자가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본은 2017년 자동차, 전자·배터리용 소재, 연구개발 관련 투자를 강화한 것으로 파악된다.
자동차는 화학산업 설비투자에서 가장 증가 기여도가 높은 분야로 차체 경량화, 환경부하 저감에 기여하는 소재를 중심으로 앞으로도 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경량소재에 대한 투자가 눈에 띄며 최근에는 환경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세계적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연비향상, 배출가스 저감 등을 실현하기 위해 경량화 니즈가 높아진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또 안전성 및 쾌적성 향상을 위해 장비를 확충하며 차체가 무거워지고 있고 최근 보급이 시작된 전기자동차(EV)는 배터리 무게가 상당해 자연스럽게 차체 중량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량 증가분을 흡수하기 위해서라도 경량화가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경량화를 위해 플래스틱 채용을 확대하고 있으며 화학기업들은 경량소재를 성장영역으로 설정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펼치고 있다.
일본 자동차기업들은 주로 하이텐(고장력강) 사용량을 늘림으로써 경량화를 달성하고 있는 반면 유럽은 수지소재 채용을 통해 경량화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일본 화학기업들은 납품처가 반드시 일본기업이 아니어도 수요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타깃으로 삼고 적극적인 공급을 도모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 자동차기업을 중심으로 금속에서 수지소재로 대체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어 앞으로도 투자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배터리·반도체 이어 후발약품 투자도…
배터리 및 전자소재는 EV 배터리, 반도체용 소재 분야에서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배터리 소재는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강화를 바탕으로 LiB(리튬이온배터리) 탑재 EV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자 자동차 탑재용 LiB 소재에 대한 투자를 적극 진행하고 있다.
반도체는 스마트폰, 자동차 탑재량이 늘어나고 있고 IoT(사물인터넷)의 본격적인 보급 및 확대에 따라 최근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일본 화학기업들은 우위성을 보유한 분야가 많은 반도체 소재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연구개발 관련투자는 최근에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2017년에도 대부분 R&D투자를 확대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연구소를 집약시키고 영역횡단적 연구개발을 추진하거나 일상적으로 연구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촉진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등 오픈이노베이션 지향 투자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기존제품과 관련된 연구개발보다는 신소재 개발, 기초연구 관련 투자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후발 의약품은 2016년 증가기여도가 높았다.
일본 정부가 후발 의약품의 수량 기준 시장점유율을 8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건 영향으로 제약기업들이 신규공장 건설, 생산능력 확대 등 적극적으로 투자를 펼친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다만, 2017년에는 투자 열풍이 일단락된 것으로 파악된다.
2016년 12월 일본 정부가 의료비 억제 법안을 통해 원칙상 2년에 1번씩 실시하던 약가 개정을 매년 실시하도록 변경함에 따라 약가 인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해 적극적인 설비투자를 단행할 환경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후발 의약품 시장점유율이 67.1%에 달해 목표치인 80%에 가까워짐에 따라 대규모 생산능력 확대 투자 대신 과거 투자한 설비의 풀가동화, 외부에 대한 제조위탁 등을 통한 생산효율 향상을 통해 공급체제를 정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일본, 아시아 설비투자 대폭 “확대”
일본은 2017년 해외투자 확대에도 주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17년 해외 설비투자 계획은 14.6% 늘어나며 3년 연속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배터리 소재, 일용품용 원료에 대한 투자 확대가 설비투자 증가에 기여했다.
투자액 기준으로는 아시아 투자가 가장 활발했으며 중국은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지 않았으나 한국, 동남아 투자가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화학기업들은 과거 수년 동안 일본에서 중소형 투자만 진행했으나 최근에는 대규모 투자도 적극화하고 있다.
특히, 분리막 등 배터리 소재, 반도체용 전자소재, 탄소섬유 등 자동차 및 항공기용 소재를 중심으로 일본이 우위성을 보유하고 경쟁이 가능한 분야에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축소 경향을 나타냈던 석유화학 관련 대규모 투자도 본격화되고 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수요 위축이 확실시되고 있는 일본 대신 역시 수요 신장이 기대되는 해외투자가 주류를 이루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생산능력을 늘리는 곳은 40%에 그치고 해외생산 확대가 7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북미에서는 탄소섬유, 차체 경량화 소재 및 내장소재 등 자동차용, 셰일(Shale) 베이스 범용제품 플랜트에 대한 투자가 가속화되고 있는 반면, 아시아는 동남아, 중국, 한국 등 폭넓은 지역에서 자동차 소재 관련투자가 이루어지고 동남아에서는 일용품용 소재, 한국과 타이완은 배터리 및 전자 소재에 대한 투자를 주로 진행하고 있다.
유럽은 자동차용 투자가 눈에 띄고 있다.
자동차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전체적으로 투자를 주도하고 있으며 앞으로 투자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자동차 생산대수가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저연비나 환경부담 저감, 안정화와 관련된 니즈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설비 노후화에 기술 노하우 부족으로…
화학은 프로세스 산업으로 원료, 생산제품이 배관, 탱크 등 장치 내부에서 가공되기 때문에 가공상태가 눈에 보이지 않아 가공 및 조립산업의 생산공정에 비해 시인성이 낮은 편이다.
따라서 트러블이 발생하면 현장 숙련기술자가 자신의 경험 및 노하우 등 암묵적인 지식에 의지해 장치 내부 화학제품의 상황을 추정하고 판단을 내려 조작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플랜트 가동에 해박한 숙련기술자들이 퇴직하는 사례가 많을 뿐만 아니라 생산설비 노후화 및 각종 트러블 증가 등 과제에 직면하고 있어 유지보수에 대한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고장 예측, 이상 감지 등 운전효율 및 보안수준 향상, 또 기술전승을 위한 암묵적인 노하우의 가시화 등에 빅데이터, IoT를 활용하는 움직임도 시작되고 있다.
일본 정책투자은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첨단 IT 기술을 활용하고 있거나 활용을 검토하고 있는 화학기업은 최근 약 40%로 2016년 30%에 비해 증가했다.
기존에는 IT 기술을 생산설비 가동 효율화, 숙련기술자 부족에 대한 대응책으로 활용하는데 그쳤으나 최근에는 새로운 수요, 사업을 개척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움직임이 자리잡고 있다.
Mitsubishi Chemical이 2018년 4월 첨단기술 및 사업개발실을 신설하고 AI 및 IoT 분야를 담당하는 CDO(최고 디지털 오피서)에 최첨단 IT 기술에 정통한 외부인재 채용을 확대한 것이 상징적인 사례로 주목되고 있다.
ICT, AI, 빅데이터 등을 풀로 활용해 차세대 사업의 창출을 도모할 계획이다.
IoT·AI 활용 위해 오픈이노베이션 적극화
개별부서 단독의 노력 뿐만 아니라 다른 조직과 협동해 빅데이터 및 AI 등을 활용하고 연구개발 효율을 높이는 시스템도 등장하고 있다.
2018년 6월 물질·소재연구기구, Mitsubishi Chemical, Sumitomo Chemical, Asahi Kasei Chemicals, Mitsui Chemicals 등 화학 4사가 화학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하기 위한 오픈 플랫폼을 완성해 기초연구 분야에서 협동하기로 합의했다.
개별기업이 고분자 기초데이터를 제공해 공통 데이터를 축적하고 빅데이터 분석, AI 활용으로 신소재 발견 및 개발에 도전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오픈 플랫폼을 활용하는 화학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정책투자은행 조사 결과 화학기업들은 최첨단 IT 기술을 활용할 때 보안대책 미흡, IT 기술자 확보의 어려움, 사내 활용 이미지에 대한 이해부족 등을 우려하는 곳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도의 IT 인재를 직접 확보하지 못해 최첨단 IT 기술을 활용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이 변하는지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전체 산업계에서 AI 및 IoT 관련인재 쟁탈전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이 외부기업이나 연구기관으로부터 채용하거나 AI 및 IoT 전문기업 인수 및 자본제휴를 통해 인재를 확보하고 있으나 채용에만 그치지 말고 업무를 위해 일정권한을 부여하거나 사내 기존 연구자와 교류를 촉진시킴으로써 노하우를 횡적으로 전개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초유분 생산 확대 우려 “불식”
일본 화학기업들은 석유화학 기초소재에 대한 투자도 다시 확대하고 있다.
일본 화학기업들은 최근 수년 동안 기초소재 및 범용제품 플랜트를 집약화시키거나 가동중단하며 생산능력 축소를 도모했으나 2017년 이후 메이저를 중심으로 투자를 적극화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Tosoh가 약 100억엔을 투자해 2020년까지 NCC 가동 효율화를 추진하며 다른 화학 메이저들도 유사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단순히 생산능력을 확대하는데 그치지 않고 설비 갱신 및 쇄신을 통해 효율성을 향상시킴으로써 제조 코스트를 절감하거나 기능성이 더욱 높은 화학제품으로 전환하기 위한 투자로 파악된다.
최근에는 에틸렌(Ethylene)을 비롯한 기초 및 범용제품 분야의 영업실적이 호조를 나타내고 있어 일본 석유화학 플랜트에 대한 투자를 통해 2018년 이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저가 중국산 및 미국산과의 경쟁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수년 전까지 생산능력 축소를 진행하다가 돌연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것을 불안시하는 의견도 있으나 석유화학 시황이 호조를 나타내고 있어 투자를 적극화하기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내수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석유화학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수출을 늘리거나 전반적으로 생산량이 줄어들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가동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투자로 판단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동안 일본 화학기업들이 유도제품 사업에서 우위성을 나타내거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업스트림까지 자체 조달이 가능하면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
표, 그래프: <일본 화학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 변화, 일본 화학기업의 해외투자 변화, 일본기업의 빅데이터AI·IoT 활용 우려요소, 일본 화학기업의 주요 투자내역 ①,일본 화학기업의 주요 투자내역 ②>
<화학저널 2018년 7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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