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학산업을 대표하는 LG화학이 여수공장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조작해 보고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곤경에 빠져 있다.
특히, LG화학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조작 문제를 무마시키는 차원에서 PVC 페이스트 8만톤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여론이 호전되지 않고 있다. PVC 8만톤 공장 폐쇄는 겉으로는 대단한 결정인 것처럼 보이지만 어차피 경쟁력이 없어 폐쇄해야 할 플랜트로 형식적 조치에 그쳤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이 “공장 인근 지역주민과 관계자분들께 환경에 대한 걱정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LG화학의 경영이념이나 개인적인 경영철학에 정면 반하는 것으로 어떠한 논리로도 설명할 수 없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하고 통렬히 반성하는 차원에서 책임 있는 조치의 일환으로 페이스트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여수 PVC 공장은 스트레이트 생산능력이 65만톤에 달하나 페이스트는 8만톤에 불과하고 스트레이트는 파이프, 호스, 전선피복 등 공업용 중심이어서 수익성이 양호한 반면, 페이스트는 벽지, 완구라벨 등 수요가 크지 않고 경쟁력도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실제 측정값의 173분의 1로 축소해 측정기록부를 발급했다는 적발 내용이 브리핑 과정에서 173배 초과로 잘못 발표했다고 정정함으로써 조작 사실을 축소하려 한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통렬한 반성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LG화학에 그치지 않는 것도 문제이다. 한화케미칼은 보고 대상이 아니라고 하니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의심받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고 GS칼텍스, 금호석유화학, 롯데케미칼 등 25사도 미세먼지 배출량을 조작 보고한 것으로 드러나 혹독한 대가가 우려되고 있다.
여수사태는 대기오염물질 측정 대행기업 4곳이 2015년부터 4년 동안 대기오염물질 측정값을 축소 조작하거나 실제로 측정하지도 않고 허위 성적서를 발행함으로써 비롯된 것으로, 공모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특히, 측정 기록부를 조작하거나 허위로 발급한 건수가 4년 동안 1만3096건에 달했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8843건은 실제 측정하지 않았고 4253건은 실제 측정값을 기준치의 33.6% 수준으로 축소했다.
문제는 배출량 조작 또는 허위보고가 대기오염물질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환경부가 화학기업 및 화학물질을 사용·거래하는 관련기업을 대상으로 화학물질 생산, 사용, 폐기 등 유통량을 조사해 발표하고 있으나 전혀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순순히 해당기업의 보고내용을 그대로 발표한 것일 뿐 검증절차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화학 및 공학 프로세스를 통해 생산과정에서 어떤 원료물질이 사용되고 생산과정에서 어떤 화학물질이 어느 정도 배출되는지를 검증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으나 환경부가 묵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화학물질 유통량 조사는 위험물질 유통과정을 파악해 환경오염을 사전에 방지함은 물론 화학사고에 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의 백년대계를 세우는 작업이나 현실은 전혀 그러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환경부도 모피아, 교피아처럼 환피아가 환경업무 전반을 장악해 난장판을 만들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