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셰일가스(Shale Gas)를 활용한 대규모 석유화학 플랜트를 2019년부터 잇따라 가동하면서 아시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은 최근 물류 및 출하 관련 인프라 정비를 가속화함으로써 PE(Polyethylene), 에틸렌(Ethylene) 등 과잉물량을 수출할 수 있는 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마찰에 따라 무역구도가 예상과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과잉물량은 스와프(Swap) 등을 통해 중국에 흡수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다만, 아시아 석유화학 시장은 앞으로 2-3년 동안 미국산 유입이 급속히 증가함으로써 사업환경 악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PE, 2021년까지 800만톤 신규가동
미국에서는 2019년 포모사플래스틱(Formosa Plastics), 사솔(Sasol), 다우케미칼(Dow Chemical), 롯데케미칼 등이 셰일가스 베이스 ECC(Ethane Cracking Center)를 잇따라 가동하고 있다.
핵심 유도제품인 PE도 잇따라 신규 가동함으로써 대폭적인 공급과잉이 발생해 아시아, 중남미,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은 급속도로 증가하는 공급 및 수출에 대응할 수 있는 출하설비 등 인프라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최근 창고, 화물자동차, 하역설비 투자를 확대해 수출의 걸림돌을 제거하고 있다.
PE는 2019년 완공이 집중된 이후 2021년까지 총 800만톤 플랜트가 신규 가동할 예정이다.
800만톤 대부분을 수출로 소화하고, 특히 거대한 수요를 자랑하는 중국 수출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2018년 8월 미국산 LLDPE(Linear Low-Density PE), HDPE(High-Density PE)의 수입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함으로써 미국산 수입이 거의 중단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산이 유럽,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로 유입되면서 기존 공급원이었던 중동이 중국 수출로 루트를 변경함으로써 미국은 공급, 중국은 수요 확대의 중심이라는 거시적인 구도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에틸렌, 수출설비 정비 “파란 예고”
PE 뿐만 아니라 에틸렌 수출도 부상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에틸렌 출하설비가 제한됨에 따라 일본 미츠비시(Mitsubishi)상사가 유일하게 에틸렌 수출을 영위했으나 Enterprise Products Partners가 가스 수송기업 Navigator Holdings과 합작으로 텍사스(Texas)에 에틸렌 100만톤 터미널을 건설하고 이르면 2019년 말 운용을 시작할 계획이어서 수출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미국산 에탄(Ethane) 가격이 2018년 갤런당 20센트대를 유지했으나 9월 60센트 이상으로 급등해 에틸렌의 원료코스트가 크게 상승함으로써 에틸렌 수출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천연가스용 파이프라인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이후 부설공사를 진행해 30센트대로 하락했으며 2019년부터는 가격 변동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산 에틸렌은 경쟁력의 근원인 저가 원료를 바탕으로 아시아 등에 유입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미국기업이 저가공세로 시황을 어지럽히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나 일시적으로는 글로벌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미국은 가격 하락보다는 가동률 하락을 더 중요시한다는 측면에서 가동률을 유지한 채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일정 수준은 저가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유가 및 나프타(Naphtha) 가격에 따라서도 좌우되나 최근 몇년 동안 호황을 누리던 아시아 석유화학기업들은 미국-중국 무역전쟁에 대한 심리적 요인까지 작용해 한계점을 인식하기 시작했으며 경쟁력 있는 미국산 저가제품이 유입됨으로써 글로벌 시장구도 변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셰일 굴착기술 효율화로 개발 활성화
미국에서 셰일 개발이 다시 활성화되고 있는 점도 아시아 석유화학기업에게는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미국은 2014년 국제유가 폭락의 영향으로 셰일오일·가스 개발이 침체됐으나 최근 들어 다시 개발을 활성화하고 있다.
특히, 텍사스를 대표하는 셰일광구인 이글포드(Eagle Ford)는 세수입이 연평균 14억달러로 누적 경제효과가 약 256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병원, 학교, 도로 등 인프라 보수공사도 모두 셰일머니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다.
셰일 개발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로 상승함과 동시에 새로운 굴착기술이 개발·보급돼 전환점을 맞고 있다.
대표적인 신기술은 수직정에서 여러 수평시추를 실시하는 굴착법 Multi-Well Pad Drilling으로 빅데이터를 이용한 지하구조 해석을 통해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평행으로 시추한 2개 수직정 사이에 지퍼와 같이 복수의 수평시추를 실시하는 Zipper Fracking 굴착법도 보급되고 있다.
지하 암석을 수압파쇄법으로 파쇄할 때 이용하는 물, 모래, 화학제품으로 구성되는 파쇄용 유체도 기술 향상에 따라 유입량이 분당 25-30배럴에서 60배럴, 90배럴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시추리그 1기로 산출할 수 있는 셰일오일·가스의 양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글포드에서 굴착 허가를 받은 갱정은 2014년 5613개에서 2015년 2315개로 급감한 이후 회복세로 전환됐으나 2018년 다시 2288개로 줄었다.
그러나 셰일오일·가스 일일 생산량은 절정시기의 80% 이상을 회복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신규 갱정은 시추리그 1기당 일일 생산량이 2014년에 비해 셰일오일 2배, 셰일가스 3배로 크게 효율화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WTI 배럴당 40-45달러가 손익분기점
셰일가스 생산 확대는 석유화학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셰일가스는 감온·감압해 파이프라인를 통해 천연가스액(NGL)으로 텍사스, 루이지애나(Louisiana) 등 석유화학 집적지로 운반한 후 에탄, 프로판(Propane), 부탄(Butane)으로 분리해 원료로 투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신증설이 잇따르고 있는 ECC가 앞으로도 풍부한 원료를 바탕으로 석유화학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굴착효율 향상은 지속적인 셰일 개발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셰일 굴착기업은 메이저부터 독립계 중소기업까지 다양하며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WTI(서부텍사스 경질유) 가격이 배럴당 60-80달러일 때가 가장 적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성이 양호하고 토지요금이 오르지 않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글포드 리그는 굴착기업 운영상황에 따라 상이하나 WTI가 배럴당 30-80달러일 때 가동할 수 있으며 채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40-45달러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WTI는 사우디 석유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으로 원유 생산 차질이 발생했을 때 배럴당 60달러를 상회했고 이후 사우디가 정상을 되찾았지만 50달러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제유가가 급락한 2018년 가을 수준에서도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미국은 앞으로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셰일가스 생산 확대에 따라 천연가스 생산이 더욱 늘어나고 천연가스 운반형태인 NGL 관련 인프라가 확충됨으로써 에틸렌 원료로 투입되는 에탄 공급이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PE, 코스트 경쟁력 크게 향상
미국산 에탄 가격은 2019년 2월 100만BTU당 4달러대, 톤으로 환산하면 200달러 수준으로 아시아 나프타 가격의 절반 이하에 불과해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나프타는 사우디가 드론 공격을 받은 후 한때 C&F Japan 톤당 550달러 수준으로 폭등했으나 곧바로 하락세로 전환돼 2019년 10월 초에는 470-480달러로 떨어졌다.
에탄 가격의 2.35-2.40배 수준으로 나프타의 경쟁력 하락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미국은 저가 에탄을 바탕으로 PE 생산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MEG(Monoethylene Glycol)도 신증설을 추진하고 있으나 신증설 에틸렌의 대부분을 PE 생산에 투입하고 있다. PE는 수요 증가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폴리머로 수출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PE는 총 700만톤 이상에 달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으며 신증설 플랜트가 모두 가동하는 2021년에는 미국의 수출량이 1200만톤에 달해 중남미, 유럽은 물론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도 대량 유입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로 예상과 다른 흐름을 나타내고 있으나 아시아 유입이라는 흐름에는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중국 수출용 PE가 보복관세의 영향으로 동남아시아 등에 공급되고 있으나 중동산이 동남아에서 중국으로 선회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동일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에 관계없이 미국산 PE가 대량 유입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어서 한국을 중심으로 중국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석유화학기업들의 대응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신테크, PVC 사업 경쟁력 강화
미국 최대의 PVC(Polyvinyl Chloride) 메이저로 자리잡고 있는 일본 신에츠(Shin-Etsu) 그룹의 신테크(Shintec)도 셰일의 혜택을 받고 있다.
신테크는 미시시피(Mississippi) 강에 인접한 루이지애나 플래크민스(Plaquemines)에 신규 건설한 ECC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저렴한 전력요금을 활용한 전해설비에서 염소를 생산하고 있는 가운데 에탄 베이스 에틸렌까지 확보함으로써 PVC 사업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0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전해부터 PVC까지도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미국은 셰일 개발에 힘입어 범용화학제품 생산대국으로 부활했고, 신규 가동하는 플랜트 대부분이 해외시장 공략에 중점을 두고 있어 미국산의 영향력이 계속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