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폭락함으로써 정유·석유화학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주요 산유국이 추가 감산 합의에 실패한 영향으로 3월6일 브렌트유(Brent)가 배럴당 45.27달러로 전일대비 4.72달러(9.44%),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도 41.28달러로 4.62달러(10.1%) 급락했다.
또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3월8일(현지시간) 오후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장외거래가 시작되자마자 브렌트유가 35.77달러로 9.50달러(20.1%) 폭락했고 WTI도 32.64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앞으로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가 현재의 감산 조치가 끝나는 4월부터 생산량을 확대하고 원유 수출가격 인하에도 나설 계획이어서 저유가 시대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기업들은 코로나19로 세계적 경기둔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2020년 1분기 영업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감산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한국석유공사 월간석유수급 통계에 따르면, 1월 국내 정유기업들의 원유 처리 가동률은 86.1%로 전년동기대비 2.9%포인트 낮아졌다.
국내 생산량 1위인 SK에너지가 3월부터 울산 정제 가동률을 기존 100%에서 10-15% 낮추었고, 시황에 따라 추가로 낮출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도 감산을 검토하고 있다.
석유화학산업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나프타(Naphtha) 가격이 하락할 것을 기대하고 있으나 글로벌 수요 위축이 심각한 상황으로 단기적 충격이 우려되고 있다.
NH투자증권 황유식 연구원은 “석유화학산업은 원료가격 하락에 따라 단기적으로 스프레드가 일정 부분 회복될 수 있다”면서 “코로나19 영향 마무리 국면에서는 탄력적인 영업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제유가 하락이 미국 셰일가스(Shale Gas) 생산 감소로 연결될 수 있어 석유화학제품 공급 증가 우려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셰일가스는 WTI 기준 배럴당 55-65달러 수준이 유지돼야 안정적 투자가 가능하나 최근 국제유가가 해당 수준을 하회하면서 셰일가스를 원료로 사용하는 미국, 중국의 석유화학 설비 증설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3월 초 발생한 롯데케미칼 대산 NCC(Naphtha Cracking Center) 폭발사고로 일부 화학제품의 가격이 추가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다만, 시장 관계자들은 원료가격 하락보다 중국 등 주요시장의 수요 감소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더욱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윤재성 연구원은 “코로나19로 부진한 시황이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다만, 중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 둔화와 3월 가용인력 증가, 운송차질 문제 완화 등 영향으로 수요기업의 가동률 상향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