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사태로 의료물자 공급부족 심각 … 일본은 생산량 확대 난항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의료물자 부족이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마스크, 가운 뿐만 아니라 천연고무와 합성고무 라텍스로 제조하는 의료용 장갑도 공급이 부족한 가운데 세계 각국에서 수요가 급증하며 심각한 수급타이트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의료용 장갑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말레이지아가 봉쇄조치를 시행하며 직원 부족으로 공장 가동이 어렵다는 점도 수급타이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의료용 장갑은 감염병 등으로부터 의료종사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개인방호도구(PPE: Personal Protective Equipment) 가운데 하나이며 병동에서 작업하거나 검사할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검사용 장갑과 사용자의 기호에 맞추어 선택할 수 있는 수술용 장갑 등으로 구분되고 있다.
현재는 검사용 장갑 공급부족이 심각한 수준으로 수술용 장갑 소비량이 급증세를 나타내면서 글로벌 수요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3배 정도로 폭증한 것으로 파악된다.
말레이가 생산을 장악하고 있고 타이, 인도네시아도 일부 제조하고 있는 가운데 말레이가 3월18일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봉쇄에 돌입했고 다른 동남아 국가들도 봉쇄조치를 강화하면서 공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말레이 정부가 엄격한 이동제한 명령을 내림에 따라 직원들이 출근하지 못해 공장 가동중단이 불가피했고 일부 공장은 정부 허가를 받고 재가동했으나 이미 일정이 밀려 공급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조에 필요한 부자재 확보에 난항을 겪으며 정상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생산 뿐만 아니라 유통과정도 수급타이트에 일조하고 있다.
의료용 장갑을 비롯해 광범위한 개인방호도구를 세계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미국 Medline은 안정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 수요기업에 대한 공급물량을 먼저 확보하는 등의 방식으로 일부제품 출하를 제한하고 있다.
의료용 장갑 가운데 수술용을 타이에서 생산하고 있는 일본 오카모토(Okamoto)도 기존 수요기업을 우선시하며 신규 수요기업에 대한 공급은 억제하고 있다.
반면, 도레이메디칼(Toray Medical)은 원래 미국 제조제품만 공급했으나 최근에는 해외 각국 공장을 활용함으로써 리스크 분산을 도모하고 공급량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의료용 장갑 수요 급증을 타고 원료 수급도 타이트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검사용 장갑 원료로는 NB-라텍스(Nitrile Butadiene-Latex)가 주로 사용되고 있으며 일부는 PVC(Polyvinyl Chloride)나 천연고무 라텍스로 제조하고 있다.
국내 NB-라텍스 수출량은 2020년 1월 7만4000톤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대부분이 금호석유화학 생산제품으로 파악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울산 NB-라텍스 공장을 2016년, 2018년, 2019년 잇따라 증설해 생산능력을 초기 20만톤에서 대폭 확대함으로써 현재는 58만톤을 가동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35%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NB-라텍스를 중국, 홍콩, 타이완 등 중화권을 중심으로 납품하고 있으며 일부 시장 관계자들은 금호석유화학의 NB-라텍스 가동률이 목표치인 80%를 넘어 100%에 근접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본은 제온(Zeon)이 NB-라텍스를 공급하고 있으나 2020년 가을 정기보수에 맞추어 재고 확충을 우선시하고 있어 현재 의료용 공급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술용 장갑 원료는 천연고무 라텍스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알레르기 프리제품에는 CR(Chloroprene Rubber)을 투입하고 있다.
일본은 CR을 3사가 생산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증설 계획은 없으며 행정상 문제로 신규기업 진출도 어려워 장갑 생산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
의료용품 생산을 위해서는 후생노동성으로부터 의료기기 제조판매업 허가를 받아야 하고 장갑은 JIS 규격도 맞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사람과 접촉하는 분야에서만 JIS 규격제품을 사용하고 일부 작업은 JIS 규격 외 장갑을 사용해 현재와 같은 공급난은 겪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제산업성이 3월부터 자국 의료용 장갑 생산기업들에게 생산량을 늘릴 것을 요구했으나 대부분 공장이 해외에 소재하고 있어 상대 국가와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즉각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 의료용이 아닌 다른 용도의 장갑을 생산해온 일본 생산설비를 활용해 의료용 생산을 늘리자는 의견을 제기했으나 설비별로 사양이 달라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울러 합성고무 라텍스는 자체 생산이 가능하지만 천연고무 라텍스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스크와 같이 신속하게 국산화하는 것은 어려운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