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로 글로벌리즘 약화 … 변화 맞추어 디지털 기술 강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세계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석유 및 석유화학 시장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수요가 크게 감소하며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미국의 석유 재고가 계속 높은 수준을 나타내며 WTI(서부텍사스 경질유) 가격이 4월 한때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를 형성했을 뿐만 아니라 국제에너지기구(IEA)도 2020년 글로벌 석유 수요가 하루 930만배럴 줄어들며 사상 최대 감소폭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심각한 공급과잉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들이 5월부터 사상 최대인 하루 970만배럴 감산에 돌입했지만 국제유가는 여전히 낮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고 천연가스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0년 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 3.0%를 기록하며 리먼 브라더스 사태 직후인 2009년의 마이너스 0.1%를 크게 하회할 것으로 예측했다.
IMF는 2020년 안에 코로나19를 종식시키지 못한다면 2021년에도 글로벌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백신 혹은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까지 세계경제를 위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각국이 사태 종식 이전까지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이동제한 조치 등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봉쇄조치 혹은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을 계기로 글로벌 경제의 중요한 흐름이 바뀔 것이라는 예상도 등장하고 있다.
일례로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이동을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이 불필요한 일로 취급된다면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이동과 관련된 수요가 크게 증가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 코로나19가 석유를 제외한 1차산업 판매가격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침으로써 자원대국의 경제나 사회정세가 혼란을 겪으며 글로벌 자원 공급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은 2020년 3월 에틸렌(Ethylene) 크래커 가동률이 6년4개월만에 90%를 하회했다.
자동차, 전자 공장 등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부품 발주가 멈추었고 포장소재 일부는 외출자제 흐름을 타고 수요가 증가했지만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전반적으로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에 가동률 감축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북미지역에서도 셰일(Shale) 베이스 석유화학 프로젝트 공사가 일부 지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미지역은 셰일오일이나 천연가스를 베이스로 에탄(Ethane)을 생산하고 가격경쟁력이 우수한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국제유가 변동과 상관없이 여전히 경쟁우위를 선점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앞으로도 북미산 합성수지는 예전에 비해 수입량이 줄어들 수는 있어도 계속해 아시아 시장에 유입되며 아시아산과 경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코로나19 종식 후 회복 기조로 접어든 후에도 공급과잉 상태에는 큰 변화가 없고 판매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종식 후에는 에너지나 석유화학제품 수요 감소를 계기로 정유공장과 석유화학 공장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재편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힘이 강한 중국이나 사우디 등에서는 급진적인 재편이 예고되고 있다.
정유기업들은 예전부터 환경규제 강화로 석유제품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석유화학 등 비 정유부문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왔으나 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때에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전략이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는 석유화학 전환 움직임이 약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계기로 디지털 기술 보급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Digital Transformation)이 가속화되면 정유기업들의 비 정유부문에 대한 투자가 다시 본격화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재택근무가 더 자리를 잡으면 에너지 수요가 감소하지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경제가 성장한다면 새로운 석유화학 관련 수요가 창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사업을 현금흐름이나 ROA(총자산이익률), ROE(자기자본비율)가 아니라 지속적인 경영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의견도 등장하고 있다.
화학기업들은 앞으로 단기적인 불확실성과 중장기적인 메가트렌드를 구분해 경영전략을 세워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생산현장은 인공지능(AI), 로봇 등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해 대응하고 있고 각종 산업 분야에서 비접촉 및 원격 사업이 주목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 변화를 따라갈 수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가속화할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앞으로는 사람과 사람의 이동 혹은 교류를 베이스로 성립됐던 글로벌리즘이 약화되고 지역주의나 자국제일주의 등이 더 힘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연재해 혹은 감염병 등 위기가 도래했을 때 경제활동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지 여부도 중요해지고 있어 앞으로는 설비투자를 실시할 때 입지조건을 더욱 까다롭게 검토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