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넥실리스가 말레이지아 코타키나발루(Kota Kinabalu)에 동박 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하면서 일진머티리얼즈와의 갈등이 일단락됐다.
일진머티리얼즈는 SKC가 동박 자회사 SK넥실리스의 첫 해외공장을 말레이지아에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한 이후 핵심인력 유출을 우려해왔다.
SK넥실리스가 일진머티리얼즈 동박 공장이 소재한 말레이지아 사라왁(Sarawak)의 쿠칭(Kuching)에서 투자를 검토했기 때문이다.
특히, SK넥실리스가 유력 후보지로 고려했던 부지가 일진머티리얼즈 공장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둘 만큼 가까워 핵심인력 유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고 한때 산업통상자원부 중재를 요구할 만큼 크게 반발했다.
일진그룹 관계자는 “쿠칭에 온다는 것은 당연히 현지 핵심 숙련공을 빼간다는 의미”라며 “기후에 민감한 소재인 동박을 현지 온도‧습도에 맞추어 양산하기 위해 2년의 연구개발(R&D) 기간이 소요됐는데 대기업 공장이 들어서면 핵심 기술자 등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진그룹은 1978년 동박 기술 개발에 착수해 1989년 국내 최초로 상업화에 성공했고 전라북도 익산에 공장을 건설했으나 1996년 인근에 동박 공장을 건설한 LG금속에 핵심 숙련공 15명이 유출된 바 있다.
LG금속은 SK넥실리스의 전신이다.
하지만, SK넥실리스가 최종적으로 쿠칭과 1000km 이상 멀고 자동차로 20시간 걸리는 코타키나발루에 동박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힘으로써 안도하고 있다.
SK넥실리스 투자 소식이 들려온 후 일진그룹 관계자는 “SK넥실리스의 말레이지아 진출을 반대한 것이 아니라 쿠칭 진출을 반대한 것”이라며 “2차전지산업 발전을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넥실리스와 일진머티리얼스는 해외 투자를 포함해 동박 생산능력을 10만톤 수준으로 2-3배 확대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동박은 머리카락 15분의 1 두께의 얇은 구리막으로, LiB(리튬이온전지) 음극 핵심소재이며 전기자동차(EV)용 대당 40kg 가량이 투입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전기자동차(EV) 배터리용 동박 수요는 2020년 30만5856톤에서 2022년 61만399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