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간의 합의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2020년 2월14일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예비결정을 내린 지 1년만에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미국에서 배터리 팩, 배터리 셀, 배터리 모듈, 관련 부품 및 소재 등을 10년 동안 공급할 수 없게 됐다.
포드(Ford)와 폭스바겐(Volkswagen)의 미국 생산을 위한 배터리 및 부품은 각각 4년, 2년 동안 수입을 허용하는 유예조치를 함께 내려 대체기업을 찾도록 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미국 조지아에 약 3조원을 투자해 21.5GWh의 전기자동차(EV)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1공장 생산 배터리를 2022년부터 폭스바겐에게, 2공장 생산 배터리는 포드에게 공급할 예정이었고 ITC의 유예조치로 건설에는 문제가 없으나 유예기간이 건설기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폭스바겐이 1년, 포드가 2년 동안만 공급받을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과 합의해 수입금지를 풀어야만 미국 사업을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배상금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된 반면 영업비밀 침해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히고 수입금지조치 등 중징계까지 받게 된 SK이노베이션은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0일의 리뷰 기간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거부권이 행사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ITC가 포드, 폭스바겐이 미국공장에서 공급할 때에 한해 공익을 들어 유예기간을 주었기 때문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다시 공익을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하기 애매하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평소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조해왔고 특허 침해가 아닌 영업비밀 침해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전례가 없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양사가 요구하는 합의금 차이가 크다는 점도 합의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조5000억-3조원 가량을 요구하고 있으나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상장 지분 일부 제공을 포함해 1000억원대에서 5000억-6000억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는 ITC 최종결정 이후 보고서에서 합의금이 5조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면 LG에너지솔루션이 유럽에서도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양사가 합의금 격차를 좁히지 못하면 미국 대통령 리뷰 기간이 끝난 뒤 SK이노베이션이 항소할 가능성이 있으며 합의도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