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태평양은 2020년 가을부터 연말까지 올레핀(Olefin)을 비롯한 기초화학제품과 합성수지 가격이 급등한 반면 원료로 사용되는 나프타(Naphtha), 에탄(Ethane)은 약세를 계속함으로써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스팀 크래커는 높은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사업환경이 악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신규 크래커가 가동하고 중국에서 석유정제‧석유화학 통합 플랜트가 가동률을 끌어올림에 따라 과잉물량이 유입돼 시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시아, 2020년 하반기 수익성 크게 개선
아시아는 에틸렌(Ethylene) 현물가격이 2020년 6월 톤당 700달러 수준에서 12월 900달러대 중반으로, 프로필렌(Propylene)은 730-740달러에서 920-930달러로 크게 상승했다.
부타디엔(Butadiene)은 7월 말 300달러 초반에 머물렀으나 12월 초 1300달러대로 4배 이상 폭등했다.
중국 경기가 예상외로 크게 회복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에서 설비 트러블이 다수 발생해 수급타이트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포장재용 PE(Polyethylene), 자동차용 PP(Polypropylene), ABS(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 외에 타이어 및 검사‧의료용 장갑에 사용되는 NBR(Nitrile Butadiene Rubber) 등 다양한 유도제품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LG화학은 ABS 및 PVC(Polyvinyl Chloride) 수요 호조에 힘입어 2020년 7-9월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2.5배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스팀 크래커 마진은 나프타가 4월 톤당 200달러 부근까지 폭락한 후 서서히 상승했으나 12월 400달러 수준 유지에 그침으로써 10-12월에도 양호했다.
페트로나스‧PTTGC가 공급과잉 유발
그러나 2021년 들어 상황이 반전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나프타 현물가격은 국제유가가 상승세로 전환됨에 따라 500달러대 중반으로 급등한 반면 부타디엔은 단기간에 300달러 가까이 폭락해 800달러대 중반으로 주저앉았다.
중국 춘절 이후의 상황도 예측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타이 PTT Global Chemical(PTTGC)과 말레이지아 국영 페트로나스(Petronas)가 각각 신규 스팀 크래커를 가동하고 중국 과잉물량이 유입돼 수급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페트로나스는 2021년 5-6월 말레이지아 조호르(Johor) 소재 CtoC(Crude Oil to Chemical) 플랜트의 상업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2월 가동을 기대했으나 합작기업인 아람코(Saudi Aramco)가 정유공장 마진을 우려해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동 후 유도제품인 PP 90만톤 플랜트를 풀가동해도 프로필렌은 최대 47만톤이 상업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페트로나스는 싱가폴 주롱(Jurong) 소재 수요기업들에게 공급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타디엔은 생산능력이 18만톤으로 현지에서 2023년부터 NBR 라텍스 생산을 결정했으나 다른 유도제품은 없어 생산량 대부분이 시장에 공급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PTTGC도 1월 말 라용(Rayong) 소재 신규 스팀 크래커를 상업가동하고 3월부터 수출을 본격화할 예정이었으나 2020년 12월 말 라용지역에 대규모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감염이 발생한 영향으로 도시가 봉쇄돼 가동이 늦어지고 있다. 다만, 3월에는 상업 가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타이는 에틸렌 수급이 타이트한 가운데 일정량을 수출하고 있다.
PTTGC는 신규 스팀 크래커 가동에도 불구하고 에틸렌 유도제품 증설 계획이 없어 기존 수요기업에 대한 공급을 늘리더라도 30만톤 가량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프로필렌은 2020년 말 가동을 시작한 PO(Propylene Oxide) 플랜트에 투입함으로써 상업시장 유입물량이 일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에틸렌‧프로필렌‧부타디엔 수출 본격화
동남아시아는 2021년부터 중국산 올레핀 유입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은 전자상거래 및 부유층 소비가 많을 뿐만 아니라 5G(5세대 이동통신) 관련을 포함한 인프라 투자가 확대됨에 따라 2020년 2% 성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화학제품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2020년까지 Hengli Petrochemical이 랴오닝성(Liaoning)에서, Zhejiang Petrochemical이 저장성(Zhejiang)에서 대규모 CtoC 플랜트를 가동해 잉여물량 수출이 불가피한 상태이다.
Zhejiang Petrochemical도 2021년 여름 No.2 스팀 크래커를 완공해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특히, 부타디엔은 유도제품이 많지 않아 상당량이 동남아시아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싱가폴, 경쟁력 하락으로 가동중단 잇따라…
싱가폴은 2020년 코로나19에 따른 사업환경 악화로 다수 화학공장이 가동을 중단했고, 아로마틱(Aromatics) 은 일시 중단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특히, 쉘(Shell)은 정유공장의 원유 처리능력을 절반으로 감축한다.
정유공장 및 석유화학 플랜트가 집적한 주롱에서는 2020년 말 아람코의 자회사 아란세오(Arlanxeo)가 PBR (Polybutadiene Rubber) 14만톤 플랜트를 가동 중단했으며 미국 이스트만케미칼(Eastman Chemical)은 옥소(Oxo) 관련제품 생산에서 철수했다.
주롱 인근의 부콤(Bukom)에서 정유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쉘은 원유 처리능력을 절반으로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종업원은 2023년까지 줄일 예정이나 생산능력 감축은 2021년부터 착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서 스팀 크래커를 가동하고 있는 쉘은 원유 처리능력을 감축함으로써 나프타 생산이 줄어들어 원료 코스트 상승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싱가폴에서 스팀 크래커를 가동함과 동시에 폴리올레핀(Polyolefin), 합성고무 등 유도제품을 직접 생산하고 있는 엑손모빌(ExxonMobil)은 기초원료의 자가소비 비율이 높은 편이나 쉘은 상대적으로 상업시장 공급비율이 높아 스팀 크래커의 생산량을 조절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유공장의 유동접촉분해장치(FCC: Fluid Cracking Center)도 2021년에 1기의 가동을 중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FCC의 프로필렌 생산능력이 5만톤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싱가폴은 일반적으로 동남아시아 인근국가에 비해 생산코스트가 높으나 주롱은 원료를 파이프라인으로 조달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 장기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프로필렌은 2021년 신규 가동하는 페트로나스 플랜트,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와 가까운 포트딕슨(Port Dickson) 정유공장 등 말레이지아에서도 조달할 수 있으나 파이프라인 조달에 비해 코스트 경쟁력이 떨어지고 안정공급이 보장되지 않는 단점이 제기되고 있다.
쉘로부터 프로필렌을 조달하는 독일 에보닉(Evonik Industries)과 타이완 Changchun Petrochemical이 주롱에서 공동 운영하고 있는 프로필렌 3000톤 탱크를 100% 활용하는 등 수요기업도 대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장기적인 조달 안정성을 우려하는 유도제품 생산기업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싱가폴은 최근 프로필렌 공급이 최대 약 30만톤 부족한 상황이나 에틸렌은 엑손모빌이 약 30만톤을 수출하는 등 과잉물량이 발생하고 있어 프로필렌을 확보하기 위해 스팀 크래커를 신규 건설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PDH 프로젝트에도 경쟁력 회복 어려워
그러나 2020년 말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이 PDH(Propane Dehydrogenation) 플랜트를 신규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검토한다고 발표하는 등 부활이 예고되고 있다.
스미토모케미칼이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PDH는 프로판(Propane)을 원료로 프로필렌을 선택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이점이 주목되고 있다.
PDH 프로젝트는 싱가폴 정부의 강력한 호소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전에 한국 및 타이완기업이 검토를 진행한 후 포기한 바 있는 등 과정이 순탄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싱가폴의 건설 및 유틸리티 코스트가 높아 PDH 프로필렌 공급가격이 아시아 현물가격에 비해 톤당 100달러 이상 높을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스미토모케미칼은 싱가폴에서 다양한 프로필렌 유도제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PDH 플랜트에서 병산되는 수소와 주롱 소재 화학공장 등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CO2)를 원료로 메탄올(Methanol)을 생산하는 청사진을 그리는 등 전체적인 경쟁력 향상을 추진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화학산업을 발전시킨 싱가폴은 원료 다양화와 환경기술 실용화를 통해 경쟁력을 유지함과 동시에 지속가능한 모델을 확립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나 동아시아 사업환경 변화에 따라 경쟁력을 상실해가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