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미국‧일본 화학기업들이 중국에서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미국 화학기업들은 미국-중국 무역마찰 영향을 회피하고 쌍순환 전략 아래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에 화학소재를 공급하기 위해 투자를 적극화하고 있다.
연구개발 외에 마케팅, 생산, 판매 등 모든 분야에서 중국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어 앞으로도 대규모 투자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차세대 자동차나 소비재 시장의 특수한 니즈 혹은 급변하는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수요기업이나 대학 등과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독일 중심으로 중국시장 흐름 파악 중시
바스프(BASF)는 2021년 4월 상하이(Shanghai) 소재 이노베이션 캠퍼스에서 3번째 증설공사에 착수했다.
연구개발동을 1개 추가 건설함으로써 현지 대학과의 공동연구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22년 말 완공까지 2차례에 걸쳐 총 2억8000만유로(약 3600억원)를 투자한다.

바스프는 중국을 포함해 아시아 지역에서 총 12곳의 대학 및 연구기관과 수지, 페인트, 배터리 소재, 디지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을 실시하고 있으며, 상하이 이노베이션 캠퍼스 3차 증설을 통해서는 시장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신제품 개발과 학술 분야의 연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클라리언트(Clariant)는 2021년 3월 그레이트 차이나 지역에 사업총괄본부와 연구소를 모두 두고 있는 원 클라리언트 캠퍼스를 개설했다.
경영과 연구조직을 공존시킴으로써 시장 흐름이나 수요에 대한 정보를 신속히 교환할 수 있으며 석탄산업의 지속가능성, 수소화 기술, 환경, 촉매 등 4대 분야에서 기술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촉매 연구는 개발부터 조정, 평가, 시험까지 일관할 수 있는 연구실을 설치한다.
중국은 2020년부터 독일 화학 메이저들의 연구개발 투자 유치를 적극화하고 있으며 바스프 외에 에보닉(Evonik), 랑세스(Lanxess), 헨켈(Henkel), 렘(Rehm)도 투자에 나서고 있다.
에보닉은 2021년 8월 기존 연구소를 상하이 이노베이션 파크로 변경하고 중국, 미국 등 세계 6개국에 설치한 연구개발 중심기지 가운데 하나로 격상시켰다.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증설하고 인원을 확충함으로써 자동차 탑재용 배터리와 3D 인쇄용 소재, 저환경부하 제조기술, 홈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 대학들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하며 벤처 투자도 적극화할 계획이다.
2030년 글로벌 시장의 50% 장악 대비해야
중국 정부는 해외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전국 7대 석유화학기지 가운데 하나로 설정한 상하이 화학공업원구(SCIP)에서는 2021년 6월 상하이 국제 화학산업 신소재 이노베이션 센터가 개설돼 환경부하 저감 등에 기여하는 혁신기술을 개발하고자 하는 국내외기업 유치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신소재 이노베이션 센터 설립에는 미국 인비스타(Invista)와 독일 랑세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인비스타는 2021년 6월 아시아 최초의 PA(Polyamide) 66 개발기지를 개설했으며 컴파운드 생산을 위한 압출 및 사출성형기나 각종 분석‧시험장치를 도입해 자동차, 전자소재 분야에서 용도 개척을 추진할 계획이다.
인비스타는 예전부터 SCIP에서 PA66 플랜트를 가동하고 있으며 2024년 3월까지 중합능력을 40만톤으로 2배 확대할 예정이어서 연구개발부터 생산까지 일관체제를 구축한다.
의약품 메이저들도 상하이에 연구소를 잇따라 개설하고 있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 AstraZeneca)는 2021년 10월 신약 연구개발과 임상시험을 담당할 연구소를 개설해 중국 최고의 의료센터와 연구기관, 관련기업들과 공동으로 의약품 개발 생태계를 구축하고 중국발 의약품 개발을 주도할 계획이다.
중국은 최대 화학제품 시장이며 매출액 기준으로 글로벌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2030년에는 점유율이 50%대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연구개발 투자를 적극화하고 있는 메이저들은 대체로 중국 매출액이 전체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중국 무역마찰의 타격을 회피하면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중국에서의 연구개발 투자를 멈추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일부에서는 중국의 지적재산권 보호가 허술하다고 지적하고 있으나 메이저들은 정보관리 체제와 퇴직자에 대한 대응을 강화함으로써 리스크 회피에 주력하고 있다.
원료 연구개발 강화에 석유화학 밸류체인 집약
중국은 화학산업 관련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주요 원료산업의 연구개발 투자를 GDP(국내총생산) 대비 1.5%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2021년 9월 발표한 2020년 전국 과학경비 투입 통계를 통해 2020년 전체 산업계의 GDP 대비 R&D 투자 비중이 2.4%에 달했다고 공개했으나 화학원료 및 화학제품은 1.25%, 석유‧석탄 등 연료는 0.45%로 낮은 편이어서 대대적인 확충이 요구되고 있다.
공업정보화부는 2021년 말 원료공업 발전계획을 통해 석유화학, 철강, 비철금속 등을 대상으로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하이엔드화 정책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총 5개의 신소재 발전을 목표로 설정했고 하이테크화 분야에서는 카바이드(Carbide) 공법 PVC(Polyvinyl Chloride)의 수은 오염 억제를 위한 수은 프리 기술의 이용 및 촉진을 선언하는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기술 개발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석유정제, 인산암모늄, 카바이드, 가성소다(Caustic Soda), 소다회, 황린(Yellow Phosphorus) 생산능력 확대는 억제한다.
석유화학산업에서는 소규모 혹은 단독 P-X(Para-Xylene) 및 에틸렌(Ethylene) 프로젝트 건설을 제한하고 석유화학 체인의 집약화를 도모하고 있다.
유해화학물질 생산기지는 레이아웃을 최적화하며 화학공업원구 이외의 지역에서는 신규 건설 및 증설을 금지할 방침이다.
아사히카세이, 자동차 중심 연구개발 확대
일본 아사히카세이(Asahi Kasei)도 중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사히카세이는 그룹 내부 및 외부와의 연계를 바탕으로 환경부하 저감과 차세대 자동차 보급에 기여할 수 있는 신제품 및 신기술 창출을 본격화하면서 중국을 중심으로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중국 총괄기업에 횡단적 마케팅팀을 설립했을 뿐만 아니라 2022년 초에는 상하이에 자동차 소재 및 부품 통합 개발센터를 개설함으로써 현지 수요 확보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디지털 전환(DX: Digital Transformation) 추진조직 출범도 준비하고 있으며 외부기업에 대한 출자 역시 적극화하고 있다.
아사히카세이는 2021년 10월 중국사업을 총괄하는 상하이 소재 Asahi Kasei (China)에 마케팅 조직 및 시장 개발부를, 2022년 2월에는 대학, 민간 연구소 등이 다수 집적해 있는 상하이 민항구(Minhang)에 자동차 소재 및 부품 통합 개발센터를 개설했다.
중국법인 중 전자부품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Asahi Kasei Microdevices (Shanghai)의 연구실과 그룹기업 가운데 자동차 내장소재를 담당하고 있는 미국 세이지(Sage Automotive)의 중국 사업장을 통합할 방침이다.
아사히카세이는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자율주행 기술을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 아래 다양한 니즈를 공략하고 있으며, 쾌적성과 졸음 방지를 목적으로 한 자동차 내부공간 개선과 디자인성이 높은 내장재를 제조할 수 있는 소재 및 기술을 개발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동차 OEM과 직접 거래하고 있는 세이지의 파이프를 활용해 수요기업에 대한 솔루션 제공능력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DX 도입에 중국기업 출자로 특허 관리
중국 DX 추진조직은 2022년 초 Asahi Kasei (China) 내부에 신설했다.
아사히카세이는 중국에 20개 이상의 현지법인을 두고 인공신장, 분리막 장치, 고기능 섬유, 고기능 수지, 우레탄(Urethane) 원료, 전자소재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모든 생산기지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 예방적 유지보수를 실시하거나 생산성을 향상시킴으로써 경영상 사업기회 손실을 최적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출자를 통한 중국기업과의 연계 및 유망기술 탐색에서는 일본에서도 전개하고 있는 지적재산권 전략 IP 랜드 스케이프를 중시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특정 기술 영역에서의 특허출원 건수 증가와 산업계의 도입 개시가 맞물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출원건수가 급증해 산업 성장이 예상되는 영역을 미리 파악하고 방대한 특허정보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아사히카세이와 기술적으로 보완관계에 있는 중국기업을 찾아내 협업을 제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은 디지털 기술이 사회와 산업계에 통용되고 제조업‧시장의 자율적 확대를 목표로 하는 쌍순환 전략 아래 중국에서 최초로 개발한 기술 및 소재가 세계 최초 기술 및 소재가 되는 시장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사히카세이는 그룹 차원에서 차세대 기술을 실현하거나 과제 해결에 기여하는 솔루션을 제안하는 것은 물론 중국의 사회 및 경제 변화의 원동력이 되는 벤처나 IT 플랫폼 등과 견고한 파트너십을 구축함으로써 쌍순환 전략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가격경쟁에 휘말리기 쉬운 기존의 소재 생산기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에서 흔들림 없는 우위성을 확립해나갈 계획이다.
출자 혹은 인수합병(M&A)은 2020년 말 Asahi Kasei (China)에 설립한 코포레레이트 벤처 캐피털 부문을 통해 실시하고 있으며, 소재‧화학과 디지털 영역에 강점을 갖춘 현지 투자펀드와 리치랜드 캐피탈 등에게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스태프 육성도 중시하고 있다.
2020년 현지법인에 소속된 현지 스태프 9명을 대상으로 한 신규 프로그램을 개시했으며 중국 뿐만 아니라 그룹의 글로벌 사업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 인재로 육성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