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가폴이 기후변화 대책을 강화하면서 화학산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싱가폴 정부는 2022년 3월 예산안을 가결하고 환경문제 대책을 위해 탄소세 인상을 결정했다. 탄소세는 현재 톤당 5S달러를 부과하고 있으나 2024년부터 단계적으로 높여 2030년 50-80S달러까지 인상할 방침이다.
실질적인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제로화하는 시기도 기존의 21세기 후반에서 2050년 또는 2050년 무렵으로 앞당겼다.
탄소세 인상으로 확보한 자금은 대부분 CCUS(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수소 등 저탄소 기술 도입에 투입할 계획이다.
탄소세, 단계적 인상 추진
싱가폴은 수력발전, 지열발전에 이용할 수 있는 천연자원이 없고 태양광발전, 풍력발전을 위한 땅도 부족해 기후변화 대책을 추진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싱가폴 정부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를 중단시키고 2050년에는 최고점의 절반으로 줄인 후 21세기 후반까지 실질적인 배출량을 제로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최근 실질적으로 배출량을 제로화하는 시기를 2050년 또는 2050년 무렵으로 앞당겼다.
CCUS, 수소 등 대체할 수 있는 저탄소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2021년 개최된 제26차 유엔(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파리기후변화협약 제6조 이행규칙이 타결됨에 따라 국제적인 탄소 크레딧 거래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싱가폴은 2019년 탄소세를 도입한 후 새로운 기후변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탄소의 정확한 가격을 설정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세율 인상을 결정했다. 톤당 5S달러에서 2024-2025년 25S달러, 2026-2027년 45S달러, 2030년 50-80S달러로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2022년 후반 최종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크레딧을 이용한 오프셋은 과세 대상을 배출량의 5%로 상한을 정해 실질적인 감축을 요구하고 있어 발전, 석유, 화학 등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산업에 상당한 장애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싱가폴 정부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산업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며 에너지효율과 탈탄소화 목표를 기준으로 한 면세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주롱, 지속가능한 생산‧수출기지로…
싱가폴 정부는 2021년 11월 동남아시아 최대의 에너지‧화학산업 집적지인 주롱(Jurong)을 지속가능한 생산‧수출기지로 전환하기 위한 대책의 방향성과 목표를 결정했다. 
생산제품을 고부가가치화함과 동시에 바이오매스 베이스를 확대해 화석원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CCUS 추진에도 의욕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이산화탄소를 원료 등으로 이용하는 CCU(이산화탄소 포집·활용)는 주롱을 상업화를 위한 실증시험 장소로 활용해 실용화를 가속화할 방침이다.
2030년까지 지속가능제품 생산량을 2019년에 비해 1.5배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자동차 저탄소화에 기여하는 윤활유 첨가제, 고내구성 고무 등 고부가가치제품과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사용하는 연료 및 화학제품, 폐플래스틱 베이스 열분해유를 포함하고 있다.
싱가폴 정부는 지속가능제품 생산 확대를 통해 주요 이산화탄소 발생원인 정유공장과 스팀 크래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콘크리트 골재에 대한 이산화탄소 고정도 추진하고 있으며 주롱 소재 정유공장 및 스팀 크래커의 에너지효율을 세계 전체의 상위 25% 수준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아울러 이산화탄소를 최소 200만톤 회수할 수 있는 체제를 정비하고 재생에너지 이용을 확대함과 동시에 정유공장의 플레어가스 회수‧이용을 추진할 계획이다.
2050년까지는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이용하는 연료 및 화학제품을 시작으로 지속가능제품 생산량을 4배까지 확대하고 다양한 저탄소 기술을 적용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600만톤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주롱에서는 엑손모빌(ExxnMobil), 쉘(Royal/Dutch Shell),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 미쓰이케미칼(Mitsui Chemicals) 등 에너지, 석유화학, 특수화학제품 분야의 글로벌 메이저 100사 이상이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어 석유정제, 올레핀(Olefin) 및 화학제품 생산이 계열화돼 있는 상태이다.
연료, 윤활제 외에 수술용 마스크와 장갑, 자동차부품, 식품에 첨가하는 조미료, 향료 등 다양한 소비재 생산에 필수적인 석유화학제품 및 특수화학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주롱은 물류, 무역상은 물론 LNG(액화천연가스) 터미널도 소재하고 있어 싱가폴 전체 전력 수요의 절반 가량을 소비하고 있다.
새로운 환경기술 연구기관 설립
싱가폴 과학기술청(A*STAR)은 지속가능한 싱가폴을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연구기관도 설립했다.
연구기관은 산관학 협력을 통해 에너지‧소재 전환, 친환경 소재‧프로세스 개발 등을 추진함으로써 2050년 탄소중립을 비롯한 싱가폴의 기후변화 관련목표 달성, 현지 에너지 및 화학, 제약 영역의 지속가능성 향상을 지원할 방침이다.
유기화학, 생체분자화학, 촉매, 제제기술, 프로세스를 연구하는 화학공학연구소(ICES)를 재편해 화학‧에너지‧환경 지속가능성 연구소(ISCE2)로 새롭게 출발하며, 소재공학연구소(IMRE)가 담당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고분자 소재에 관한 연구를 시작으로 A*STAR 산하에 있는 연구기관으로부터 관련 연구영역을 이어받을 예정이며 기후변화 모델링‧시뮬레이션도 담당할 계획이다.
아울러 학술계, 공공기관, 산업계와 연계해 저탄소 기술, LCA(Life Cycle Assessment), 지속가능한 소재, 최신 디지털화‧자동화 도구를 이용한 친환경 제조 프로세스 연구개발(R&D)도 진행한다.
특히, 탈탄소화, 친환경 소재‧프로세스에 중점을 두고 있다.
탈탄소화와 관련해서는 연료, 화학물질, 건축자재 등을 전환함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며, 친환경 소재와 관련해서는 생분해성 물질, 리사이클‧업사이클 가능한 순환형 소재 개발 등을 검토하고 있다.
친환경 프로세스와 관련해서는 지속가능한 의약품을 생산하는 등 제조 프로세스의 이산화탄소, 용제 폐기물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A*STAR은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리사이클성과 높은 차단성을 겸비한 단일소재 연포장재, 이산화탄소를 천연가스, 올레핀으로 변환하는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최근에는 싱가폴 경제개발청(EDB), 싱가폴 정부가 투자하는 Jurong Town(JTC), 에너지‧화학기업과 함께 주롱에서 CCU 기술 개발‧실증시설, CCUTT(CCU Translational Test Bed) 가동을 준비하고 있으며 모듈화, 디지털화 등 최신 테스트베드 기술을 활용해 CCU 기술 개발 및 실용화를 가속화할 방침이다.
그린 플랜 2030 통해 도시 전체를 그린화
2021년 2월 싱가폴 정부가 발표한 Singapore Green Plan 2030은 지속가능한 주롱의 베이스가 되고 있다.
2030년까지 국가 차원에서 추진할 환경정책의 포괄적인 계획이며 ①자연 속의 도시 창출, ②지속가능한 삶 추진, ③청정에너지 활용, ④그린경제 발전, ⑤회복력 있는 미래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①자연 속의 도시 창출에서는 2030년까지 나무를 100만그루 심고 모든 세대가 공원에서 도보 10분 이내인 거주환경을 만들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7만8000톤 감축할 계획이다.
②지속가능한 삶 추진에서는 일평균 인당 매립쓰레기 폐기량을 2026년 20%, 2030년 3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또 자동차 없는 도시 모델을 실증함과 동시에 자전거 전용도로, 철도망 연장에 따라 2030년 대중교통 이용률을 75%로 끌어올리고 모든 학교에 환경교육 강화 프로그램을 도입할 계획이다.
③청정에너지 활용과 관련해서는 2025년까지 태양광이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4배로 확대하고 아세안(ASEAN) 지역 등에서 전력, 수소 수입을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해수탈염에 투입되는 전력을 절반으로 줄이고 상수도, 정수설비는 태양광으로 가동하며 세계 최대의 바이오디젤 플랜트를 확장할 계획이다.
국제운수 부문은 2050년까지 항공기 연비를 매년 2% 개선하고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 5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건축물 부문은 2030년까지 건물 전체 면적의 80%를 녹화하고 공영주택(HDB)의 에너지 소비량을 15% 감축할 계획이며 자동차는 2030년까지 전기자동차(EV) 충전소를 6곳으로 2배 늘리고 2040년에는 모든 내연기관 차량을 금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에너지 소비량을 연평균 800만MWh 감축하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300만톤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④그린경제 발전에서는 싱가폴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탈탄소를 활용하고 연구‧이노베이션‧엔터프라이즈 2025년 계획에 따라 글로벌기업의 탈탄소‧수소기술 연구개발기지에 대한 투융자를 촉진할 계획이다.
⑤회복력 있는 미래 구축과 관련해서는 해수면 상승으로부터 해안선을 지키는 보전계획을 마련하고 건물 녹화, 보냉효과가 있는 페인트 사용으로 도시의 더위를 완화하며 2030년까지 식료품 자급률을 영양 기준으로 30% 끌어올릴 방침이다. (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