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화학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며 경제가 큰 타격을 받고 있고 경기침체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2019년 말 취임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주도하는 EU 그린딜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과거 중국이 실시한 개혁개방 정책에 필적할만한 성장전략으로 평가되고 있다.
친환경 혁신기술 성장 가속화가 기대되는 등 화학기업들에게 새로운 사업 기회로 작용할만한 호재도 부상하고 있다.
그린딜, 이노베이션 촉진을 중심으로…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반년만에 전기요금이 50% 폭등했으며 앞으로도 당분간 상승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 물가지수는 2022년 9월 전년동월대비 10.9% 급등하며 1970년 이래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두자릿수 이상을 기록했다.
유럽 중앙은행은 7월에 이어 11월에도 금리 인상에 나섰으며 2023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0% 혹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스태그플레이션 돌입이 우려되고 있다.
반면, EU의 그린딜 전략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EU 그린딜 전략은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에너지, 모빌리티 등 다양한 산업계를 변혁시키자는 내용으로 최근 관련된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그동안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환경을 보호했으나 앞으로는 거액의 지원금을 통해 이노베이션을 촉진시키는 방식으로 환경보호에 나서겠다는 것이 특징이다.
가장 대표적인 에너지 정책은 5월 발표된 Repower EU로 러시아산 화석연료 의존에서 탈피하고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에 비해 55% 이상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30년에는 수소 생산량과 수입량을 각각 2000만톤으로 2배씩 확대하고 메탄(Methane) 가스는 350만입방미터를 생산할 예정이다.
유럽에서 연구개발(R&D)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화학기업들은 그린딜 전략을 새로운 사업 기회로 주목하고 있다.
아사히카세이(Asahi Kasei)는 수소 생산 프로젝트에서 독일 전력 메이저 RWE와 협력하고 있으며 2024년까지 현지 쾰른(Cologn) 서부 발전소에 알칼리 수전해 설비를 도입하고 RWE가 생산한 수소와 발전소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CO2)를 원료로 재생가능한 합성 항공연료를 생산할 예정이다.
바이오 메탄을 생산하는 독자 개발 기술 응용이 기대된다.
유기성 폐기물을 발효해 얻은 바이오가스에서 흡착제 제올라이트로 이산화탄소를 선택 분리하는 기술로 이산화탄소 분리 후 바이오가스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도움이 되는 바이오 메탄이 돼 연료로 활용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 분리에 필요한 에너지량이 기존 기술에 비해 절반 이하라는 점도 특징이다.
바스프(BASF)도 독일 루트비히스하펜(Ludwigshafen) 본사 공장에 수전해조를 설치하고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린수소 5000톤을 생산해 화석자원 베이스 수소를 대체하고 잉여분은 버스 연료 등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핀란드 국영 석유기업 네스테(Neste)는 폐식용유 등을 정제한 재생가능 원료를 공급하고 있다. 항공·트럭 연료, 화학제품 원료 등으로 사용할 수 있고 네덜란드, 핀란드, 싱가폴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2026년까지 전체 생산능력을 680만톤으로 2배 확대할 계획이다.
식품포장, 재생 플래스틱 이용과 리사이클 가속화
2020년에는 EU 그린딜 연동 정책으로 신순환형 행동경제 계획이 발표했고, 2030년까지 자동차나 포장 용도에 사용되는 플래스틱 소재에 재생 플래스틱을 30% 함유시키는 것을 의무화하고 폐플래스틱 포장은 중량 환산으로 55% 이상 리사이클하도록 의무화한다.
미국‧유럽 화학단체가 참여하는 국제 화학공업협회협의회(ICCA)도 2022년 10월 벨기에 이사회에서 리사이클 목표를 논의했으며 리사이클 추진을 위해 소재 전환을 강조함에 따라 화학기업들에게 또다른 사업 기회가 생길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포장 분야에서도 수요가 큰 식품포장 용도는 식자재 품질 유지를 위해 특성이 서로 다른 수지 시트를 겹친 다층필름 등을 사용하고 있으나 단일필름으로 대체하는 것이 리사이클에 유리해 폴리올레핀(Polyolefin)계로 통일하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으며 유럽기업들이 예전부터 추진해온 나일론(Nylon) 배제도 가속화되고 있다.
미츠비시케미칼(Mitsubishi Chemical)은 2025년까지 영국 EVOH(Ethylene Vinyl Alcohol) 공장 증설에 100억엔 이상을 투입할 예정이다.
EVOH는 산소 등을 차단하는 성능을 갖추어 햄이나 커피 포장재의 배리어층으로 사용되고 있다.
미쓰이케미칼(MCI: Mitsui Chemicals)은 EVOH와 PE(Polyethylene) 필름을 조합할 때 사용하는 접착성 수지 Admer를 생산하고 있으며 최근의 단일소재화 트렌드를 타고 유럽법인 매출액이 2022년 약 10%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쓰이케미칼 유럽법인은 지속가능제품에 대한 국제적 인증 ISCC Plus를 취득했으며 소비재 생산기업 등 수요기업들과 직접 협력관계를 구축하며 접착제용 PU(Polyurethane) 등 다른 수지 분야에서도 채용 기회를 노리고 있다.
단일소재화 진전으로 리사이클 가속화
앞으로는 단일소재화가 진행되면서 원료 모노머로 재생시키는 CR(Chemical Recycle) 기술 개발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우(Dow)는 독일 뵈렌(Bohlen) 공장에 유럽 최대 리사이클 능력인 12만톤 설비를 건설하기 위해 1억유로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영국 무라(Mura Technology)의 유화 기술을 이용해 식품포장용 원료로 되돌리거나 자동차부품에 사용할 계획이다. 
네스테는 재생가능 원료 확보를 위해 CR에 주력하고 있다. 핀란드 정유공장에서 실증실험을 진행하며 2030년까지 100만톤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스미토모케미칼(SCC: Sumitomo Chemical)은 유럽법인에서 PMMA(Polymethyl Methacrylate) CR을 준비하는 동시에 에히메(Ehime) 공장에서 실증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미츠비시케미칼 그룹은 탄소섬유를 이을 새로운 리사이클 사업을 모색하고 있으며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 필름이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일부 수요기업과 MR(Mechanical Recycle) 처리하고 있으나 제3자와의 연계를 강화함으로써 CR을 추진할 방침이다.
자동차, 전기자동차 밸류체인 형성 본격화
유럽 그린딜은 유럽 자동차 시장에도 변혁을 촉진하고 있다.
유럽은 자동차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21년에 비해 55%, 2035년까지는 100%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기자동차(EV) 보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2030년경에는 휘발유 자동차 판매가 사실상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전기자동차 밸류체인 형성을 위한 새로운 경제질서 구축이 가속화되고 있다.
전기자동차는 핵심 소재인 배터리를 제외하면 디자인이 상품 가치를 결정하는 특징이 있고 미국 테슬라(Tesla)를 비롯해 신흥기업들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어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을 중심에 두고 공급기업들이 단계적으로 연결된 전통적인 자동차산업 구조와는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유럽 자동차 시장 공략에 약한 면모를 보였던 일본 화학기업들이 그린딜 전략을 새로운 사업 기회로 주목하고 있다.
2022년 10월19-26일 독일 뒤셀도르프(Dusseldorf)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플래스틱 전시회 K2022에는 세계에서 약 17만6000명의 방문객이 찾았으며 화학기업들은 바이오매스 소재, 리사이클 기술 등 순환경제 관련제품 및 기술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기자동차 관련 소재 및 기술 전시가 눈에 띄었으며 바스프, 사빅(Sabic), 듀폰(DuPont) 등 메이저들은 배터리 소재 뿐만 아니라 배터리 케이스, 충전장치까지 일체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츠비시케미칼 그룹은 CFRP(Crabon Fiber Reinforced Plastic) 솔루션을 제안했고, 미츠비시케미칼은 2022년 말까지 이태리에서 CFRP 중간기재인 SMP(Sheet Molding Compound) 양산을 시작하고 유럽 공세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도레이(Toray)는 자동차 소재에서 수지 대체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유럽 시장 상황에 맞추어 배터리 냉각 배관에 사용하는 3층 수지 튜브를 공개했다. 튜브 안쪽은 내열성‧내가수분해성을 갖춘 도레이의 PPS(Polyphenylene Sulfide)로 제조하고 외층에 폴리플라스틱스(Polyplastics)‧에보닉(Evonik) 합작기업의 PA(Polyamide)를 사용했으며 접착 소재는 도레이와 폴리플라스틱스‧에보닉의 공동 개발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수요기업 평가를 진행하고 있어 조만간 양산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며 폴리플라스틱스‧에보닉과의 공동 개발제품은 아니지만 PPS와 PA 다층수지 일부가 채용실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도레이와 폴리플라스틱스‧에보닉은 3층 수지 튜브를 세계적 표준제품으로 육성할 예정이다.
아사히카세이는 차세대 콘셉트 카 AKXY2를 공개했다. 인공섬유, 차세대 합성고무,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제조한 PC(Polycarbonate), 센서 등 자동차 관련 포트폴리오를 함께 소개했으며 수요기업들의 니즈를 파악해 현지 개발체제 강화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스미토모케미칼은 K2022에 처음 참가해 슈퍼 EP(엔지니어링 플래스틱)인 LCP(Liquid Crystal Polymer)를 제안했다. 전기자동차 크러시 박스 등을 주요 용도로 설정했으며 자체 제작한 시험용 자동차에서 성능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EP 시장은 나일론이 표준이고 LCP는 지명도가 낮은 편이나 채용실적 확보를 위한 토대 구축에 나선데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