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학산업은 친환경화와 함께 디지털화가 대세로 굳어가고 있다.
탄소중립을 중심으로 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은 더 이상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슈이고, 가동 데이터를 활용해 생산효율을 높이고 안전성을 강화함은 물론 제조 코스트를 낮추는 디지털화 역시 생존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이다.
유럽연합이 친환경화·디지털화를 강조하는 이유이다.
EU 집행위원회는 2000년부터 추진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지연됐던 산업의 친환경화와 디지털화를 동시 달성하겠다는 트윈 트랜지션(Twin Transition) 전략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트윈 트랜지션을 통해 친환경화를 달성함은 물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타격을 입은 산업의 복원력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화학산업은 전환 경로 개발에 착수했다.
EU 집행위원회는 화학물질이 EU 가치사슬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산 공업제품 대부분이 탄소 베이스 화학물질에 의존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화학산업이 유럽 경제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할을 담당하고 있으나 석유·화학은 물론이고 의약, 전자제품, 배터리, 건축자재 등도 석유 베이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학산업은 EU 산업 중 4번째로 전체 제조업 매출액의 약 7%를 점유하고 있으며, 27개국이 2020년 기준 매출액 4990억유로를 올려 세계 2번째 위치를 점하고 있다. 특히, EU 화학산업은 제조업 평균보다 노동 생산성이 67% 높을 뿐만 아니라 고숙련 근로자 120만명을 직접 고용하고 36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시멘트, 철강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배출량 감축 작업이 시급한 상태이다.
EU 집행위원회는 EU 화학산업이 1990년 이후 생산량을 47% 이상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54%, 에너지 소비는 21% 감축함으로써 친환경화가 상당히 진전됐다고 평가하면서도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친환경화 작업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화학산업의 트윈 트랜지션 달성 및 복원력 개선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트윈 트랜지션 달성을 위해서는 지속가능제품 시장 활성화, 서플라이체인 재편, 자원 효율성 증진, 산업 가치사슬의 협력 제고, 혁신 파트너십 개발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친환경화와 관련해서는 넷제로 전환을 통해 화학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그린딜 전략도 추진하고 있으며 청정에너지 기술과 함께 넷제로 기술을 개발하고 넷제로 산업 자체를 확대하고 있다.
화석연료 시대가 종식돼가는 시점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청정에너지로 대체하는 녹색 전환이 필수적이기 때문으로, EU는 러시아산 화석연료 의존도 저감과 함께 에너지 소비 감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 화학산업도 친환경화와 함께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은 출발선상에 머무르고 있고 전정한 의미에서의 트윈 트래지션에는 접근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옳을 것이다. 플래스틱·정밀화학은 물론이고 석유화학기업들도 신증설이 한창인 마당에 온실가스를 감축하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반발하고 있는 것이 잘 증명해주고 있다.
그러나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대체와 함께 탈탄소 프로세스 전환이 대세로 굳어가고 있고 국내 화학산업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이다.
친환경화와 디지털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화학기업의 생사를 좌우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