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2022년 12월 제로코로나 정책을 폐지하고 2023년 1월 자국민이 해외에서 입국할 때 격리조치를 철폐했으며 일부 보복조치가 있었으나 한국·일본에 대한 일반비자 발행을 재개하는 등 주요국과의 왕래를 재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화학단지를 비롯해 산업단지나 화학기업 관계자들은 최근 여러 해외 국가를 대상으로 투자유치 활동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발전개혁위원회는 2021년 주요 산업계를 대상으로 탄소중립을 위해 에너지 사용량 감축과 소비효율 향상을 추진하는 쌍공(雙控) 전략 강화를 촉구했고 화학 등 에너지 소비량이나 온실가스, 폐기물 배출량이 많은 양고(兩高) 산업을 대상으로는 에너지 절감 및 배출량 감축 관련 요구를 강화하고 있어 중국 경제의 성장성 둔화와 함께 외국인 투자 유치에 걸림돌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중국 정부의 그린 파이넌스를 유용하게 활용하면 투자효율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 위해 에너지 절감 가속화
중국은 에너지 절감을 위해 1997년 시행한 절약능원법(에너지절감법)에서 생산설비를 포함한 고정자산을 건설‧가동할 때 설계한 대로 에너지 절감이 가능한지 사전에 심사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직전 5개년계획 기간인 2020년까지는 절약능원법을 엄격하게 시행하지 않았으나 2021년 고정자산 운영을 개시할 때 사전심사를 의무화했고 중앙정부가 불합격 고정자산을 가동하면 벌금을 부과하도록 조치하면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에너지 절감 노력에 속도가 붙고 있다.
지방정부들도 규제를 점차 강화하고 있다.
상하이시(Shanghai)가 2022년 발표한 고정자산 투자 에너지 절감 심사 실시법은 공장이 가동을 시작하기 전 관할부문에 검사를 의뢰하고 가동 개시일로부터 20일 안에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검사 후 불합격 판정을 받은 공장은 일정기간 가동을 중단하고 에너지 절감 효율을 높이는 등 개조작업을 진행해야 하며 불응하면 공장 폐쇄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공장을 증설할 때는 연간 에너지 소비량이 표준탄 환산 1000톤 이상 혹은 기존에 비해 10%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 당국에 검사를 신청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고정자산의 에너지 절감 효율을 심사하는 방법은 지역별로 달라 혼선이 예상된다. 저장성(Zhejiang)은 검사기한을 공장 완공 후 3개월 이내로 한정하고 있으며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면 12개월까지 연장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현행 14차 5개년계획에서 단위 GDP(국내총생산)당 에너지 소비량을 의미하는 에너지 효율을 중시하고 있다.
표준탄 환산 에너지 소비량을 지역별 GDP 총생산으로 제한 값으로 2025년 말까지 2020년 대비 13.5%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1년 상반기 닝샤후이족자치구, 광둥성(Guangdong), 푸젠성(Fujian), 신장위구르자치구, 장쑤성(Jiangsu) 등 9개 지역에서 효율이 악화됐고, 특히 7개 지역은 소비량 증가가 확인돼 전력 공급제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화학산업이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9개 지역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화학기업들은 앞으로 재생에너지와 배출권 거래, 그린 파이넌스 활용을 요구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절감에서 이산화탄소 감축으로 중심 이동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2021년 9월 주요 산업계를 대상으로 206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 소비총량 감축 및 소비효율 향상 노력(쌍공)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철강, 비철금속, 시멘트, 화력발전, 석유정제, 화학 등 에너지 소비량과 온실가스, 폐기물 배출량이 많은 산업은 양고산업으로 분류하고 에너지 절감과 배출 감축 요구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2022년 3월에는 리커창 총리가 쌍공전략의 중심을 에너지 소비에서 이산화탄소(CO2) 배출로 옮기겠다고 선언했다.
에너지 절감 목표 자체는 변경하지 않았으나 에너지 절감에만 집중하면 2021년과 같은 전력 공급규제가 불가피하고 산업활동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방향을 튼 것으로 해석된다.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으로 축을 옮기면 안정적인 경제 성장세를 유지하며 합리적인 방법으로 탄소중립에 노력할 수 있고 국제사회와 지구온난화 문제에서 보조를 맞출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중국 정부가 현행 5개년계획의 후반부인 2023-2025년과 차기 5개년계획에서 쌍공전략의 중심을 확실하게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으로 이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최근 폐플래스틱 감축에 기여하는 생분해성 플래스틱 투자가 다수 진행됐으나 화학기업들의 관심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으로 옮겨갈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2022년 LiB(리튬이온전지) 동박과 LFP(인산철리튬) 배터리, PVDF(Polyvinylidene Fluoride), 태양광 패널용 POE(Polyolefin Elastomer), EVA(Ethylene Vinyl Acetate) 등 배출 감축과 관련된 소재 투자가 급증함으로써 산업계 흐름이 변화하고 있다.

그린 파이넌스로 이산화탄소 감축 지원
중국 중앙정부는 제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노력을 그린 파이넌스(환경금융)로 지원할 계획이다.
리커창 총리가 2022년 당대회에서 배출량 감축 중시 방침과 그린 파이넌스를 언급한 이후 최근 성 혹은 시 단위로 그린 파이넌스 시스템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저장성에서는 지역 금융기관이 2021년 환경보험 관련 원스톱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시작했다.
환경보험은 폐기물 처리기업이 가입하는 보험으로 업무상 환경오염 손해를 발생시켰을 때 보험금이 낮아지는 시스템이며 환경 프로젝트론 등 금융 서비스나 친환경 노력과 관련된 제3자 평가, 환경안전 연수 서비스 등을 조합해 패키지로 제공할 계획이다.
저장성은 2005년 당위원회 서기였던 시진핑 현재 국가주석이 후저우시(Huzhou)의 한 마을을 방문했을 당시 광산 폐광 후 관광업을 주요 산업으로 육성한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을 계기로 중국 환경금융의 중심지로 성장하고 있다.
후저우시 은행 중에는 임업을 이산화탄소 흡수원으로 활용하거나 광산 폐쇄 및 녹지화 기술을 담보로 하는 그린융자를 실시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기업들은 그린 파이넌스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하이시(Shanghai)는 위험 폐기물 처리업자에게 환경보험 가입을 촉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6년 시작할 제15차 5개년계획에서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전력, 석유화학, 화학, 건축자재, 철강, 비철금속, 제지, 항공 등 8개 산업을 대상으로 환경보험 가입을 강제하거나 그린 파이넌스 이용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출권 담보 파이넌스 서비스 다양화
중국 금융기관들은 그린 파이넌스 관련 서비스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에 기여하는 프로젝트 관련 융자나 채권 발행, 배출권을 담보로 하는 제조업 융자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원칙적으로 제조업이 배출권을 모두 유동자산으로 취급할 수 있기 때문에 배출권 담보 융자가 활성화되고 있다.
중국 제조업 중 배출권 거래 참여가 의무화된 곳은 연간 배출량을 산정하고 다음해 지방정부에 배출량을 신고하며 정부 당국이 제3기관에 의뢰해 신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산제품, 생산량, 프로세스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다음 실제 배출량을 확정하고 있다.
확정 배출량이 할당된 배출권보다 적었을 때 얻는 배출권은 유동자산으로 취급할 수 있으며 전력기업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전국시장 혹은 베이징시(Beijing), 상하이시, 광둥성 등 주요 9개 지방에 형성된 거래시장에서 매각하거나 금융기관으로부터 융자를 얻을 때 담보로 사용할 수 있다.
중국기업들은 정부가 환경금융 확대 방침을 내놓은 2021년 이후로 배출권 담보 융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력‧에너지 사업을 영위하는 상하이의 Shenergy는 장강델타 지역기업과 배출권 담보 융자를 받았고, 상하이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다른 화학기업도 배출권을 담보로 500만위안의 융자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출권 담보 융자는 이율이 기준금리보다 낮고 융자절차도 간단한 편이다.

배출권 거래제도 개선 “기대”
중국 정부는 배출권 거래제도나 배출권 취급 상황을 실제 흐름에 맞추어 변경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하이시는 2022년 배출권 구매 의무기업이 기준 초과 상태가 돼 당국이 12월 말에 2번째 유상 배출권 경매를 실시하는 등 배출권 할당에 고전하고 있다.
2번째 유상배출권 경매 개시가격은 과거 약 1년 동안 상하이시 배출권 시장에서 성립된 거래가격 가중 평균 1.2배인 톤당 약 60위안으로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이에 따라 화학기업들은 앞으로도 배출권 거래가격 흐름을 주시할 것이 요구된다. 거래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배출 코스트가 증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환경금융 시장은 유럽‧미국을 상회하는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린융자는 2022년 상반기 약 20억위안에 도달했고 그린채권 신규 발행액은 당국 인증만 약 5000억위안, 민간 금융기관이 인정한 것은 약 8800억위안에 달했다.
중앙정부와 성‧시별로 다양한 단계에서 그린펀드를 설립하고 있으며 관계당국은 외국자본을 포함 민간자본의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
2020년 설립된 국가 그린발전기금은 약 900억위안으로 시작했으며 일본 소프트뱅크(Softbank)는 저장성 닝보시(Ningbo), 장쑤성 창수시(Changshu), 산둥성(Shandong) 칭다오(Qingdao)에서 지방정부와 공동으로 환경기금 설립에 착수했다.
중국 은행은 외자기업을 대상으로 한 그린융자에 개방적인 편이며 유럽기업도 차입을 검토한 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