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규모 반도체 보조금으로 투자 유치 … 반도체 소재도 신증설 활발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마찰 이후 반도체 투자를 적극화하고 있다.
반도체산업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으로 서플라이체인이 혼선을 빚으며 주요 전방산업인 자동차 등 제조업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친 바 있다.
그동안 반도체 생산능력 중 80%를 아시아에 집중시키는 수평적 분업을 진행함으로써 미국은 생산능력 기준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1990년대 37%에서 2020년 12%까지 하락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서플라이체인이 단절된 상황에서는 낮은 시장점유율로 생존이 어렵고 자급력을 키워야 한다는 판단 아래 2022년 8월 초당적 합의를 통해 반도체 및 과학 법(Chips & Science Act)을 제정했고 반도체 생산 및 연구개발(R&D)에 앞으로 5년 동안 527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중국 등 경쟁국 대비 기술력, 군사력, 경제력 우위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3단계로 나누어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해외 반도체 생산기업 유치를 본격화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에 대한 1단계 보조금은 이미 2월28일부터 신청받고 있으며 봄에는 반도체 소재 및 제조장치, 가을에는 연구개발 부문의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반도체 메이저들은 보조금 수혜를 기대하고 미국 투자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는 400억달러를 투자해 애리조나 2곳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며 인텔(Intel)과 마이크론(Micron Technology), 삼성전자도 현지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거액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전자는 텍사스에 170억달러를 투자해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실제 투자액이 더 많을 것이라는 소문이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 20년 동안 텍사스에도 2000억달러를 투입해 약 11개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 행정부는 반도체 보조금 수혜 대상에게 중국 등 안보가 우려되는 국가에서는 10년 동안 첨단 반도체 투자를 추진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TSMC,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중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나 앞으로 추가 신증설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TSMC는 2022년 말 타이완 타이난(Tainan)에서 양산을 시작한 최신 3나노미터를 애리조나에서도 생산할 방침이다. 그동안 신제품을 타이난에서만 생산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해왔으나 3나노미터를 미국에서도 함께 공급함으로써 리스크 해소에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2022년 10월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대폭 강화했고 중국의 군사력 강화 억제를 위해 반도체 제조장치 강국인 일본, 네덜란드와의 협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다만, 반도체 제조장치는 코로나19 특수 종료와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반도체 생산이 감소함에 따라 글로벌 매출액이 2023년 12억달러로 전년대비 16.0% 급감하는 등 4년만에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서플라이체인 재구축과 함께 반도체 소재 생산기업들 역시 미국 투자를 적극화하고 있다.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은 텍사스에 약 300억엔을 투자해 2024년 하반기 상업가동을 목표로 반도체 제조장치 정밀세정에 사용하는 고순도 약품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후지필름(Fujifilm)은 애리조나 공장에 8800만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소재 생산체제를 강화하고, JX금속(JX Nippon Mining & Metals)과 도소(Tosoh)는 반도체 회로 성형에 사용하는 금속박막 소재(스퍼터링 타깃)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100억엔을 투자할 방침이다.
MGC(Mitsubishi Gas Chemical)는 반도체 세정용 초고순도 과산화수소, 후지미(Fujimi)는 반도체 연마제 생산능력 확대를 준비하고 있고, 레조낙(Resonac)은 반도체 제조용 고순도 가스를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타이완 글로벌웨이퍼스(GlobalWafers)는 텍사스에 직경 300mm 실리콘(Silicone) 웨이퍼 공장을 건설한다. 미국에 실리콘 웨이퍼 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20년 이상이 걸린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울프스피드(Wolfspeed)는 남동부 노스캐롤라이나에 파워반도체 소재 탄화규소(SiC) 기판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반도체산업은 실리콘 사이클로 불리는 호황‧불황 사이클 중 현재 하강국면에 있으나 세계 각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반도체 공장 대규모 신증설이 가격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반도체 가격은 2023년 하반기 데이터센터용 수요가 회복되고 데이터 통신량이 늘어나며 2024-2025년경 코로나19 사태 이전 호조를 나타낸 2017-2018년 수준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어 반도체 관련 사업은 고려해야 할 변수가 늘어나고 있다. (강윤화 책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