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열화로 이산화탄소 90% 감축
스팀 크래커의 열원을 전기로 전환하는 프로젝트가 잇달아 진행되고 있다.
바스프(BASF)는 사빅(Sabic), 린데(Linde)와 함께 2024년 4월 세계 최초로 대규모 전열식 스팀 크래커 실증 플랜트를 독일 루드비히스하펜(Ludwigshafen) 페어분트(Verbund)에서 가동했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천연가스를 비롯한 화석연료로 가열하는 기존 스팀 크래커에 비해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최소 90%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사는 2021년 3월 전열식 스팀 크래킹 솔루션 개발 및 실증에 관한 공동 협약에 서명했으며 3년간의 개발, 엔지니어링, 건설 작업을 거쳐 실증 플랜트 가동에 성공했다.
전열식 스팀 크래커 프로젝트는 독일 에너지 집약 산업의 탄소 중립 달성 노력을 지원하는 독일 연방 경제·기후 행동부(BMWK)의 산업 탈탄소화 자금 프로그램에 채택돼 1480만유로의 보조금을 지원받았다.
실증 플랜트는 루드비히스하펜의 기존 스팀 크래커에 완전히 통합돼 올레핀을 생산하고 있으며 3사는 상업가동 조건에서 소재의 메커니즘과 프로세스에 관한 데이터와 노하우를 수집하고 전기를 열원으로 하는 올레핀 연속 생산이 가능함을 입증할 계획이다.
특히, 크래킹 코일에 직접 전류를 공급하는 직접 가열과 코일 주변에 배치된 발열체의 복사열을 이용하는 간접 가열 등 2종류의 가열 콘셉트를 시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 가열로 2기는 시간당 약 4톤의 탄화수소 원료를 처리하며 6MW의 재생에너지를 소비한다.
3사는 앞으로 실증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케일업과 상업화를 진행할 예정이며 유럽 석유화학산업에서 차세대 크래커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CS, 대형 프로젝트 본격 상용화
유럽은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프로젝트가 차례로 최종투자결정(FID)을 거쳐 실행 단계에 돌입하고 있다.
바이오매스 및 재생에너지 도입은 지속가능한 화학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실현을 위해 일정한 시간과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요구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존 설비에 쉽게 적용할 수 있고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는 현실적인 선택지로 CCS가 주목받고 있다.
노르웨이 노던 라이츠(Northen Lighs)를 비롯해 네덜란드 포르토스(Porthos), 덴마크 그린샌드(Greensand) 등 대형 프로젝트들이 잇따르고 있으며 저장능력 확보와 수송 인프라 정비를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그린샌드 CCS 프로젝트는 2025년 5월 덴마크 에스비에르(Esbjerg) 항에서 이산화탄소 수송 터미널 건설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일시 보관한 다음 북해 니니(Nini) 폐유전으로 출하하는 시설이며 1000톤 대형 탱크 6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하역 설비를 포함한 인프라 정비 완료는 2025년 가을로 예정하고 있으며 2025년 말부터 2026년 초까지 압입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샌드 프로젝트는 이네오스(Ineos)가 주도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의 첨단 국경통과 CCS의 대표 사례로 산업계의 탈탄소화를 지원하는 기반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저장능력을 단계적으로 확장해 2030년까지 800만톤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EU 넷제로산업법과 연계해 성장
노던 라이츠 프로젝트는 에퀴노르(Equinor), 쉘(Shell), 토탈에너지스(Total Energies) 합작이며 2024년 1단계 인프라를 완성하고 2025년 가동할 예정이다.
이산화탄소 저장능력 150만톤의 운송선은 노르웨이 서안 육상 터미널에 수용하며 해저 파이프라인을 통해 연안 약 100킬로미터 저장층으로 압입할 예정이다.
최근 2028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2단계 확장을 정식 결정함에 따라 저장능력을 500만톤 이상으로 크게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2단계는 스웨덴 지역 냉·난방 및 에너지 공급부문 최대 메이저인 Stockholm Exergi와 연간 최대 9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15년간 수송·저장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상업적 활용을 추진한다.
포르토스 프로젝트는 네덜란드 로테르담(Rotterdam) 항을 중심으로 2026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하며 이산화탄소를 공장에서 집약해 해저 파이프라인을 통해 연안 저장지점으로 수송한다.
저장능력은 250만톤으로 항만 인프라와 일체화된 기능적 CCS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CCS 프로젝트는 EU의 산업정책과도 연계되고 있다.
EU는 2024년 넷제로산업법(NZIA)을 시행하면서 2030년까지 EU에 이산화탄소 저장능력 5000만톤 확보를 목표로 제시하고 구체적인 투자와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화학산업 역시 CCS를 중요한 탈탄소 수단으로 평가하고 있다. 에너지원 뿐만 아니라 화학반응 자체에서 대량으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대책으로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유럽화학산업협회(CEFIC)는 수소, 메탄올(Methanol), EO(Ethylene Oxide), 암모니아(Ammonia), 바이오 에탄올 등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은 배출원을 중심으로 CCS 활용을 제안하고 있다.
또 효율적인 배출 감축과 함께 지역을 초월한 운송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파이프라인, 선박, 철도 등을 활용한 광역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
매스밸런스, 지속가능한 원료 도입 확대
유럽 화학기업들은 탈탄소 과도기의 현실적 솔루션으로 매스밸런스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 설비를 활용하면서 바이오·재활용 원료를 활용한 화학제품 생산이 가능해 지속가능한 원료 도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며 인증 제도와 수요기업의 환경 대응 요구와 결합해 이미 상용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매스밸런스 방식은 지속가능한 원료와 기존 원료를 혼합해 생산했을 때 투입한 지속가능한 원료의 비율에 따라 환경 가치를 배분한다.
바이오매스 원료가 전체의 50%이면 모든 생산제품에 균등하게 50%를 배분하거나 특정 생산제품에 100%를 집중 적용할 수 있다.
실제 생산제품에 포함된 원료의 물리적 구성이 불명확해도 투입량에 근거해 배분함으로써 전체 환경가치와 추적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ISCC 플러스를 비롯한 제3자 인증을 수반함으로써 신뢰성을 담보하고 있다.
매스밸런스 생산은 실제 상업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바스프는 2025년 3월 바이오 매스밸런스 방식을 적용한 PESU(Polyet
hersulfone) 울트라손(Ultrason) E2010BMB를 출시했다.
가전, 식품용기, 자동차, 전자·전기 등 다양한 분야에 공급할 계획이며 기존제품과 동등한 성능을 유지하면서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생산기지인 루드비히스하펜 페어분트는 100% 그린 전력을 사용하며 자원 효율성이 뛰어난 생산공정을 도입했다.
또 2월에는 앤트워프 페어분트에서 바이오 매스밸런스 방식과 재생에너지를 결합해 생산하는 탄소발자국(CFP) 넷제로 고흡수성 수지 SAP(Super Absorbent Polymer)를 처음으로 투입했다.
독일 에보닉(Evonik Industries) 역시 3월 페인트·잉크 용도로는 첫 매스밸런스 라인업으로 “TEGO Wet 270 eCO와 TEGO Foamex 812 eCO를 출시했다.
모두 ISCC 플러스 인증 기반 바이오·재활용 베이스 원료를 사용해 소포 및 습윤성 향상 기능을 유지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을 달성했다. 에보닉은 앞으로 유사한 라인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네덜란드 뉴리온(Nouryon)은 2월 네덜란드 헤르켄보스(Herkenbosch) 사업장에서 순환 원료 등 바이오매스 원료를 사용한 생분해성 킬레이트제 생산에 대한 ISCC 플러스 인증을 획득했다.
뉴리온은 스웨덴 스테눙순드(Stenungsund)에서 그린 EO, 에탄올아민(Ethanolamine), 에틸렌아민(Ethyleneamine), 계면활성제에 대해, 네덜란드 델프제일(Delfzijl)에서는 그린 MCA(Monochloroacetic Acid)에 대한 ISCC 플러스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바스프, 공동창조로 수요기업과 파트너십 강화
바스프는 단순한 공급기업이 아닌 수요기업과 함께 가치를 창출하는 파트너십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기능성 소재 부문은 고성능 플래스틱을 다양한 산업에 공급하면서 공동창조(Co-Creation)를 중심으로 수요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바스프는 전세계 4곳에 개설한 크리에이션 센터를 공동창조의 장으로 활용해 수요기업과 문제를 논의하고 창의력을 자극하는 솔루션을 모색하고 있다.
소재 라이브러리, 설계 도구, 소재 특성을 반영한 시뮬레이션, 시험제작 설비를 결합해 아이디어 단계부터 신제품 개발까지 망라한 일괄지원 체제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유럽 크리에이션 센터는 세계 최대 통합 화학복합단지인 루드비히스하펜 페어분트에서 생산과 기술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자원과 전문지식의 최적화를 실현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자동차 충돌 흡수기에 기능성과 경량화를 겸비한 고성능 플래스틱을 적용하는 등 성과를 거두었다.
바스프는 지속가능성 역시 핵심축으로 평가하고 있다.
기능성 소재 부문은 2030년까지 포트폴리오에서 순환 원료 베이스 라인업 비율을 20%로 끌어올리기 위해 재활용 원료와 재생가능 원료 활용을 적극화하고 있다.
환경부담 저감과 고성능 양립을 목표로 신소재 개발에 매진해 수요기업의 GX(그린 트랜스포메이션)를 실현할 계획이다.
바스프는 전동 모빌리티, 재생가능에너지, 건설 등 성장 영역에 집중하며 수요기업과의 공동창조를 심화하고 새로운 가치를 공동으로 창출하는 파트너십을 강조하고 있다. (윤우성 선임기자: yys@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