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유가가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했다.
미국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 중단을 요구하며 군사적 공격 시한을 통보하면서 비롯된 현상으로,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현실화하면 1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베네주엘라를 손아귀에 쥐고 원유 공급을 확대할 수 있으나 먼 훗날의 이야기이고, 당장은 이란의 원유 수출이 차단당하는 타격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게 되면 원유 공급 차질이 극심해 배럴당 120달러 또는 150달러를 돌파할 수도 있어 세계 경제에 던지는 충격파가 엄청날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시설을 폭격하고 미국이 이란 지도부 제거 작전에 나서는 사태를 가정한 것이나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사태로 발전할 수 있다. 물론, 미국과 이스라엘의 작전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성공한다면 오래지 않아 국제유가가 하향 안정화되는 국면으로 전환되겠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국제유가는 OPEC+가 증산을 자제하고 있음에도 중국 경제가 침체되면서 배럴당 50-60달러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였으나 미국-이란 충돌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2월19일 브렌트유 선물이 71.66달러로 급등해 2025년 7월 이후 처음으로 70달러를 돌파했고, WTI 역시 66.43달러로 상승해 2025년 8월 이후 최고치를 형성했다.
국제유가가 급등함에 따라 물가 불안이 심해지고 세계 경제가 침체국면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으나, 장기간 고전해 온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한가닥 희망이 엿보이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이 석유화학 경기 반등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경기는 국제유가가 하락할 때 가라앉고 상승할 때 활성화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 경기가 더욱 침체되면 중국산 과잉물량이 더 쏟아져나와 공급과잉을 심화시킬 수 있으나, 중국도 나프타 베이스가 주류라는 측면에서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중국산 공급이 줄어들면 아시아를 중심으로 공급과잉이 점차 해소돼 석유화학제품 거래가격을 끌어올리게 되고 한국산 합성수지를 중심으로 수익성이 개선돼 적자의 함정을 탈출할 수 있다. 한낱 가정에 불과할 수 있으나 수렁에 빠져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당장 저가에 구매한 나프타를 원료로 생산한 기초유분과 합성수지를 비싼 가격에 공급할 수 있으니 막대한 이익이 발생할 수 있고, 국제유가가 오를수록 차익이 커지게 돼 극적으로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설 수도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이 승산이 없는 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낮다는 측면에서 국제유가가 계속 강세를 유지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이다. 즉, 국제유가가 급등한 것을 계기로 흑자의 발판을 마련하되 이후에는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국제유가 급등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라고 생각해 구조조정을 회피하거나 경쟁력 강화 대책 마련을 서두르지 않을 기회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무분별한 신증설로 공급과잉이 극심한 것은 사실이고 스스로가 해결해야 하는 것도 필연이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석유화학 구조조정 방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 핵심인 경쟁력 강화 방안은 겉치레이고 일방적으로 생산능력 감축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이 신증설을 계속하고 있는 마당에 일거에 에틸렌 생산능력을 350만톤 이상 감축한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잉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절대 찬성할 수 없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국제유가 급등을 계기로 적자의 굴레에서 벗어나 경영을 정상화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