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업용 에탄올(Ethanol)은 연료용 바이오에탄올 수급에 따라 가격이 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각국이 옥수수와 사탕수수 베이스 바이오에탄올을 휘발유에 의무적으로 혼합 사용하도록 정책을 펼치며 이동 수요에 따라 가격이 변동하는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브라질은 1975년 석유파동 이후 바이오에탄올을 육성하기 시작해 현재는 미국과 함께 글로벌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공업용 에탄올은 주로 용매와 화학제품 원료로 투입되고 있다.
미국은 에탄올 수요의 60%가 의약품, 세면용, 화장품용, 세정제, 코팅 및 잉크 가공 용제로 사용되며 초산에틸(Ethyl Acetate), 아크릴레이트(Acrylate), 초산(Acetic Acid), 글리콜에테르(Glycol Ether), 에틸아민(Ethyl Amine) 생산용 중간체로도 활용된다.
브라질, 연료 연방세 면제로 가격경쟁력 위축
브라질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에탄올 생산량이 많으며 2010년대 이전까지는 사탕수수를 원료로 에탄올을 생산했다.
사탕수수 베이스 에탄올 공장은 350개 정도이며 옥수수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옥수수 베이스 에탄올 공장도 19개로 확대한 것으로 파악된다. 옥수수 베이스 플랜트 가운데 일부는 사탕수수와 옥수수 원료를 공정마다 바꾸거나 2가지 원료를 동시에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석유가스바이오연료청(ANP)은 2021년 휘발유 수요 확대에 발맞추어 에탄올 수요가 2021-2030년 2배 가까이 증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브라질은 휘발유를 생산할 때 에탄올을 의무적으로 25-27% 투입하도록 강제하고 있어 휘발유 수요가 늘어나 에탄올 수요도 증가한다.
EU(유럽연합), 일본, 중국 등 57개국에서 바이오에탄올을 휘발유에 섞어 사용하고 있으며 탄소 배출량 절감 정책에 힘입어 전기자동차(EV)가 보편화되기 전까지 에탄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은 곡물 가격, 설탕과 에탄올 수익성에 따라 원료와 최종제품을 번갈아 투입하거나 혼합 사용함으로써 마진을 창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120달러에서 70-80달러로 하락해 휘발유 및 에탄올 가격도 단기적 반등이 어려운 가운데 브라질 생산기업들은 마진이 높은 설탕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S&P글로벌에 따르면, 2023-2024년 사탕수수 수확이 속도를 내고 국제유가가 100달러 이상으로 상승하거나 브라질 헤알화가 미국 달러 대비 강세를 나타내야 브라질기업들이 설탕 생산을 줄이고 바이오에탄올 생산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2023년 1월2일 브라질 룰라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연료에 대한 Pis-Cofins 연방세 면제를 연장하는 법령에 서명함으로써 에탄올의 수익성과 설탕 가격 상승을 기대했던 시장이 실망한 것으로 평가된다.
브라질 정부는 디젤과 바이오디젤에 대해서는 1년, 휘발유와 에탄올에 대해서는 2개월 동안 연료에 대한 연방세 면제를 연장하기로 했다.
휘발유 연방세는 입방미터당 790헤알, 에탄올은 131.9헤알이며 연방세 면제로 에탄올의 가격경쟁력이 위축되는 결과를 낳아 브라질기업들이 당분간 설탕 생산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룰라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자 뉴욕 원당 선물은 공급과잉 우려로 1월3일 장중 2% 가까이 하락했다.
미국, 연료용 바이오에탄올을 물가안정 수단으로…
수송용 연료로 투입되는 바이오에탄올은 미국이 시장과 정책을 선도하고 있다.
미국 연방 정부는 모든 수송용 화석연료 공급자를 대상으로 2005년부터 바이오연료 의무혼합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2022년 바이오연료 사용 목표는 360억갤런에 달했다.
바이오연료 생산자, 혼합연료 판매자에게 갤런당 1달러의 세금을 공제하고 인프라 설치‧개조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재정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은 바이오에탄올을 물가안정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바이오에탄올 혼합비율이 높아질수록 휘발유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은 막대한 옥수수 생산량을 바탕으로 옥수수 베이스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는 우드칩, 억새, 폐유 등을 차세대 연료로 구분해 우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EU는 재생에너지 지침에 따라 2030년까지 수송용 바이오연료 사용비율 14% 달성을 위해 회원국별로 이행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EU는 2021년 바이오연료 사용량이 218억리터로 혼합농도가 5.6%에 달했다. 바이오연료 사용 비중은 바이오디젤이 75%, 바이오에탄올이 25%로 나타났다.
유럽은 2022년 최대 곡물 지대인 우크라이나가 전쟁에 휩싸이고 높은 에너지 가격으로 채산성이 악화됨과 동시에 수요 침체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UN(국제연합) 중재로 흑해 곡물 이니셔티브가 2023년까지 연장되면서 곡물 가격과 함께 에탄올 가격도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나 러시아의 협조 여부가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다.
동남아시아, 물가 안정 노리고 혼합비율 확대
동남아시아는 물가 안정을 위해 바이오에탄올의 연료 혼합비율을 확대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베트남은 2018년부터 바이오에탄올 5%를 혼합하는 의무부과 제도를 도입했다.
베트남의 레 반 탄 부총리는 2022년 7월 운송산업의 탄소 및 메탄 배출 저감과 청정에너지 전환 액션플랜을 승인했으며 총리령 결정서에 따라 2030년까지 모든 교통수단에 E5 휘발유 사용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부와 반둥기술연구소는 2025년까지 자카르타(Jakarta)와 수라바야(Surabaya)에 E5 혼합연료를 도입하기 위한 단기 목표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바이오에탄올 혼합비율을 10%로 높이고 연료 소비가 가장 많은 자바(Java)로 바이오에탄올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31년까지 혼합비율을 15%까지 확대할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인디아는 2022년 5월 설탕 수출 제한 조치를 시행하며 설탕 공급 안정화와 바이오에탄올 도입 가속화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인디아 정부는 에탄올 20% 혼합 목표를 2030년에서 2025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바이오연료 국가정책을 개정했다. 2023년 혼합 목표를 10%까지 확대하고 혼합 에탄올에 대한 서비스세율 역시 18%에서 5%로 인하했다.
인디아제당협회(ISMA)는 에탄올 원료 사용 전환으로 2022-2023년 설탕 생산량이 450만톤 감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국은 9개 성에서 10% 의무혼합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2020년 국가 전체로 확대할 방침이었으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유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은 혼합 농도를 3%로 제한하고 있으며 2020년 혼합비율은 약 1.9%로 나타났다. 바이오에탄올 도입은 진행하지 않고 있으나 기술 개발 및 실증시험 등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알콜, 코로나19 소독용 특수 마무리
한국알콜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울산에서 에탄올 생산능력 6만톤 플랜트를 가동하고 있다.
한국알콜은 혼합용 바이오에탄올을 직접 생산하지는 않고 있으나 자회사 케이씨엔에이가 바이오에탄올 트레이딩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은 정유기업, 주유소 등 국내 인프라를 통해 바이오에탄올의 적용성 실증을 완료했으나 식량과의 경합성, 해외수입 의존도 등을 이유로 상용화하지 않고 있으며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2023년까지 시범사업을 기획하고 2025년 민간 시범보급 사업을 통해 바이오연료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알콜은 2020년 코로나19 특수로 소독용 수요가 폭증하며 2021년까지 주정 사업 가동률이 90%를 상회했으나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원료가격 급등으로 가동률을 85% 수준으로 낮춘 것으로 파악된다.
에탄올 수출량은 2020년 약 3만톤으로 전년대비 1만2048% 폭증했으나 2021년 2만4563톤으로 16%, 2022년 1-11월 2만1343톤으로 감소했다.
한국알콜은 2022년 3분기 매출이 125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4%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42억원에 불과해 55.7% 급감했다. 2분기에 비해서도 매출은 7.0%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57.8%로 반토막난 것으로 평가된다.
에탄올 수출 가격은 상승하는 추세이나 영업실적을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평가된다.
공업용 에탄올은 울산항 수출가격이 2020년 2분기 톤당 482달러에 불과했으나 꾸준히 상승해 2022년 2분기 926달러로 정점을 기록한 후 3분기에는 897달러로 하락했다. 10-11월은 전체 수출이 151톤에 그쳤다.
국내수요가 2018-2022년 꾸준히 20만톤을 넘는 등 한국알콜 생산능력의 약 3-4배에 달하고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심화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공업용 에탄올 트레이더들은 시장 불안정성이 해소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아시아 에탄올 가격은 브라질 사탕수수 수확량과 각국 휘발유 가격 정책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질 Pis-Cofins 연방세 역시 변수 가운데 하나이며 2개월 면제가 확정되면서 일단 불확실성 요인 가운데 하나가 해결된 것으로 평가된다. (홍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