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저널 2024.10.28

일본 화학기업 일부가 제약사업에서 철수할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일본 종합화학기업들은 석유화학, 정밀화학은 물론 제약사업까지 병행하는 사례가 많다. 석유화학은 국제유가나 원료 가격에 따라 사업성․수익성이 흔들리는 반면, 제약은 세계 인구 증가율이나 GDP 성장률로 판단할 때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고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신약 개발이 힘들어지고 제약사업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짐에 따라 한계를 인식하고 제약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다. 물론 제약사업에 그치지 않고 화학과의 연관성이 작은 사업도 축소하고 주력인 화학사업에 집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이 깊이 있는 연구개발(R&D)을 통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전자․반도체를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자동차, 배터리 소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살아나지 못하고 1인당 GDP가 한국에도 추월당하는 신세로 전락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으로 보아 지나친 R&D 투자가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국민성도 한국과 달라 과감성이 부족하고 디지털화도 뒤떨어지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19세기 후반이나 20세기 초반의 일본 특성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세계 2차대전에서 패배한 후유증이 뿌리 깊게 자리를 잡은 것이 아닌지 의심이 가는 측면도 있다.
일본이 제약사업에서 철수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글로벌 빅테크들은 앞다투어 제약사업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CB 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보건의료 데이터 및 AI 활용 사례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제약산업의 디지털 혁신이 진행되고 있으나, 제약기업들은 디지털 경험 부족으로 활용성이 크게 떨어져 빅테크들이 비효율 개선, 개인 맞춤형 데이터 활용, AI·IoT 활용을 통한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아마존은 기존 공급망을 활용해 전자상거래 비즈니스와 동등한 수준의 고객 경험을 창출하는 미래 약국을 구축하고 있으며, 원격환자모니터링(RPM) 솔루션을 확장해 처방에서 전달, 후속조치에 이르기까지 네트워크를 통합하고 있다.
의약품을 주문·수령할 수 있는 업그레이드된 고객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약국은 물론 노바티스, 화이자 등 제약기업의 의약품 제조·배송 부문의 디지털화를 지원함으로써 전문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으며, 자체 공급망과 제네릭 제조 통합을 통해 의약품 제조원가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또 스마트 스피커 기술을 바탕으로 RPM 분야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유하고 IoT 장치․데이터를 활용해 의료 서비스 개인화를 모색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의료 SaaS 솔루션을 출시했음은 물론 제약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제약 시장에 진출했으며, 임상시험 및 약물 발굴 솔루션에 사용되는 환자 데이터 수집용 소프트웨어도 출시했다.
애플은 애플 기기와 사용자 기반을 활용할 뿐만 아니라 환자 데이터 수집용 하드웨어를 개발하고 아이폰·애플 스토어 전략과 유사한 개발자 생태계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환자 데이터 수집을 확대하기 위해 애플워치를 중심으로 하드웨어 개선에 투자하고 환자 데이터를 질병 바이오마커(Biomarker)로 전환하기 위해 제약기업과 협력하고 있으며, 제약기업이 자체 앱을 구축할 수 있도록 리서치키트, 케어키트, 헬스키트 등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공급하고 있다.
알파벳은 자체 기기를 통해 환자 데이터를 수집한 후 안전한 의료기록으로 조직하고 있다. AI 전문지식을 활용해 의약 R&D 역량을 구축한다는 측면에서 차별화하고 있다.
일본 화학기업들이 디지털화에 뒤져 경쟁력을 상실해가고 있는 반면, 빅테크들은 디지털화의 강점을 살려 글로벌 제약 시장 장악을 추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화학기업이나 제약기업 모두 깊이 있는 반성과 깨달음이 요구된다.
<화학저널 2024년 10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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