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산업이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다.
환율급등으로 글로벌 임상 진행과 원료의약품 수입에 차질을 빚고 있으며 대통령 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 출범은 기약 없이 지연되고 있다.
복수의 제약·바이오 관계자는 계엄 사태 이후 환율이 상승하면서 사업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12월3일 비상계엄 사태 후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돌파해 1430원대까지 상승했다.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는 글로벌 임상시험 비중을 확대하고 있어 환율 상승은 해외 임상시험 시행에 필요한 비용 증가로 이어져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9-2023년 임상시험계획 승인건수 약 3900건 가운데 제약기업 등이 한국 포함 2개국 이상에서 실시한 다국가 임상시험 비중은 약 48%로 집계됐다. 2014-2018년 대비 절대 승인건수 기준 약 28% 급증했다.
바이오 관계자는 “이미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글로벌 임상 진행이 전보다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또 임상을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환율 상승은 연구실에서 사용하는 장비의 98%를 해외에 의존하는 신약 개발에도 영향을 미쳤다.
원료의약품 수입도 타격을 입은 것으로 관측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도는 11.9%로 15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급도 하락은 수입액 증가를 의미한다.
계엄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이 바이오 벤처에 집중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외국 자본, 국내 펀드 등이 모험자본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됐다”며 “바이오 벤처는 글로벌 및 국내 펀드의 투자를 받고 빅파마와의 협업을 통해 기회를 얻기가 불안정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12월 출범 예정이던 대통령 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 출범 시기가 불투명해지는 등 바이오 육성 정책도 계엄 사태에 발목을 잡혔다. 출범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계엄 사태가 미치는 파장이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는 관점도 있다.
원료의약품은 몇개월치를 미리 확보해두는 사례가 적지 않으며 코로나19 이후 수입처 다각화에 주력한 만큼 원료제품 공급 측면에서 타격을 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출 비중이 큰 제약·바이오는 오히려 고환율 수혜를 입을 수도 있다. 특히, 바이오시밀러 등을 해외에 직접 판매하면 대금을 달러로 받기 때문에 영업실적이 개선된다.
다만, 제약·바이오 산업은 하루빨리 정치적·경제적 불확실성을 줄여 영향을 최소화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바이오 관계자는 “계엄 사태는 어디까지나 정치 문제로 산업은 계속 돌아가야 한다”며 “해외 파트너와 소통해 리스크를 줄이고 기업가치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