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CC, 자동차와 방산제품이 수익 방어 … 노루‧삼화는 건자재가 발목
국내 페인트 메이저들은 2025년 상반기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페인트산업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 이후 건설경기 침체와 고환율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자동차, 선박, 방위산업, 2차전지 소재와 같은 첨단 수요처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주목하고 있다.
KCC는 고부가가치 기능성 페인트로 무게 중심을 옮김으로써 수익성 악화를 방어했으나 기존 건축용 페인트에 머문 노루페인트·삼화페인트는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KCC는 2025년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1조705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1%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1404억원으로 0.1% 줄어드는데 그쳤고, 상반기 매출 3조3046억원에 영업이익 2438억원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이어갔다.
KCC는 포트폴리오를 자동차·선박·공업용 중심으로 다변화함으로써 건자재 부문 부진에도 불구하고 수익 유지에 성공했다.
특히, 전체 페인트 매출의 75%를 비건축 부문에서 창출하며 조선업 호황과 전기자동차(EV) 수요 증가 효과를 흡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자동차 부문에서는 계열사 코리아오토글라스를 통해 현대자동차·기아를 포함한 주요 자동차기업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KCC는 최근 방산·항공우주 코팅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방산 분야에서는 전투차량용 위장 페인트와 항공기 연료탱크 내부 코팅, 미사일 외피 특수도장이 주요 매출원으로 자리 잡았으며,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협업해 저궤도 위성, 무인전투 시스템용 기능성 페인트 개발에 참여하는 등 항공우주 특화 페인트 매출 비중을 키우고 있다.
반면, 노루페인트는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2244억원으로 2.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40억원으로 24.8% 급감했다. 상반기 영업이익도 188억원으로 32%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화페인트 역시 2분기 매출이 1775억원으로 2.8% 줄고 영업이익은 81억원으로 34.5% 급감했다.
페인트 3사의 영업실적 희비교차는 구조적 원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된다.
KCC는 1958년 건자재 생산기업으로 출발해 건설·중공업 분야와 오랜 협력관계를 유지한 덕분에 현재도 비건축 부문에서 수익 유지가 가능한 반면, 노루페인트와 삼화페인트는 건축용·건자재용 페인트 비중이 높아 경기침체와 원료가격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루페인트는 배터리용 난연 몰딩제, ESS(에너지저장장치)용 난연 폼(Foam) 등 2차전지용 신소재 페인트 6종을 양산하며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차열 페인트 쿨월, 바이오제품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상품군도 확대하고 있다.
삼화페인트 역시 지폐용 보안잉크와 2차전지 전해액 첨가제 개발을 통해 신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삼화페인트와 일본 츄고쿠마린페인트(CMP)가 합작한 츄고쿠삼화페인트는 조선업 호황에 힘입어 매출이 45% 급증하고 영업이익은 3배 폭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삼화페인트의 지분율이 16%에 불과해 전체 수익성 개선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국내 페인트 생산기업들은 원료가격 구조 악화 때문에도 수익 개선에 고전하고 있다.
용제·수지·안료 등 원료의 절반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가운데 고환율 및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코스트 압박이 확대되고 내수 부진이 이어지며 판매가격 인상 여력이 제한됐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2025년 12월 시행될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또한 자동차·선박·중방식·도로표지용 페인트에 대한 VOCs(휘발성 유기화합물) 함량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이어서 페인트산업의 구조적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수성·분체·하이솔리드 등 VOCs 저감 제품으로 강하게 전환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페인트산업은 규제 강화와 ESG 트렌드에 맞추어 저탄소 공정, 재활용 원료 베이스 페인트 생산, 탄소발자국(PCF) 공개 등 정량적 지표를 갖춘 소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화페인트에 따르면, 국내 페인트 시장은 2024년 3조4064억원으로 2019년 4조3707억원 대비 연평균 4.86%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영역을 확대한 KCC는 영업이익을 방어한 것과 달리 삼화페인트나 노루페인트처럼 건축 중심 포트폴리오를 갖춘 곳은 코스트 부담 확대, 환율 상승, 수요 둔화라는 삼중고에 취약함을 드러냄으로써 신기술 패키지 설계력, 친환경 표준 선점 등이 페인트산업의 승부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주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