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D 넘어 상용화 단계 진입한다!
나노소재가 연구개발(R&D) 단계를 넘어 상용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나노소재는 전도성과 열전도성, 강도, 경량성이 우수하나 대량생산 비용과 입자 응집, 수요처 부족으로 오랜기간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구실에서 확보한 물성을 생산공정에서 재현하지 못해 기술개발이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 단계에 머무른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전방산업이 변화하며 최근 수요처 부족 문제가 해소되고 있다.
전기자동차(EV) 성능 고도화,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발열 증가, 반도체 공정 미세화 등 기존 소재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확대되며 나노소재 수요가 구체화된 것으로, 그래핀(Graphene)과 CNT(Carbon Nano Tube) 등 원소재 자체보다 전도성・방열성・내구성을 목적에 맞춰 설계한 기능성 복합소재 수요가 집중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Fortune Business Insights는 글로벌 나노소재 시장이 전방산업 수요 확대를 기반으로 2026년 206억8000만달러에서 2034년 551억8000만달러로 연평균 13.1%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그러나 시장 성장은 국내 나노소재 생산기업에게 기회인 동시에 과제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기업들과 생산량・가격으로 경쟁하기보다 수요기업의 공정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복합재와 중간재로 부가가치를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상용화 가능성은 최고 수준의 물성보다 양산성, 가격 경쟁력, 품질 일관성, 기존 생산라인과의 호환성이 좌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배터리・데이터센터가 수요 증가 견인
배터리와 AI 데이터센터는 나노소재 상용화를 견인하는 전방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은 흑연 음극재의 성능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실리콘(Si)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실리콘은 흑연보다 이론용량이 높으나 충・방전 과정에서 부피가 최대 300% 팽창해 입자가 파손되고 수명이 짧아지는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부피 팽창 문제의 대안으로 실리콘-그래핀 복합 음극재가 주목받고 있다. 실리콘 입자를 그래핀으로 감싸는 코어-쉘 구조를 적용하면 그래핀의 기계적 강도가 부피 팽창을 억제하고 우수한 전도성이 전자 이동 경로를 유지할 수 있다.
한국전기연구원은 물을 사용해 그래핀과 실리콘을 분산・코팅하는 공정을 개발해 고가의 나노 실리콘 대신 저렴한 마이크론급 실리콘을 사용할 수 있는 양산 기반을 마련했다. 공정을 적용하면 음극재의 실리콘 함량이 기존 5% 미만에서 20% 이상으로 높아져 전기자동차 주행거리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AI 데이터센터에서도 나노소재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고성능 GPU(그래픽 처리장치)의 전력 밀도가 급증하면서 공기를 이용한 기존 냉각 방식만으로는 발열 제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서버를 비전도성 유체에 담가 직접 냉각하는 액침냉각은 공랭식보다 열 제거 효율이 높으나 칩 표면과 냉각유체 사이의 열전달 성능이 전체 효율을 좌우한다.
열전달 성능은 그래핀과 CNT를 활용한 나노브릿지 구조로 개선이 가능하다. 나노브릿지는 복합소재 내부에 열이 이동하는 연결망을 형성해 방열 성능을 높이며 특수 냉각수와 투명 방열・방염필름 형태로 가공된다.
냉각수와 필름은 데이터센터뿐만 아니라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열폭주 억제 소재로도 활용될 수 있다.
배터리와 데이터센터의 사례는 나노소재가 단순 첨가제를 넘어 전방산업의 성능과 안전성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남은 과제는 기술을 낮은 비용과 친환경 공정으로 양산해 시장에 공급하는 것으로 꼽힌다.
품질은 당연하고 응용제품・공정 적합성으로 승부
국내 나노소재 기업들이 저비용・친환경 공정과 응용제품 중심으로 사업모델을 전환하고 있다.
나노소재 시장이 연구개발 단계를 넘어 상용화 국면에 진입하면서 경쟁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전도성과 강도 등 소재 자체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조비용과 환경부담을 낮추면서 수요기업의 기존 생산라인에 안정적으로 적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생산기업이 생산설비와 가격경쟁력을 앞세우는 상황에서 국내기업에게는 범용 분말보다 고부가제품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친환경 공정 전환은 한국전기연구원 창업기업 카본하이브가 추진하고 있다. 카본하이브는 제논 플래시를 활용한 광열탄화 공정으로 짧은 시간 강한 빛을 조사해 탄소 구조를 재배열하며 기존 화학기상증착・화학적 박리 공정보다 에너지 사용과 유해물질 발생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폐플라스틱과 폐타이어 등 재활용 원료를 그래핀 소재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도 차별점으로 꼽힌다.
카본하이브 사업화의 무게중심은 그래핀 분말 생산보다 후공정에 놓여 있다. 나노입자는 입자끼리 뭉치는 응집 현상으로 수요기업이 직접 다루기 어렵기 때문이다.
카본하이브는 그래핀을 잉크와 페이스트, 마스터배치 등으로 가공해 발열소재, 인쇄전자, 복합재 생산공정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형태로 공급하고 있다. 소재의 물성을 판매하는 데서 수요기업의 공정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사업모델을 확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수요기업 맞춤형 제품화는 기능성 고분자 분야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수산머티리얼즈는 수성 아크릴(Acrylic)과 PU(Polyurethane) 분산체의 점착성・경도・내마모성을 용도별로 조절해 자동차, 코팅, 전선・케이블 산업에 공급하고 있다.

수지 설계 기술은 PLA(Polylactic Acid)・PBS(Polybutylene Succinate) 베이스 생분해성 완효성 비료 코팅으로도 확장돼 기존 플래스틱 코팅막이 남기는 미세 플라스틱 문제를 보완하고 있다.
국내 나노소재 기업의 경쟁력은 원료를 더 많이 생산하는 데 있지 않다. 친환경 공정으로 생산비용과 규제 부담을 낮추고 수요기업이 별도의 설비 변경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가공하는 역량이 요구된다.
나노소재의 상용화 경쟁은 원천기술이 아니라 응용제품과 공정 적합성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최재혁 기자: cj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