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이 움츠려들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120달러를 오르내릴 때는 호황이 끝없이 지속될 것으로 생각했으나 50-60달러도 아니고 30달러 안팎으로 폭락한 마당이니 중동 국가들이 호시절을 누리던 시대는 끝났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국제유가가 10달러대로 추락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대두되는 판이니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중동 국가들은 2000년대 이후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막대한 오일달러를 비축했으나 2014년 가을 이후 국제유가가 폭락에 폭락을 거듭하면서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있고,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해제됨으로써 사우디와 이란의 헤게모니 경쟁까지 더해져 OPEC이 붕괴될 위기에 처해 있다.
그렇다고, 중동의 패권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사우디는 2015년 재정적자로 골머리를 앓았지만 비축한 오일머니가 7500억달러에 달해 앞으로 10-20년은 끄떡없이 버틸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GCC 국가들도 재정적 여유가 상당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사우디와 이란이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겠지만 어느 순간에는 서방을 향해 공동전선을 형성하리라는 것도 쉽게 상정할 수 있다.
국제유가가 마냥 20-30달러를 형성하지도 않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일부에서 예측하는 것처럼 70-80달러는 아니더라도 50-60달러 수준으로 상승할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셰일가스·오일 생산이 위축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중국 경제가 일정수준 회복할 수도 있고 OPEC이 궁지에 몰리면 생산량을 줄일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석유화학은 어떠할까?
굳이 강조할 필요는 없겠지만 중동 국가들이 세력을 확장하는데 그치지 않고 시장 지배력을 급격히 높일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국제유가가 100달러 이상을 형성할 때도 원유 및 천연가스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석유화학 투자를 지속했고, 최근 들어서는 기초유분 및 폴리머 생산에 그치지 않고 유도제품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020년경에는 에틸렌 생산능력이 3600만톤을 넘어 아시아 및 유럽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크게 강화할 것이 분명하고, PE는 이미 절대 강자로 부상한 가운데 코스트 경쟁력 향상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MEG, SAP을 중심으로 한 아크릴산 유도제품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중동 국가들이 코스트 경쟁력이 매우 우수한 에탄을 기반으로 석유화학 시장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중국 경제의 성장률이 크게 둔화된 상태에서 중국이 자급률을 끌어올리고 중동이 수출공세를 강화하며 미국이 셰일 베이스 에틸렌에 이어 PE 수출을 확대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설자리를 잃을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는 것이다. 국내기업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중동 국가들이 크게 위축돼 석유화학 수출이 활기를 되찾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고, 특히 중동이 올레핀에서 폴리머 및 올레핀 유도제품으로 고부가가치화에 성공한다면 2020년 이후에는 한국 수준을 앞설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일본이 스팀 크래커를 중심으로 석유화학 생산능력을 급격히 줄이고 있는 이유를 모르는 바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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