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셰일가스(Shale Gas)와 석유의 헤게모니 싸움이 심화되고 있다.
셰일가스는 풍부한 매장량과 저렴한 가격을 바탕으로 석유 대체원료로 부상하면서 저유가 시대를 초래한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국제유가 약세는 셰일가스 개발 정체로 이어지고 있다.
셰일가스 등장은 나프타(Naphtha) 기반의 국내 석유화학 시장에도 위협적인 동시에 기회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주원료로 사용하는 나프타 가격이 저유가에 연동돼 톤당 400달러대로 폭락한 상태에서 에틸렌(Ethylene) 중심의 다운스트림 강세로 2015년 영업실적이 대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미국에서 셰일가스 기반의 ECC(Ethane Cracking Center)가 2016년 말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나프타 베이스 에틸렌은 가격경쟁력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셰일오일 제조코스트 대폭 하락
미국 EIA(에너지정보기구)는 글로벌 셰일가스 매장량이 약 5000Tcf에 달하는 가운데 중국 1275Tcf, 미국 862Tcf, 아르헨티나 802Tcf 등으로 3개국에 집중 매장돼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미국 텍사스는 시추기술 개발 및 풍부한 매장량을 바탕으로 40개가 넘는 지역에서 셰일가스 및 유정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셰일오일 생산량이 급증하고 있다. 미국은 셰일오일 생산 확대에 따라 2017년에는 원유 수출에 나설 예정이다.
셰일가스는 중동,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에서만 생산되는 천연가스와는 달리 전 세계에 골고루 매장돼 있어 고유가 및 에너지 안보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첨단기술이 있어야만 시추가 가능하고 시추비용도 상당해 셰일유전이 발견돼도 개발이 활발하지 않았고, 미국의 2차에 걸친 양적완화에 힘입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초강세를 나타내자 생산이 활성화됐으나 국제유가가 40-60달러로 폭락하자 생산이 주춤거리고 있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은 원유 생산량을 늘림으로써 치킨게임을 통해 제조코스트가 높은 셰일오일 생산기업들이 경영난을 겪도록 유도했고 미국의 셰일가스·오일 생산기업들은 수익성 악화로 대규모 구조조정, 시추리그 수 감축 등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유가가 셰일오일의 한계 마지노선인 배럴당 60-70달러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추기술 등의 발전으로 생산효율성이 향상됨에 따라 시추리그 수가 감소했음에도 생산량이 줄어들지 않는 등 손익분기점이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
최근에는 셰일오일의 손익분기점이 배럴당 10달러로 충분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사우디는 셰일오일 제조코스트가 배럴당 10-15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개발 정체에도 생산량 증가
셰일가스는 국제유가 약세로 경쟁력이 약화됨에 따라 개발이 주춤하고 있으나 생산량은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셰일 생산기업들은 국제유가가 급락하자 비용절감을 위해 시추리그 수를 줄이는 대신 Bakken, Eagle Ford 등 생산성이 높은 지역에서 시추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며 생산효율성도 대폭 개선돼 전체 생산량은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북미의 육상 시추리그 가동대수는 2014년 12월부터 감소해 2015년 6월 기준 628기로 전년대비 60% 가까이 줄었으나 미국의 석유 생산량은 959만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Platt's는 셰일산업의 생산효율성 향상으로 WTI(서부텍사스 경질유) 기준 배럴당 50달러 수준에도 내부수익률 10% 달성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셰일가스는 생산 초기에 매장량 대부분이 회수되는 것이 특징이며 생산 개시 2-3년 후 생산량이 급감하는 것으로 알려져 원유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시추활동이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셰일 생산기업들은 중소기업 비중이 높아 국제유가 약세로 자금난에 처한 것으로 알려져 생산량이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저유가 시대가 장기화되면 상당수의 셰일 생산기업들이 2017년 이후 부채 상환시기에 도달했을 때 자금조달이 어려워 M&A(인수합병)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메이저들이 매입에 적극 나서 몸집 불리기에 성공하면 공급량을 조절하는 제2의 OPEC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석유와의 줄다리기로 공급과잉 심화
글로벌 석유 시장은 원유와 셰일의 헤게모니 싸움으로 긴장감이 돌고 있다.
국제유가 약세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셰일가스·오일 생산량이 계속 증가하고 OPEC도 공급량을 조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방국들의 금수조치로 석유 수출이 줄어들었던 이란이 2016년부터 수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국제유가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유가는 2014년 여름까지 배럴당 100-120달러를 형성했으나 셰일가스·오일 생산이 본격화되고 중국경제의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12월 50-60달러로 폭락했으며, 2015년 말에는 OPEC이 생산량 조절에 실패하면서 30달러대로 추락했고 2016년 들어서는 30달러 붕괴가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2016-2018년에는 글로벌 셰일오일 생산량이 매년 140만-150만배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원유 공급과잉이 고착화되고 저유가 시대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석유화학, 중국의 셰일가스 개발 “예의주시”
셰일가스 매장량이 상당한 중국도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은 에너지원의 석탄 사용비중이 70%에 달하는 반면 천연가스 비중은 4%에 불과해 미세먼지, 스모그 등 심각한 환경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CNPC, Sinopec, CNOOC, 옌창석유 등 4개 에너지기업에게 탐사권을 부여해 셰일가스를 개발하고 있으며 ExxonMobil, BP, Shell 등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2020년까지 셰일가스 생산량을 천연가스 예상 수요량의 26%인 최대 1000억입방미터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러나 중국의 셰일가스 개발은 국내 석유화학 시장에 직격탄을 날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주로 원유 정제과정에 얻어지는 나프타를 주원료로 석유화학제품을 제조하기 때문에 저렴한 셰일가스의 부산물인 에탄(Ethane) 베이스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6년 이후 미국의 셰일가스 베이스 생산설비 확대로 국산 석유화학제품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마저 셰일가스를 원료로 사용하면 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유, 공급과잉·저유가로 수출실적 부진
국내시장은 업스트림의 경쟁력이 열악한 탓에 저유가 시대를 기회로 삼아 해외자산 확보 및 경쟁력 강화의 발판으로 삼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업스트림 투자 형태도 단순히 지분을 확보하는 것으로 끝내지 말고 해외자원 개발 및 운영에 참여해 실질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해외자원 개발은 조선, 플랜트 등 관련산업에도 파급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신성장 동력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외 메이저들은 업스트림부터 다운스트림까지 대형 수직계열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국내기업들은 다운스트림에 치중해 과당경쟁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석유 시장은 중국이 자급률을 제고함에 따라 수출이 감소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중국산을 역수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석유제품 수출액은 2012년 561억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2013년 528억달러, 2014년 508억달러로 감소세를 지속했으며 2015년 수출액은 227억달러로 전년대비 35.8%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도 2011년에는 3조1138억원에 달했으나 2012년 이후 악화되기 시작해 2014년에는 무려 2조4704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고유가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했던 컨덴세이트 스플리터(Condensate Splitter)는 원유정제설비에 비해 공정이 간단해 저비용으로 석유제품 생산이 가능함에 따라 설비투자가 급증했으나 국제유가 폭락으로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상실해 가동을 중단하는 등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석유화학기업들도 국제유가 약세에 따라 2015년 스프레드가 양호했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셰일가스 관련 대규모 투자에 대비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저유가 시대가 장기화되더라도 석유 중심에서 가스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셰일가스 개발이 중단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대한유화, SK종합화학, 롯데케미칼, LG화학, 여천NCC, 한화토탈이 NCC를 가동하고 있으며 롯데, LG, 한화는 나프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해외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박주현 기자>
표, 그래프 : <글로벌 셰일가스 개발현황><글로벌 에너지 수요동향><국제유가 전망><국내 석유제품 수출동향><국제유가와 미국 원유 시추리그 수의 상관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