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은 신규 화학물질 또는 연간 1톤 이상 제조·수입되는 기존 화학물질에 대해 유해성 심사를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2013년 5월22일 제정돼 기존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폐지하고 2015년 1월1일부터 시행됐다.
화평법은 제6조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의 기본계획 수립, 제8-17조 평가대상물질의 지정 및 예비등록 신청, 제18-24조 화학물질의 심사 및 평가, 제25-28조 화학물질의 허가 및 제한, 제29-31조 화학물질의 정보제공, 제31-37조 위해우려물질 등의 관리, 제40-41조 녹색화학센터의 운영 등이 주요 내용이다.
화평법 시행으로 화학물질을 제조·수입·사용하고 있는 국내기업들은 신규 화학물질과 정부가 지정한 기존 화학물질 등록이 의무화됐으나 대기업에게는 특혜를 부여하면서 중소기업에게는 행정·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어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소기업, 시험비용 폭탄에 컨설팅 “휘청”
중소기업들은 기존 화학물질 등록에 대한 절차가 복잡해 컨설팅기업에게 의뢰함으로써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상당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으며 유해성 시험자료를 구비 및 구매하는 비용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해 행정·경제적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환경부는 2015년 7월1일 유해성·위해성, 유통량 등을 고려해 등록 대상 기존 화학물질 510종을 고시해 제조·수입 관련기업에게 유예기간 3년을 부여하며 등록을 의무화했다.
기존 화학물질 등록을 위해서는 환경부가 요청하는 물리적·화학적 특성 등 유해성 시험자료를 제출해야 하며 제조·수입량이 1000톤 이상이면 일반제품 기준 시험항목 47개, 100-1000톤 미만이면 37개, 10-100톤 미만이면 26개, 1-10톤 미만이면 15개, 0.1-1톤 미만이면 9개로 파악되고 있다. 기존 화학물질 등록은 제조·수입량이 1톤 이상이면 등록을 의무화하고 있으나 2020년부터 0.1톤으로 규제가 강화된다.
유해성 시험은 환경부가 지정한 GLP 인증 시험기관 17곳에서 수행하고 있으나 47개 항목을 모두 시험할 수 있는 곳은 전무하며 최대 18개 항목에 불과해 유해성 시험자료를 유럽, 미국 등 해외에서 높은 가격에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 뿐만 아니라 대기업들도 유해성 시험자료를 획득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국내 화평법 관련 컨설팅기업에게 의뢰해 해외자료를 구입하고 있어 국내 GLP 시험기관 지정 확대가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GLP 시험기관은 유해성 시험비용이 화학제품당 수억원을 넘어서고 있어 국내기관을 이용해도 부담이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GLP 시험기관이 부당한 시험비용을 책정해 과도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시험기관 관계자는 “유럽, 미국 등과 비교하면 시험비용이 비슷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환경부가 공개한 일부 GLP 시험기관의 평균 시험비용은 13개 품목 기준 총 1억5750만원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환경부는 국립환경과학원이 보유하고 있는 유해성 시험자료를 대기업에게 구입비용의 5%, 중소기업에게는 3%, 협의체에게는 30%에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나 보유량이 76건에 불과하고 최소 등록비용이 화학제품당 수천만원에 달하는 등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유럽, 미국 등에서도 유해성 시험자료를 구하기 어려운 등록대상 화학물질도 있어 컨설팅기업을 거치지 않고서는 수십개의 제출자료를 구비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2015년 7월 중소기업 614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화평법·화관법 중소기업 이행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화평법 시행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2015년부터 시행한 화평법을 인지하고 있으나 화학물질 등록자료 작성 55.3%, 화학물질 보고 40.5% 순으로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으며 애로사항으로는 복잡한 서류작성 절차 등 행정 부담이 85.5%, 등록·자료작성·컨설팅비용 등 경제적 부담이 52.6%로 나타났다.
제조·수입 화학물질의 등록의무 이행비용은 컨설팅 위탁비용 평균 2019만원을 포함해 화학기업 1곳당 평균 1억3540만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들은 제출자료·서류 최소화, 정부의 1대1 무료컨설팅 지원대상 확대 및 지원기간 연장, 홍보·교육 확대, 등록대상 기존 화학물질 등록 유예기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환경부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제출자료 면제, 무료컨설팅, 유해성 시험자료 비용 감면 등을 지원하고 있으나 과도한 비용을 분담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홍보·교육도 꾸준히 추진했으나 중소기업들이 개별적으로 등록이 어려워 대부분 컨설팅기업에 의뢰함에 따라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공동등록, 대기업 카르텔 “조장”
환경부는 화학기업 1곳이 등록대상 기존 화학물질 1종을 등록하는데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비용이 발생함에 따라 등록대상 기존 화학물질을 연간 1톤 이상 제조·수입하려는 자는 유예기간 이내에 대표자 또는 협의체를 선정해 등록신청 자료 중 일부를 공동으로 제출해 비용을 분담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공동등록은 연간 1톤 이상 등록대상 기존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하는 자가 등록신청에 필요한 물리적·화학적 특성 및 유해성에 관한 자료 등을 2018년 6월30일까지 국립환경과학원에 공동으로 제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화학물질의 분류 및 표시에 관한 자료, 물리·화학적 특성자료, 유해성 자료, 시험계획서와 위해성에 관한 자료 및 안전사용을 위한 지침자료는 협의체 구성원의 합의에 따라 가능하다.
정부는 2016년 2월29일 기존 화학물질 공동등록을 상시 지원하는 「화학물질 공동등록 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2017년 2월28일 기준 302개 품목이 공동등록 협의회를 통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대기업 중심인 석유화학기업들은 2016년 11월8일 석유화학 공동등록 컨소시엄을 발족해 석유화학협회 회원기업 21곳이 등록대상 기존화학물질 49종의 물질별 협의체를 운영해 성공적인 공동등록을 수행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등록해야 할 화학물질이 수십개에서 수백개에 달하지만 공동등록을 통해 비용을 최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소기업들도 화학물질정보처리시스템에 접속해 공동등록 협의체에 가입하고 있으며 공동등록을 통해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으나 부담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화평법 등록비용은 대부분 유해성 시험자료, 컨설팅 의뢰비용 등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공동등록을 통해 유해성 시험자료 비용을 분담하면 부담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공동등록기업수가 적은 화학물질은 소수의 등록기업이 최대 수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전액 지불하고 있다.
환경부는 510종의 공동등록기업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화학제품당 등록기업이 수백개에서 10개 미만으로 차이가 극명해 등록기업이 적은 곳은 비용 부담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환경부는 공동등록 신청자료 공유와 비용 분담에 관한 안내서를 통해 사용량, 유통량에 따라 비용 분담비중을 결정하도록 지시하고 있으나 법적으로 효력이 없으며 공동등록 협의체에서 상의 후 최종결정을 권고하고 있어 중소기업들이 사용량에 비해 많은 등록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공동등록으로도 중소기업의 비용 부담이 여전하고 일부기업들이 등록을 포기함에 따라 정부가 대기업 중심의 카르텔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들도 화평법 등록비용을 부담을 느낄 수도 있지만 재무구조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중소기업들은 비용 부담으로 등록을 포기하며 해당 화학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까지도 포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기업 중심으로 공동등록이 집중되고 관련 중소기업들이 등록을 포기하면 해당 화학제품에 대한 주도권이 대기업으로 집중돼 카르텔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 대기업 특혜지원 이어간다!
환경부는 2013년 화평법 하위법령 제정 당시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의 의견을 대부분 수용해 특혜를 부여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기업들은 공동등록을 무리 없이 수행하고 있고 등록비용도 전체매출의 5% 미만에 불과해 중소기업에 비해 경제적인 부담이 적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환경부는 전경련을 비롯해 화학산업계가 요구했던 개정사항들을 대부분 수용하며 대기업 위주의 법안을 제정했다.
전경련은 소량 신규 화학물질에 대한 등록의무 면제, R&D(연구개발)용 신규물질 등록면제 및 R&D의 정의 확대, 제조·수입량 등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부분은 비공개 조치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제조·수입량 등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부분은 비공개 조치를 요구한 것에 대해 제공정보, 제공방안 등을 구체화하면서 유사입법을 고려해 공정·사업장별 취급량이 아닌 총량을 제공하는 등 영업비밀 침해 우려를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개정했다.
특히, 영업비밀 비공개를 위해 대리인 제도를 강화함에 따라 화학기업들이 화평법 관련 컨설팅기업들에게 의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많은 화학기업들이 화평법 절차가 복잡해 대리등록을 의뢰하고 있으며 영업비밀을 요구하는 화학기업들로부터 화학물질을 공급받거나 수입하기 위해서는 컨설팅기업과의 연계가 불가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기업들은 컨설팅 의뢰비용을 부담스러워 하지 않고 있으나 중소기업들은 화평법 등록을 위해 컨설팅기업에게 의뢰할 것을 잠재적으로 강요당하고 있다.
신규물질 면제, 대기업이 수혜 “독차지”
환경부는 R&D용 신규물질을 면제대상으로 개정했으며 공정개발, 시약, 테스트용 등 R&D의 정의에 대해서도 구체화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R&D용 신규물질 면제대상은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R&D 비용 부담을 절감할 수 있는 조치”라고 밝혔다.
하지만, 신규물질은 공동등록을 허용하지 않고 개별등록만 인정하고 있어 중소기업들이 막대한 등록비용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물질은 기존 화학물질과 달리 제조·수입량과 상관없이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하지만 개별등록이기 때문에 화학기업 1곳당 등록비용이 수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부 면제기준이 적용돼 R&D용으로는 소량 신고 후 사용이 가능하지만 제조 후 화학제품당 수억원의 등록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해 중소기업들이 사용을 외면하고 있다.
신규물질 등록면제제도는 2010-2014년 신규물질 수입현황을 살펴보면 대부분 대기업들이 수입량을 독차지함에 따라 대기업 중심의 특혜를 부여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환경부로부터 받은 「유해성심사 면제 신규 화학물질현황」에 따르면, 100kg 이하 또는 시험연구 목적이라는 이유로 「세관장 확인제도」, 「유해성 조사」도 거치지 않은 신규 화학물질 수입량이 2010-2014년 134만883만톤에 달하며 2010년에는 12만1448톤 수준이었으나 2014년에는 41만620톤으로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대부분 화학 관련 대기업들이 수입하고 있어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게 수혜가 집중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2015년에도 신규물질 면제제도를 통해 주로 대기업들이 수혜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환경부는 2006년부터 대기업들이 수입하고 있는 화학물질의 성분 명세서를 제출하는 세관장 확인제도를 폐지해 물류비용이 과다 발생하는 관련기업의 피해를 최소한 바 있다.
세관장 확인제도를 폐지한 후 2006년부터 화학물질관리협회에게 수입내용을 인터넷으로 제출해 확인받는 수입 확인명세서로 대신하고 있어 사실상 신규물질 관리제도가 무의미해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화학물질관리협회는 문동장 금호P&B화학 대표가 회장으로 역임하는 등 화학기업들이 화학물질 수입에 관여해 사실상 신규물질 관리규제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신규화학물질을 수입한 곳 가운데 한국P&G, 코스트코, Henkel 홈케어 코리아, 암웨이, 유니레버, Dow Chemical, 에스씨존슨코리아, 훼밀리인터내셔날, Rohm & Haas Korea, 옥시레킷벤키저, 한국쉘석유, Wacker Chemie, 삼성전자, LG화학, 강남제비스코 등 30개 대기업이 수입량 7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녹색화학센터, 지정·운영 무기한 보류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환경부가 녹색화학센터 운영을 무기한 보류함에 따라 더욱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는 2014년 화학물질안전원을 설립한데 이어 2015년부터 대체 화학물질 연구 및 인력 양성을 담당할 기관인 녹색화학센터를 지정·운영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국립환경과학원, 환경공단, 환경산업기술원, 화학물질안전원 등 기존 환경부 산하기관이 수행하고 있는 연구기능과 중복되고 관련 예산이 부족해 무기한 연기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유해화학물질의 측정·분석 관련 업무, 환경공단은 유해성·위해성 시험 및 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환경산업기술원은 유해화학물질 대응 기술 등의 개발, 화학물질안전원은 사고 현장의 주민건강·환경영향 조사 등 사후관리 관련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존 산하기관과 역할이 중복되고 관련 예산도 부족해 녹색화학센터는 설립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녹색화학센터는 중소기업들을 위한 대체물질 연구개발을 수행할 예정이었으나 설립이 무기한 보류됨에 따라 중소기업들이 유독물질을 대신할 대체소재를 개발하는데 어려움이 증폭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허웅 기자: hw@chemlocus.com>
표, 그래프화평법 및 화관법 시급과제, 국내 GLP 시험기관 평균 시험수수료, 화평법 등록체계, 국내 화학물질 유해성 시험기관(GLP) 지정 현황, 화평법 기존 화학물질 공동등록 대표자 현황, 국내 신규물질 면제대상 수입동향(2010-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