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화학 시장은 최종제품 산업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대대적인 전환기를 맞고 있다.
가전, 스마트폰, 반도체 등은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져 관련사업의 휘발성이 증가하고 있으며 글로벌 과점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화학기업들은 대응방안 마련이 불가피해지고 있으며, 특히 글로벌 메이저들은 수요처 및 영업실적에 구애되기보다 지구적 차원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기전략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최종제품, 라이프사이클 단기화
1800년대 후반부터 1900년대에 등장해 보급된 최종제품은 대부분 50-100년에 달하는 라이프사이클을 거치며 장기적으로 안정된 산업구조를 구축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기존 산업구조를 파괴하는 이노베이션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TV는 약 60년간 사용된 브라운관을 LCD(Liquid Crystal Display),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 등 FPD(Flat Panel Display)가 대체했으며 앞으로는 플렉서블 패널이 보급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카메라는 약 100년간 이어진 필름카메라를 디지털카메라가 대체한데 이어 최근에는 스마트폰이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자동차는 약 110년 동안 가솔린자동차가 주류를 이루었으나 2000년대 들어 HEV(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가 보급되기 시작했고 2020년 이후에는 EV(전기자동차), FCV(연료전지자동차)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등은 백열등이 약 150년, 형광등이 약 80년의 역사를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LED(Light Emitting Diode) 조명이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대체제품도 보급된 지 20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차세대제품이 속속 등장함에 따라 라이프사이클이 초단기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화학기업 입장에서는 사업기회가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최종제품의 휘발성이 증가함으로써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최종제품 과점화로 사업영역 축소경향…
최종제품은 라이프사이클과 함께 산업구조가 변화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의 과점화가 진행되고 있다.
가전은 한국, 타이완, 중국이, 스마트폰은 미국과 한국이 시장을 장악하는 등 치열한 경쟁구조 속에서 시장구도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일본기업은 1950-1980년대 국가의 고도성장을 견인하는 수준으로 세계시장에서 위상을 강화했으나 경쟁에서 점차 뒤처지고 있다.
일본 가전 생산기업은 통합 및 흡수합병, 외국기업에 대한 사업 매각을 잇따라 실시했고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일본기업이 사라진 자리를 한국, 타이완, 중국기업이 대신하고 있으며 유럽기업은 독창제품을 개발해 일정수준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과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하이엔드(High-end) 시장은 애플(Apple)과 삼성전자가 2강을 이루고 있으며 로우엔드(Low-end)는 타이완, 중국의 저가 스마트폰 생산기업들이 약진하고 있다.
일본기업들은 철수하거나 낮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며 사업을 영위하는데 그치고 있다.
반도체는 인텔(Intel), 삼성전자, TSMC가 3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일본기업은 메모리, 이미지센서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투자 경쟁에서 뒤처져 중견 이하에 머무르고 있다.
자동차는 닛산-르노(Nissan-Renault)로 대표되는 국제적인 제휴가 증가하고 있으며 일정수준의 규모화를 전제로 한 비즈니스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중견 이하의 자동차 OEM은 메이저와의 제휴 및 투자를 실시하고 있으나 변화에 대한 대응이 늦은 곳은 도태될 위기에 처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본 화학기업은 다양한 최종제품과 관련된 사업영역이 축소되고 있어 글로벌 과점화에 대한 대응, 최종제품 생산기업에 좌우되지 않는 사업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장기전략 입안 통해 사업체제 재편
글로벌 화학 메이저들은 1970-1990년대 지구적 차원의 과제에 대한 장기전략을 입안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적극 재편함으로써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했다.
현재의 장기전략 트렌드는 1990년대 듀폰(DuPont)이 세계 전문가들을 모아 지구적 차원의 트렌드를 예측해 마련한 대응전략에 기인하고 있다.
듀폰은 2050년 세계인구가 90억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유엔의 전망에 따라 식량 및 화석연료가 부족해지고 환경·인명보호의 필요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식량공급 측면에서 농업 및 식품·건강 사업에, 자원부족 측면에서 탈석유 연료 및 첨단소재 개발, 재생에너지 사업에, 환경·인명보호 측면에서 안전 및 방호 사업에 주력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듀폰은 석유연료 관련사업을 매각하고 농업 및 식품·건강 관련사업을 인수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했다.
대부분이 석유화학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탈석유화학 전략을 추진한 것이다.
2010년대 들어서는 BASF, Bayer, Dow Chemical이 장기전략을 확정·공표하고 사업체제 개편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BASF는 2050년에 대비한 장기전략을 2011년 발표했다.
듀폰과 마찬가지로 2050년 인구 90억명 돌파에 따른 자원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자원·환경·기후, 식품과 영양, 삶의 질 향상에 주력하기로 결정했다.
바이엘(Bayer)은 글로벌 인구 증가 및 고령화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질병의 예방, 완화, 치료, 안전한 식량 및 사료의 안정공급을 확보함으로써 QOL(Quality Of Life) 향상에 기여할 방침을 세우고 2013년 CEO 메시지에 담아 전략의 기본적인 방향성을 발표했다.
Dow Chemical도 세계가 직면한 과제로 자원, 특히 물 부족, 인구 증가에 따른 식량 및 소비 증가에 주목하고 포장소재, 에너지·물, 인프라, 수송, 컨슈머, 내구재를 중점영역으로 설정했다.
포장소재 분야에서는 식재료를 신선하게 유지하는 소재 개발, 밸류체인의 소재 효율 향상을 추진하고, 에너지·물 분야에서는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물과 에너지 문제에 도전할 계획이다.
인프라 분야에서는 에너지효율 및 내구성이 높은 건축물 건설에, 수송 분야에서는 더욱 가볍고 연비 좋은 자동차 제작에, 컨슈머 분야에서는 건강한 식품, 효과적인 제약,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내구재 분야에서는 자원 사이클 안전 및 효율 향상에 주력할 방침이다.
글로벌 화학 메이저들은 지구적 차원의 과제 해결을 목표로 장기전략을 입안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함으로써 수요처 및 개별제품·사업에 의존하지 않는 사업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화학기업들은 제각각 규모 및 경영환경, 경영비전 등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가 지구적 차원의 과제 해결에 주력할 필요는 없으나 수요처 및 영업실적 대신 장기적인 관점, 글로벌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관점을 경영전략 및 사업 개발에 도입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