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석유화학 시장이 곤두박질을 치고 있다. 나락의 끝이 어디인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이다.
석유화학의 핵심인 에틸렌은 1300-1400달러가 무색하게 900달러가 무너졌고, 부타디엔도 1600-1700달러에서 1000달러대 초반으로 폭락했다. MEG도 900달러를 웃돌더니 700달러가 위험해지고 있다. SM, P-X 역시 초강세 행진을 거듭했으나 폭락을 면치 못했고 유일하게 버티던 벤젠을 중심으로 한 BTX도 폭락행진에 동참했다.
PS, ABS는 폭락과 급락을 반복하더니 대폭락 현상이 나타나 적자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고 LDPE, LLDPE는 약세를 지속하더니 최근 들어 폭락대열에 합류했다. 프로필렌과 PP, HDPE가 유일하게 버티고 있으나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왜 그러할까?
미국의 셰일혁명이 1차적인 요인으로 등장하고, 다음으로 중국경제의 침체가 거론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정확한 여파를 파악할 수 없으나 역시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셰일혁명은 원료코스트가 나프타 크래커의 30%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논쟁거리가 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셰일 베이스 에틸렌 및 PE 신증설이 늦어져 다행이었으나 2018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2019년에는 태풍급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의 석유화학 현물시세 폭락현상이 셰일혁명에서 연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전문가는 없을 것이다.
중국 경제는 직접적인 요인이다. 중국 경제가 침체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16년 하반기로 2년 전부터 석유화학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경고가 없지 않았다. 경제성장률이 6%대 후반으로 둔화되더니 최근 6%대 초반으로 떨어졌으니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줄다리기를 시작하는가 싶더니 북한과 핵무기 폐기를 전제로 대화를 시작한 것은 시작단계에 불과했다. 미국은 중국이 남중국해를 확장하면서 인공섬을 건설하고 전략거점화하기 시작했을 때 인내가 한계에 달했고 북한과의 대화에도 끼어들어 훼방을 놓기 시작하자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 바로 무역전쟁이다. 무역전쟁의 영향을 정확히 가늠하기는 어려우나 중국 경제 성장률이 5%대로 곤두박질칠 것은 분명하고 잘못하면 2-3%로 추락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무역전쟁이 본격화되기도 전에 중국 경제가 침체조짐을 나타낸 것은 불건전한 과잉투자와 과잉부채가 만성화된 구조적인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아시아 석유화학 시장이 깊은 불황에 빠져들 수 있음을 대변해주고 있다. 셰일혁명과 무역전쟁은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다.
문제는 중국경제 침체, 셰일혁명, 무역전쟁 등 생사를 좌우할 수 있는 격변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느긋하게 불구경하고 있을 뿐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버티고 있는 한 불황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며…
LG그룹이 순혈주의 관행을 깨고 LG화학 최고경영자를 외부에서 영입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무 것도 되는 것이 없는데 모든 일이 잘되는 것처럼 포장한 무사안일을 깨부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에서 벗어나 스페셜티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관료화된 체질을 바꾸지 않고서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