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기업들이 하나 둘 석유화학 시장에 발을 내밀고 있다.
SK에너지는 처음부터 발을 들여놔 SK종합화학이 석유화학 메이저로 참여하고 있고 SK이노베이션 산하에서 협력관계를 맺고 있으니 논외로 치더라도 현대오일뱅크가 현대코스모, 현대케미칼로 이어지며 롯데케미칼과 협력하고 있고, GS칼텍스는 프로필렌·PP에서 나아가 스팀 크래커를 건설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에쓰오일도 프로필렌·P-X로는 양이 차지 않아 HS-RFCC를 통해 본게임에 뛰어들더니 역시 스팀 크래커 건설을 통해 본격적으로 석유화학 사업을 영위하겠다고 선언한 상태이다. 아직 HS-RFCC를 정상 가동하지 못하고 있어 부산한 와중에서도 에틸렌 150만톤 크래커를 건설하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보아 수익성을 확신하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정유기업들이 석유화학 사업에 참여할 때는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점 말해두고 싶다. 프로필렌은 부산물 정도로 취급할 수 있고 PP도 프로필렌을 활용하는 수준이며 생산능력이 크지 않아 곁가지 정도로 취급할 수 있지만 스팀 크래커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다.
핵심제품인 에틸렌은 프로필렌과 달리 저장에서 운송, 소비까지 까다롭고 복잡하며 다운스트림과 연계하지 않고서는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저장에는 영하 165도라는 극한적 조건이 뒤따르고 운송비용이 대단히 높을 뿐만 아니라 PE, MEG, SM 등 현물시세가 대단히 유동적인, 즉 안정성이 크게 떨어지는 유도제품과의 연계가 불가피하다.
프로필렌 전용 플랜트와는 다르게 가동률을 조정하는데 있어서도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을 대변해주는 요인으로, 사업타당성 검토를 통해 충분히 검증했을 것으로 믿지만 그리 쉽지는 않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섣불리 참여했다가 큰 코를 다칠 수 있다는 경고이다.
정유기업들이 석유화학 사업에 군침을 흘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석유정제는 기껏해야 수익률이 3-4%에 머무르는 반면 석유화학은 잘하면 15-16%, 못해도 7-8%에 달한다는 점이다. 석유정제는 개발도상국들도 산업화 초기에 필수적으로 진입해야 하기 때문에 공급과잉 국면을 피하기 어렵지만 석유화학은 산업화 과정에 진입하기 때문에 공급부족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석유화학 사업의 수익성이 항상 좋지만은 않다는 점 명심해야 한다.
첫째, 수익성이 항상 좋으면 글로벌 메이저들이 독식하지 왜 후발주자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는지 의문이 들고, 둘째로 최근의 수익성 호조는 중국이라는 고도성장 경제가 뒷받침했다는 특수한 조건이 자리잡고 있다. 다음으로는 셰일혁명이 대두되면서 글로벌 신증설이 주춤한 가운데 국제유가 폭락으로 미국의 신증설 프로젝트가 지연돼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는 점이다.
판단을 잘못하면 대단히 큰 위험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으로, 미국-중국 무역전쟁과 같은 예측 불가능한 요인이 불거질 수 있고 중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도 위기의 신호가 되고 있다. 최근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폭락에 폭락을 거듭해 적자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 잘 증명해주고 있다.
일본 정유기업들이 석유화학 사업에 직접 참여하기보다는 석유화학기업들과 연계해 사업을 효율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유이다. 단독투자에 따르는 위험성을 낮추면서 인프라를 공유하고 유분 활용도를 높여 코스트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기업들도 위험성이 큰 부문에 직접 투자하기보다는 연계를 통해 효율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