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Nippon Shokubai(NSC)가 아크릴산(Acrylic Acid) 체인 증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국내 LG화학의 입지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NSC는 2018년 여름 벨기에 소재 아크릴산 및 SAP(Super-Absorbent Polymer) 플랜트를 신규 가동한데 이어 2021년 11월 상업가동을 목표로 인도네시아 아크릴산 생산능력을 24만톤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SAP를 시작으로 유도제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아크릴산 체인에 경영자원을 적극 투입함으로써 성장을 더욱 가속화할 방침이다.
NSC, 글로벌 생산능력 98만톤으로 확대
NSC는 세계 최초로 원료 프로필렌(Propylene)을 직접 산화해 아크릴산을 생산하고 있다.
아크릴산을 시작으로 점·접착제 및 페인트용 아크릴에스테르(Ester Acrylate), 일회용 기저귀 등에 필수적으로 투입되는 SAP 등 다양한 유도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글로벌 수요 증가에 대응해 정기적으로 설비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아크릴산은 일본 히메지(Himeji) 소재 54만톤을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14만톤, 싱가폴 4만톤, 미국 6만톤, 벨기에 10만톤 플랜트를 가동해 총 생산능력이 88만톤에 달하고 있다.
아크릴산에 가성소다(Caustic Soda)를 첨가해 생산하는 SAP는 히메지 37만톤, 인도네시아 9만톤, 중국 3만톤, 미국 6만톤, 벨기에 16만톤으로 총 71만톤 생산체제를 구축해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독주하고 있다.
히메지, 인도네시아, 미국, 벨기에는 아크릴산부터 SAP까지 수직계열화하고 있다.
벨기에·인도네시아 수직계열화 강화
벨기에 플랜트는 유럽에서 일회용 기저귀를 중심으로 SAP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SAP를 10만톤 증설함과 동시에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아크릴산 10만톤 플랜트를 신규 건설해 2018년 7월 아크릴산-SAP 체인을 구축했다.
NSC는 벨기에 신증설 플랜트를 가동한 직후 인도네시아 아크릴산 생산능력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아시아에서 SAP 및 아크릴에스테르용 수급이 타이트해짐에 따라 약 2억달러를 투입해 10만톤을 증설하기로 결정했으며 증설물량은 모두 상업판매할 계획이다.
현지 자회사인 Nippon Shokubai Indonesia(NSI)를 통해 10만톤 플랜트를 건설할 예정이며 2021년 11월 상업가동할 예정이다.
NSI는 현재 아크릴산 생산능력이 14만톤으로 SAP, 페인트, 점·접착제에 사용하는 아크릴에스테르도 생산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증설투자를 실시할 것이라는 예측 아래 2014년 대규모 부지를 매입해둔 바 있다.
NSC는 NSI 증설 후 아크릴산 생산능력이 98만톤에 달하게 된다.
SAP에 대한 추가 투자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AP, 2018년 글로벌 수요 290만톤
글로벌 SAP 수요는 2018년 약 290만톤으로 추정되며 연평균 5-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제발전에 따라 일회용 기저귀를 이용하는 가정이 증가하고 있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SAP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고 있으나 2020년 이후에는 신증설 계획이 없어 수급타이트가 확실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NSC는 히메지 플랜트의 유럽 공급물량을 아시아로 전용해 대응할 예정이다.
NSC는 SAP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kg당 수십엔의 코스트다운을 목표로 서바이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현시점에서 20% 수준 진척됨에 따라 4개년 중기 경영계획이 종료되는 2020년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화학, 51만톤 생산체제에도 “고전”
국내에서는 LG화학만이 아크릴산을 상업 생산하고 있다.
과거 SK종합화학이 신규진입을 검토했으나 아시아 공급과잉이 이어짐에 따라 포기했고, LG화학이 2015년 여수 플랜트를 16만톤 증설해 총 51만톤 생산체제를 갖추고 독점하고 있다.
하지만, 아크릴산 가격이 크게 개선되지 않아 2016년 이후 계속 적자생산으로 고전하고 있으며 아직 SAP 수요의 본격적인 신장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메이저 NSC의 영향력 확대가 본격화되며 시장에서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LG화학은 아시아 아크릴산 가격 기준 1000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물가격, 1100-1200달러로 약세 전환
하지만, 아시아 가격이 2016년 상반기까지 장기간 1000달러대 이하에 머물렀고 2018년에는 최대 1400달러 강세를 나타내며 수익성 개선이 기대됐으나 2019년 들어 1100-1200달러로 2018년 가을에 비해 100-200달러 약세를 나타냄에 따라 수익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앞으로도 아크릴에스테르, SAP 수요가 계속 증가하며 수급밸런스는 양호한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나 NSC를 중심으로 아시아에서 생산능력 확대가 이루어진다면 공급과잉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아크릴산은 2016년부터 중국 정부의 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공급이 줄어든 가운데 수익성 저하를 이유로 감산이 속출함으로써 아시아 가격이 급등세를 나타냈고, 2017년에는 프로필렌(Propylene) 급등, 겨울철 중국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공급량 감소 등으로 폭등했으며 2018년에도 강세를 계속하며 봄 이후 1300-1400달러대를 형성했다.
2018년 가을 프로필렌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아크릴산도 약세로 전환됐으나 수요가 꾸준해 원료가격 급락의 영향이 크지는 않았다.
그러나 수요 증가세를 상회하는 정도로 공급량 확대가 예고돼 급락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1사가 4월, 아시아 1사가 6월, 중국 1사가 9월 10만-20만톤 신증설에 나서기 때문으로, 계획대로 신증설이 실현된다면 공급과잉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수출 부진도 심각한 수준…
국내 아크릴산 수출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크릴산 수출은 2012년 1만8463톤으로 전년대비 10배 이상 폭증하고 2013년에도 3만9667톤을 기록하며 급증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됐으나 2016년을 제외하고 3만톤을 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2만톤대마저 붕괴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2017년에는 1만4006톤으로 58.8% 격감한 것으로 집계됐고 2018년에는 1만7761톤으로 26.8% 증가했지만 여전히 2만톤을 넘지 못했다.
2019년에도 1-2월 수출이 2432톤 수준에 그쳐 연말까지 특별한 요인이 없는 이상 1만5000톤에서 2만톤 사이에 머물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주요 수출국 1위인 일본에 대한 수출이 격감한 것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 수출은 2013년 2만9594톤을 기록하며 전체의 74.6%를 차지했으나 2014년 2만톤대 초반으로 줄어들고 2015년과 2016년에는 1만톤대, 2017년과 2018년은 각각 6465톤, 4089톤을 기록하며 가파른 감소세를 나타냈다.
NSC가 내수 공급을 확대함에 따라 수출 감소가 불가피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미국 수출은 급증하며 수출국 2위로 올라왔다.
2017년까지 1000톤도 넘기지 못했으나 2018년에는 3060톤으로 폭증한 것으로 파악된다.
수출 증가요인으로는 2017년 하반기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당시 아크릴산은 물론 대부분 화학제품 생산설비가 허리케인에 피해를 입거나 원료 혹은 전방산업 공장이 가동률을 낮추면서 화학제품 생산 자체가 부진했고 2018년까지도 여파가 계속됐다.
이에 따라 한국산 아크릴산도 미국시장에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 중반까지 수출이 활발히 이루어졌고, 특히 2018년 8월에는 월간 수출량이 10배 폭증한 것으로 파악된다.
인디아 수출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2015년 2036톤, 2016년 2195톤으로 늘어난 후 2017년 1066톤으로 격감했으나 2018년 2894톤을 회복한데 이어 2019년에도 1-2월에만 이미 1256톤을 수출함에 따라 연간 수출량 폭증이 기대되고 있다.
말레이산, 중국 제치고 1위로 부상
아크릴산 수입은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수입은 2013년 8350톤을 저점으로 2014년 3만765톤으로 폭증한 후 2015년에는 1만5967톤으로 반토막났으나 2016년 2만3493톤, 2017년 2만3581톤, 2018년 3만7654톤 등 최근에는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2018년에는 말레이지아산 수입이 급증했다.
말레이지아산 수입은 2016년 1만톤대 초반을 기록한 후 2017년 5661톤으로 절반 가까이 격감했지만 2018년에는 1만5733톤으로 177.9% 폭증하며 기존 수입 1위인 중국을 제쳤다.
중국산 수입은 2016년 9535톤, 2017년 1만2347톤, 2018년 1만3651톤으로 증가를 계속하고 있으나 증가폭이 말레이산에 비해 미미했다.
3위인 일본산은 2015년 1519톤에서 2016년 3551톤으로 급증하고 2017년 5009톤, 2018년에도 7551톤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냈으며 2019년 1-2월에 3519톤을 수입함에 따라 연간 폭증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