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용 화학소재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면서 발발한 한국과 일본의 대립이 점점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아베 일본 수상이 강제징용 판결과 문재인 정부의 대응을 문제삼아 초강경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도 일본에 물러설 수 없다는 결연한 각오를 피력하고 있다. 더군다나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수상이 사실상 승리함으로써 한국과 일본의 무역분쟁은 더욱 심화되고 왜곡될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아베 수상의 강경대응은 문재인 정부를 곤경에 빠뜨릴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실패할 확률이 높고, 문재인 정부의 대응자세도 사태를 해결하기보다는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경제·산업적 협력관계가 훼손된다면 일본 산업계에게도 득일 될 것이 없고, 만약 파탄의 길로 접어든다면 일본이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사태로 발전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일본이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면서 중국과도 협력함으로써 아시아 주도권을 확보해가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지만, 한국도 동북아시아 지형에서 그리 녹녹치 않을 뿐만 아니라 북한이라는 변수도 도사리고 있다.
만약, 일본이 한국과의 단절을 각오하고 1100가지에 달하는 소재·장치에 대한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다면 일시적으로 국내 산업이 받는 충격이 매우 크고 한국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유럽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가 마냥 쳐다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고, 국내기업들도 국산화를 강화할 수밖에 없어 종국적으로는 일본기업들이 막대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결국에는 세계 시장에서 일본기업의 존재감이 사라질 수도 있다.
일본기업들의 기술력이 뛰어나고 차별화하고 고부가가치화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절대로 뛰어넘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아울러 한국기업들이 일본과 협력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쓸모가 없는 무용지물이고, 타이완이나 중국이 한국과의 경쟁관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하지만 단시간에 한국을 뛰어넘을 수 없는 경계선이 있다.
하지만, 국내기업들은 일본의 횡포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음에도 아무런 대비책을 세우지 못했다는 점에서 반성이 요구된다. 한일 관계가 냉각될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일본산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을 게을리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LG디스플레이,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은 중소기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해 화학소재 개발을 강화하고 차별화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태원 SK 회장이 스펙이 떨어진다고 한 것은 틀리지는 않지만 공동 노력을 통해 스펙을 끌어올리고 맞춰야지 중소 화학기업이 혼자 할 수 있는 작업은 아니다.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이 보유한 기술을 무단으로 탈취하는 작태를 버리겠다고 선언해야 하고, 중소기업들은 일본 수준으로 기술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 그래야 한단계, 두단계 도약할 수 있다.
그러나 소재·장치를 국산화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과 일본의 대결국면도 그렇지만 한국과 중국의 갈등도 만만치 않고 한국과 미국의 관계도 예전 같지 않다. 북한이라는 변수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민족적 숙원이다.
국력이 강하지 않고서는 시대착오적인 일본의 정한론을 배척할 수 없고 국제적, 민족적 문제 어느 하나도 해결할 수 없다.
부국강병을 위해 모든 것을 던져버릴 비상한 각오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