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최대의 에너지·화학산업 집적지인 싱가폴이 주롱(Jurong)에 순환형 화학산업을 확립한다.
싱가폴 정부는 2019년 관련기업과 연계해 유틸리티 사용량 감축 및 재이용, 폐기물 배출 감축을 촉진하는 시스템 구축을 통해 순환형 화학산업을 확립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아울러 2019년에는 폐기물 무배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환경정책을 마련하고 2020년에는 탄소세 징수를 시작할 계획이다.
싱가폴은 1970년대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보다 한발 앞서 화학산업을 육성하면서 많은 이익을 누렸으나 최근에는 주변 국가 및 인디아에서 석유정제·석유화학 통합이 이루어지고 북미산 석유화학제품이 유입됨에 따라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순환형 경제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이 화학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 유지·향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부산물·유틸리티 공유로 폐기물 감축
순환형 화학산업 확립 프로젝트는 싱가폴에서 산업용지 개발·관리를 담당하는 정부기관 JTC를 중심으로 경제개발청(EDB), 에너지시장감독청, 공익사업청, 환경청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관련기업과 협력해 증기, 물 등을 재이용하거나 공동으로 원료 사용량 및 폐기물을 감축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JTC는 2019년 1월 킥오프(Kick-off) 회의에 앞서 환경 컨설팅기업 2사와 계약해 주롱의 유틸리티 및 폐기물 흐름을 가시화하는 조사를 시작했다.
2020년 초 조사결과를 토대로 관련기업들에게 구체적인 대책을 제안할 예정이며 2019년 6월 말 1차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주롱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화학기업들은 개별적으로 에너지 절약 및 폐수 리사이클, 온실가스 배출 감축 대책을 실시하고 있으나 가동연수가 오래된 공장일수록 효과가 한계에도달하고 있으며 증기 및 부산물 회수기술을 확립해도 직접 이용하지 못하면 투자를 단행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나타나고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대기업 1사를 중심으로 소규모 유도제품 생산기업이 주변에 집적하는 화학 컴플렉스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주롱은 다양한 메이저가 진출하고 있으며 생산제품도 매우 다양한 특징이 있다.
부산물 및 유틸리티를 공유함으로써 환경 뿐만 아니라 이익적인 측면에서도 이득을 볼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직접 실행하지는 못하고 있다.
탄소세 도입으로 경쟁력 약화 가능성…
싱가폴은 경영코스트가 인접국가에 비해 높을 뿐만 아니라 역내 화학제품 생산이 확대됨에 따라 동남아 화학산업의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지위 저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탄소세 도입도 경쟁력 약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싱가폴 정부는 2019년, 2020년 탄소세 징수에 앞서 사업거점별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과세대상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이산화탄소(CO2) 기준 연평균 2만5000톤 이상인 곳, 과세액은 배출량 톤당 5S달러로 납세액이 1억-1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발전소, 정유공장, 석유화학 및 반도체 공장 등이 대상에 포함된 가운데 세금은 다양한 산업의 에너지 절약 및 온실가스 배출감축 투자에 대한 보조금으로 투입할 예정이어서 불공평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EDB는 2019년 에너지 절약 및 배출감축 투자의 보조금 상한비율을 30%에서 50%로 끌어올림으로써 지원을 강화키로 했다.
주롱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해외기업 중에서는 2018-2019년 일본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이 투자하고 있는 PCS(Petrochemical Corp. of Singapore)와 미쓰이페놀싱가폴(Mitsui Phenols Singapore)이 에너지 절약에 투자했다.
독일 에보닉(Evonik Industries)이 가동을 준비하고 있는 사료첨가물 공장도 최신 에너지 절약 시스템을 도입했다.
일부는 탄소세 과세대상에 포함됐으나 EDB의 지원을 활용해 제조 프로세스를 변경함으로써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들어 과세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동차·3D프린터·바이오 투자유지 적극적
싱가폴은 탄소세 도입 등으로 경영코스트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화학기업들은 고기능제품 생산을 확대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코스트 상승은 해외기업의 신규진출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싱가폴 정부는 탄소섬유 복합소재, 3D프린터용 소재, 바이오 화학제품 등을 적극 유치하고 있어 고기능제품 생산기업에게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싱가폴은 기존 화학기업의 투자가 잇따르고 있는 반면 신규투자는 정체되고 있다.
반면, 주변국은 PTT Global Chemical(PTTGC), SCG Chemicals과의 합작을 포함해 투자가 잇따르고 있는 타이, 2건의 대규모 에틸렌(Ethylene)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인도네시아, 성숙단계에 접어들고 있으나 코스트 경쟁력이 여전히 높은 말레이지아, 역내에서 경제성장이 가장 현저한 베트남 등 아시아·태평양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싱가폴 정부는 기능성 화학제품 투자 유치에 힘을 기울이고 있으며 항공기, 전기자동차(EV)를 포함한 자동차산업과 관련이 깊은 탄소섬유 복합소재, EP(엔지니어링 플래스틱), 3D프린터 소재, 바이오 화학제품을 중점분야로 설정하고 있다.
엑손모빌, 선박용 연료유에 윤활기유 확장
싱가폴은 석유화학기업들의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엑손모빌(ExxonMobil)은 2019년 4월 싱가폴 주롱에서 저유황 연료 및 윤활기유에 대한 증설투자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2023년 가동을 목표로 2019년 하반기 착공을 계획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수요 증가에 대응함과 동시에 고부가가치제품 생산을 확대함으로써 현지 석유정제·석유화학 통합 컴플렉스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엑손모빌은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부터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 상한선을 3.5%에서 0.5%로 대폭 강화하는데 대응해 해상물류의 허브로 자리 잡고 있는 싱가폴에서 저유황 연료유 수요가 급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생산능력을 일일 4만8000배럴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황 함유량이 적은 고점도 윤활기유는 2만배럴 늘릴 계획이다.
엑손모빌은 2019년 6월에도 싱가폴에서 윤활기유 생산능력을 확대했으나 글로벌 수요 호조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투자를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정제마진을 최대화하기 위해 산업가스 메이저 린데(Linde)와 공동으로 정유공장 잔사유를 원료로 수소와 합성가스를 제조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주롱에서는 경질원유를 분해해 나프타(Naphtha)를 거치지 않고 에틸렌 등 기초원료를 직접 생산하는 기술을 실용화하고 있다.
잔사유 활용 프로젝트는 해당기술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대책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석유화학사업 핵심거점으로 육성
엑손모빌은 싱가폴에서 세계 최대의 석유정제·석유화학 통합 컴플렉스를 가동하고 있다.
정유공장은 본섬 주롱지구와 주롱섬에서 가동하고 있으며 총 처리능력이 일일 60만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석유화학 컴플렉스는 주롱섬 정유공장과 통합해 가동하고 있다.
2018년에는 세계 최대의 수첨 석유수지(Petroleum Resin) 9만톤 플랜트를 가동했으며 2019년 하반기에는 저연비 타이어에 사용되는 브롬화 부틸고무(Brominated Butyl Rubber) 14만톤 플랜트를 상업가동할 계획이다.
에틸렌 크래커, PE(Polyethylene), 아로마틱(Aromatics) 등을 대상으로 추가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주롱은 화학제품 생산을 확대함에 따라 에틸렌 크래커를 가동하고 있는 3사로부터 파이프라인으로 조달할 수 있는 기초원료가 줄어들어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프로필렌(Propylene)은 최근 연평균 30만톤 수준을 수입하고 있어 엑손모빌의 투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엑손모빌은 2025년까지 순이익을 310억달러로 2017년에 비해 2배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화학사업 부문도 매출액 30%, 이익 2배 확대라는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아시아·태평양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기업, 고기능성 화학제품 투자 확대
일본 화학기업들도 싱가폴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미쓰이케미칼(Mitsui Chemicals), 스미토모케미칼, 아사히카세이(Asahi Kasei), 덴카(Denka)는 현지법인을 통해 증설했거나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미쓰이케미칼은 주롱에서 수지개질제 증설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2020년 여름까지 자동차부품 및 식품용 고기능성 포장소재를 개질하는 POE(Ethylene Alpha Olefin Copolymer) 생산능력을 약 10% 확대함과 동시에 수지의 내열성을 향상시키는 AMS(Alpha Methyl Styrene)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AMS는 해외에서 처음으로 생산하는 것으로, 우선 ABS (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 및 석유수지용으로 투입하고 UPR(Unsaturated Polyester Resin), 아크릴 에멀전의 내열성 개질 등 신규 용도를 개척할 방침이다.
미쓰이케미칼은 아시아 최대의 POE 생산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AMS는 상업판매 시장에서 글로벌 최대 메이저로 부상한 가운데 전략제품 생산을 확대함과 동시에 에너지 절약 투자를 실시해 경영기반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스미토모케미칼은 자회사 The Polyolefin(TPC)을 통해 2022년을 목표로 PP(Polypropylene) 중합설비를 신규 건설할 계획이다.
스미토모케미칼은 최근 설비 개조를 거듭함으로써 포장재 및 의료기기용, LiB(리튬이온전지) 분리막용 PP 생산을 확대하고 있으나 신규건설은 1997년 이후 처음이다.
차기 PP 프로젝트에서는 품질 뿐만 아니라 양적인 측면에서도 역내 니즈에 대응할 방침이다.
아시아에서는 연포장재 수요가 신장함에 따라 PP 생산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TPC가 강점을 드러내고 있는 분야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신규 설비를 건설해 영향력을 유지·강화할 방침이다.
아사히카세이는 EP인 변성 PPE(Polyphenylene Ether)가 자동차부품 외에 태양광 패널 및 LiB용 수요도 증가함에 따라 컴파운드 생산능력을 10% 확대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0년 3월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덴카는 LiB 모듈인 냉각기구에 방열재로 사용되는 구형 알루미나(Spherical Alumina)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BCP(Business Continuity Planning) 관점에서 일본 오무타(Omuta) 공장을 잇는 No.2 공장을 가동해 총 생산능력을 3배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