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대표 신학철)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출한 근거자료 일부를 왜곡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LG화학은 11월5일 ITC에 SK이노베이션이 소송 제기 전후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고 포렌식 명령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등 법정모독 행위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판결을 요청한 바 있다.
요청서에서 SK이노베이션이 증거를 인멸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여러 근거를 제시했으며, 특히 LG화학이 소송을 제기한 다음날인 4월30일 새벽에 FW : [긴급] LG화학 소송 건 관련이라는 제목으로 송신된 이메일 원문과 영문번역본이 포함됐다.
최대한 빨리 LG화학 관련 자료를 삭제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증거인멸 행위를 지속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메일 전문 및 원문을 보면 LG화학의 주장처럼 전사적으로 관련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내용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해당 이메일은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경영 부서에서 유관부서에 LG화학의 소송 사실을 알리면서 대응 방안 의견을 요청하는 것이 핵심으로 법무팀 외 사업팀에서도 대외에 대응할 때 통일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므로 의견을 달라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해당 메일을 받은 해외 배터리 공장 건설 관련 부서 팀장이 팀원들에게 전달하면서 LG화학 관련 자료를 삭제하라는 메시지를 상단에 추가했으나 LG화학이 제출한 이메일에 원문의 내용이 누락돼 본사에서 긴급히 자료를 삭제하라고 보낸 메일을 팀장이 받아 팀원들에게 전달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ITC 산하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은 LG화학이 제출한 요청서를 받은 지 10일만인 11월15일 “LG화학의 요청대로 SK이노베이션 패소로 조기 판결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소송이 제기된 후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과 직원 개인의 행동은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LG화학이 자사에 유리하게 메일 원문을 뺀 화면으로 편집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소송 과정에서 LG화학이 법적 조치를 처음 경고한 2017년 10월부터 실제로 소송이 제기된 2019년 4월29일 이전까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관련 자료를 삭제하거나 삭제를 시도한 여러 정황들이 나왔고 ITC 디스커버리(증거개시)에서 중요 정보를 담고 있을 만한 문서를 제출하지 않고 누락해 ITC로부터 포렌식 명령을 받고도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
하지만, LG화학이 소송 이후에도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했다는 근거로 제시한 증거를 의도적으로 편집했다면 LG화학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11월20일 제출한 답변서에서 소송이 제기된 이후 전사적으로 증거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조기패소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직원 개인의 행위는 일부 팀원들에게만 영향을 미쳤고 조직적인 자료 삭제 시도가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소송이 제기된 한국시간 4월30일 이전에는 SK이노베이션이 자료를 보존해야 할 의무가 없어 이전 자료 파기는 증거훼손이 될 수 없다고 덧붙이고 있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