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산업이 새로운 변혁기를 맞고 있다.
세계 인구가 70억명을 돌파한 가운데 2050년에는 97억명까지 확대돼 에너지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석유정제 사업의 장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해 저탄소화 및 탈탄소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에너지를 다량으로 소비하는 정유공장들은 설비 고도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화학, 재생에너지 등 비정유 사업을 추가함으로써 새로 다가올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정유기업들은 일본사회가 초고령화에 돌입함에 따라 인구가 점차 감소할 뿐만 아니라 전기자동차(EV), 연료전지자동차(FCV)를 비롯한 차세대 자동차 보급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생존을 위해 새로운 사업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일본은 1980년대 중반까지 석유 판매 및 정제기업이 17사 존재했으며 이후 글로벌 석유 메이저 재편과 1996년 특정석유제품수입잠정조치법 폐지 후 심화된 경쟁 등을 거치면서 합병·통합 등 재편이 빠르게 이루어졌다.
1999년 Nihon Oil과 Mitsubishi Oil이 합병해 Nisseki Mitsubishi(2002년 Shin-Nisseki로 변경)가 출범한 것을 계기로 2002년 엑손모빌(ExxonMobil) 그룹기업 4사가 합병·통합했다.
2008년에는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에너지 전체의 경쟁이 심화됐으며 Shin-Nisseki가 Kyushu Oil과 합병했고, 2010년에는 제휴관계였던 Japan Energy와 통합함으로써 JX Nikko Nisseki Energy (2016년 JX에너지로 변경)가 출범했다.
2012년에는 Tonen General Oil이 모회사인 미국 엑손모빌의 일본사업 인수를 완료하고 100% 일본 자본의 신규 경영체제를 출범시켰다.
2017년 JX에너지와 Tonen General Oil이 통합해 JXTG에너지가 출범했고 2019년 4월 이데미츠코산(Idemitsu Kosan)과 Showa Shell Oil도 통합했다.
수많은 재편을 거쳐 일본 정유공장은 JXTG에너지 11곳, 이데미츠코산 7곳, Cosmo Energy 3곳, Taiyo Oil 1곳 등 22곳만 남게 됐다.
그러나 2040년에는 석유 수요가 현재의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어 정유기업들은 재편·통합을 통한 시너지 극대화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
현재 정유공장 통폐합 및 기능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에 가장 선제적으로 나선 것은 최대 메이저인 JXTG 그룹으로, 2014년 무로란(Muroran) 소재 상압증류장치 가동을 중단하고 정유공장 기능을 중지시킨 바 있다. 무로란은 2019년 4월 석유제품과 P-X(Para-Xylene) 원료용 자일렌(Xylene) 등 석유화학제품 생산에서도 철수했으며 석유제품 물류기지로 변신했다.
생산거점과 사업장으로 양분화돼 있던 카와사키(Kawasaki) 거점은 2019년 4월 새롭게 카와사키 정유공장으로 일체화시켰으며 석유정제-석유화학 연계 및 수직계열화 작업을 강화하고 있다.
2020년 10월에는 오사카(Osaka) 정유공장의 석유정제 사업을 종료할 예정이다.
JXTG 그룹은 현재 정유공장 11곳을 운영해 원유 처리능력이 일일 약 193만배럴이며, 오사카 공장은 원유 처리능력이 11만5000배럴로 가장 작은 편이다.
2010년에는 중국 PetroChina의 일본법인과 설립한 합작법인에게 오사카 정유공장 운영을 이관하고 석유제품을 중국에 수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계약이 종료되는 2020년 9월 말을 기점으로 정유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수출기능을 치바(Chiba) 정유공장으로 이괸할 예정이다.
JXTG 그룹은 베트남 석유제품 시장 점유율이 50%에 달하는 Petrolimex에게 8% 출자했고 전략적 파트너로서 협업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야마구치(Yamaguchi) 소재 원유 처리능력 12만배럴의 정유공장을 공동 운영하기 위한 검토에 착수했으며 연평균 3-4%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 시장에 공급하는 방안을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데미츠코산은 Showa Shell Oil 공장과 함께 정유공장을 총 7곳 가동하고 있으며 앞으로 리니어 프로그래밍을 통해 전국을 크게 4개 구역으로 나누어 4개 정유공장처럼 최적화할 방침이다.
공장 폐쇄는 당장 검토하고 있지 않으나 통합 시너지 극대화와 최적화를 위해 중장기적으로는 검토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데미츠코산은 베트남 니손(Nghi Son)에 정유공장을 건설했으며 P-X, 벤젠(Benzene), PP(Polypropylene) 등 석유화학제품도 생산하고 있다.
일본은 석유제품 수요가 감소하면서 석유정제 고도화를 위한 석유화학 사업 확대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으며, 정유기업들은 케미컬 리파이너리, 케미컬 시프트 목표를 내걸고 석유화학 사업을 확충·강화하고 있다.
JXTG 그룹은 2020년 3월까지 3개년 중기 경영계획을 마무리한 후 2020년 4월 이후 추진할 경영계획 확정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데미츠코산은 2019년 가을 통합 신규기업으로서 중기 경영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경영계획에는 차세대 사업 육성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