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학산업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예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길에 들어서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화학산업의 서플라이 체인을 붕괴시켰고 코스트를 따라 글로벌화한 서플라이 체인의 함정이 얼마나 무서운 것이지 잘 증명해주고 있다. 산업계가 더욱 날렵하고 유연할 것을 요구받고 있는 이유이다.
일본은 낯선 문화로의 이행에 서툴고 익숙함과의 결별을 아쉬워하는 국민성이 강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표면화되자 한국에 앞서 중국 의존도 낮추기를 적극화하고 있다.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면서 서플라이 체인 단절 위기가 극대화됨에 따라 조달선 다변화가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선진국 가운데 중국 의존도가 가장 높다는 판단 아래 자동차부품, 전자부품 등 중간재의 중국산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일본에서 직접 생산하거나 동남아시아 등으로 조달선을 변경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중국산 중간재 수입비중이 전기·전자 22%, 화학제품 20%, 일반기기 17%, 철강·금속 14%, 수송기기 6%로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엔화 약세와 중국의 인건비 상승 등으로 코스트 경쟁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탈중국화를 추진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한국은 중국 의존도가 일본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고, 특히 화학산업은 중국이 없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이다. 일본 의존도 또한 중국 의존도 못지않게 높다.
석유화학은 생산제품 대부분이 범용이고 국내수요는 생산량의 30-40%에 불과한 가운데 60-70%를 수출하고 수출물량의 절반 정도를 중국에 내보내고 있으니 중국이 아니면 장사 자체가 불가능한 지경이다. 2018년 4분기부터 중국 경제가 침체조짐을 보이면서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짐으로써 당장 대처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파인케미칼도 중국이 공급을 중단하면 생산 자체가 불가능한 품목이 많다. 기초원료는 물론 원제·중간체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해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코로나19 사태로 생산 차질을 빚으면서 의약·건강식품·화장품·농약·염료는 원제·중간체 수입가격이 2-3배 폭등해 애를 먹고 있다.
2019년 7월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의 핵심소재로 사용되는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폴리이미드 수출을 규제하자 얼마나 애를 먹었는가? 위안부 및 강제징용이 근저에 자리 잡고 문재인 정부의 미숙한 대처가 문제를 키운 측면이 있지만 국내기업들이 지나치게 일본산에 의존함으로써 자업자득의 측면도 상당했다.
화학소재 생산기업들이 3개 소재를 중심으로 국산화를 확대하고 일본기업들도 한국에서 직접 생산하는 방향으로 선회함으로써 급한 불을 껐지만, 과연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생산기업들이 서플라이 체인 관점에서 접근했는지는 의문이다.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석유화학, 파인케미칼 구분할 것 없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았고, 겉으로는 수긍하는 척하면서도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원료가 어떠하니, 코스트가 어떠하니 별의별 구실을 대면서…
서플라이 체인 재구축은 코스트 측면의 문제가 아니며 생존의 문제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